[현장] 끝나지 않은 여름, 어촌에서 찍는 ‘쉼표’ 하나
면삽지·물망터·황금곰솔 등 볼거리 가득
도보 트레킹·자전거 여행객에 인기
가족 단위 체험 여행으로도 좋아
7말 8초. 여름휴가 성수기는 지나고 있으나 불볕더위는 여전하다. 복잡한 게 싫어 휴가를 미뤄뒀던 사람이라면 슬슬 적당한 휴가지 물색을 해야 할 때다. 시원한 그늘과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으로 갈까? 그래도 역시 여름엔 바다? 아니면 큰맘 먹고 해외로 뜰까? ‘여행’이란 이름이라면 어디든 좋을 것이다.
해양수산부는 여름 휴가지 선택의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전국 125개 마을을 ‘어촌체험휴양마을’로 가꾸고 있다. 신선한 수산물을 바탕으로 한 맛있는 음식은 기본이고, 조개잡이나 투명 카약, 해루질, 갯벌 등 다양한 체험이 가득하다. 도보 여행객을 위한 추천 트레킹 코스, 자전거 동호인을 위한 둘레길을 정비해 놓은 곳도 있다.
이들 가운데 한 곳을 지난 3일 해수부 기자단이 당일치기로 다녀왔다. 충청남도 보령시 삽시도란 곳이다. 세종특별자치시에서 승용차로 1시간 30분쯤 떨어진 대천연안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면 된다.
일행은 오전 10시께 해수부에 모여 함께 삽시도로 이동했다. 가는 길에 유명한 냉면집엘 들러 배도 채웠다. 든든하게 점심을 먹은 일행은 1시에 출발하는 배를 타기 위해 12시 30분께 여객터미널에 도착했다.
평일이었지만 여객터미널엔 사람들이 제법 붐볐다. 섬 주민으로 보이는 사람과 가족 단위 여행객이 주를 이뤘다.
승선권을 만지작거리며 멀미약을 살까 말까 고민했다. 삽시도까지 가는 길은 그리 멀지 않았다. 다만 나중에 낚싯배를 타는 일정이 있어 고민했다. 지난번 백령도 팸투어가 떠올랐다. 당시 멀미가 아니라 ‘멀미약’에 취해 고생한 일행들이 생각나 그냥 버텨보기로 했다.
오후 1시 정각 배에 올랐다. 배 이름은 ‘가자 섬으로’였다. 배는 좌석이 있는 공간과 좌석 없이 마루 형태로 된 공간으로 구분됐다. 좌석이 있는 곳도 지정석으로 운영하지는 않았다.
날씨는 무더웠다. 바다는 잠잠했다. 갈매기랑 새우깡을 나눠 먹는 동안 배는 뱃고동으로 출발을 알렸다.
배가 선착장을 벗어날 무렵 마루 형태 객실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에어컨 2대가 열심히 돌아가는데 시원하지는 않았다. 차라리 객실 밖에서 달리는 배가 만들어 낸 자연 바람을 맞는 게 더 좋았다.
파도가 없는 데다 속도마저 빠르지 않아 배가 움직이는 걸 느끼기 힘들었다. 멀미약을 먹을까 말까 고민했던 게 무색할 정도였다. 그렇게 50분쯤 달려 우리 일행은 삽시도 술뚱선착장에 도착했다.
삽시도는 하늘에서 바라보면 화살을 꽂아놓은 활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총면적은 3.78㎢, 해안선 길이는 11㎞ 정도다. 마을 주민 설명으로는 걸어서 두 시간 반쯤이면 섬을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다고 한다. 인구는 약 250가구 500여 명이 산다.
섬에 도착하자마자 삽시도 어촌체험마을 종합안내센터(이하 안내센터)로 들어갔다. 그곳에서는 조개껍데기에 그림을 새겨넣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미적 감각이 없었기에 직접 하기보다 아이들이 하는 체험을 지켜만 봤다.
다음 일정은 낚시 체험이었다. 작은 어선을 타고 10여 분 달렸다. 삽시도를 바라보며 낚시를 시작했다. 무더위로 온몸이 땀투성이였지만, 오랜만에 하는 낚시라 재미있었다.
조과는 좋지 않았다. 1시간 30분 동안 물고기를 따라 배를 옮겨 다녔음에도 8명 일행 중 2명은 손맛을 보지 못했다. 6명이 잡은 물고기도 손바닥 크기를 넘기지 않았다. 낚싯배 선장 설명에 따르면 여름에는 바닷물이 따뜻해 낚시가 잘 안 된다고 한다.
4시쯤 낚싯배로 섬을 한 바퀴 돌아보고 다시 선착장으로 왔다. 5시 30분 출항하는 여객선을 타고 육지로 나와야 하기에 이른 저녁을 먹었다. 선착장 인근 식당이었는데 자연산 수산물로 한 상 가득 차려졌다. 맛도 일품이었다.
삽시도와의 첫 만남은 거기까지였다. 워낙 빠듯한 일정 탓에 섬을 제대로 둘러보지 못한 게 아쉬웠다.
사실 삽시도는 하루 일정으로 다녀가기엔 둘러볼 곳이 너무 많다. KBS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 촬영지로 유명한 진너머 해수욕장과 솔밭캠핑장이 유명한 거멀너머 해수욕장은 대표 명소다.
섬 속의 섬이라 불리는 면삽지는 썰물에 바닷길이 열리면 가볼 수 있는 곳이다. 삽시도에서 면삽지까지는 100m가 채 안 될 정도로 가깝다.
면삽지로 가는 바닷길이 열리는 시각은 ‘바다타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주의해야 할 점은 반드시 물이 다시 차기 1시간 전에는 삽시도로 돌아와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면삽지에 갇힐 수도 있다.
면삽지에서 조금 더 내려가면 만날 수 있는 물망터도 가볼 만한 곳이다. 물망터는 썰물 때 모습을 드러내는 천연 샘터다. 바다에서 샘솟는 담수(민물)이란 점이 이색적이다.
이 밖에도 금빛 솔잎이 아름다운 소나무 군락지 ‘황금곰솔’이나 백사장이 1km에 달하는 수루미 해수욕장도 꼭 들러볼 곳이다.
참고로 갯벌체험이나 낚시체험을 하고 싶으면 안내센터에 문의하면 된다. 자전거로 섬을 둘러보고 싶을 때도 안내센터를 통하면 자전거 대여하는 곳을 소개받을 수 있다.
한편, 삽시도는 휴가지에서 원격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워케이션’ 장소이기도 하다. 일정 금액 참가비를 내면 3박 4일간 공유 사무공간, 숙박, 조식과 함께 어촌체험 프로그램(1회), 여행자보험을 지원받을 수 있다.
강동회 삽시도 어촌계장은 “삽시도는 인구 500명이 채 안 되는 작은 섬이지만 아름다운 풍경과 걷기 좋은 둘레길이 있어 최근 관광객들이 많이 늘고 있다”며 “아직 여름휴가를 다녀오지 않은 분들은 삽시도에서 무더위를 한 번 잊어보시길 추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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