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오전 11시 ‘킥오프’…U-11 유소년 축구대회 안전 우려

김명석 2023. 8. 9.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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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한축구협회

“아이들이 많이 힘들어할 것 같아 걱정입니다.”

경주 화랑대기 전국 유소년축구대회 경기를 앞둔 한 감독의 걱정이다. 대한축구협회(KFA)·경주시가 주최하는 이 대회는 오는 12일부터 경북 경주시 일원에서 열리는데, 11세 이하(U-11) 선수들이 참가하는 대회 일부 경기들이 오전 10시 10분·11시 등 폭염 속에 진행되기 때문이다. 요즘 날씨를 돌아보면 혹사 수준의 시간대 편성이다.

개막식이 취소되는 등 지금은 태풍 영향이 있지만, 태풍이 지나고 난 뒤 대회가 시작되면 다시 무더운 날씨가 예보된 상태다. 다른 유소년 팀 감독도 “요즘 같은 날씨엔 팀 훈련도 최대한 더운 시간대를 피해 아침 일찍 하거나, 오후 4~5시 이후에 진행한다. 무더운 날씨에 경기를 하는 건 아이들도 적응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어른들도 힘겨운 폭염인 데다, 인조잔디의 경우 지열 등 영향까지 고려하면 아이들의 건강에 대한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게 현장의 공통된 목소리다.

실내 경기장인 스마트 에어돔 경기장도 있으나 초등부에서 규모가 가장 큰 대회인 만큼 많은 팀이 몰리다 보니 모든 경기를 에어돔에서만 치를 수도 없다. 실제 이번 대회에만 500여개 학교·클럽팀이 참가하고 무려 약 1만명의 선수들이 참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참가팀 수는 많은데 경기장 수는 제한적이다 보니, 오전 11시 등 경기 편성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결국 대부분의 경기는 야외의 천연·인조 잔디 경기장에서 열린다. 그나마 혹서 시간대 경기 배정은 피했고, 12세 이하(U-12) 대회는 오후 5시 이후에 배정돼 있더라도 U-11 대회 일부 경기들은 폭염 속에 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아이들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보다 세심한 일정 편성과 철저한 안전 대책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주최 측은 가장 무더운 시간대엔 경기를 아예 편성하지 않은 데다, 최대한 많은 선수들이 대회에 출전하기를 원한 각 팀들의 의사가 반영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폭염 등에 대비한 안전 대책도 철저하게 마련해 대회를 치르겠다는 의지도 덧붙였다.

경주시 관계자는 “우선 가장 무더운 정오부터 오후 5시까지는 경기를 배정하지 않았다. 에어돔에서도 참가 팀들이 최대한 골고루 치를 수 있도록 협의했다. 아이스박스 등 혹서기 대비 물품을 많이 준비해 각 팀들에 제공하고, 상황에 따라 쿨링 브레이크 등도 진행할 계획이다. 폭염 때문에 정상적인 경기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휴식 등 대비책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시간 등을 편성하는 KFA 측도 “올해만 그 시간대에 경기들이 편성된 건 아니다. 그동안 여러 시행착오도 겪으면서 지도자들과 꾸준히 소통해 온 결과다. 각 팀들도 최대한 많은 선수들의 경기 출전을 원해 오전에도 경기가 편성됐다. 최근 에어돔 경기장을 도입하는 등 계속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도 인프라가 개선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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