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만한 이유가 없다”…결혼 기피하는 청년 [인구위기②]

박진석 2023. 8. 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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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혼인 건수, 전년 대비 8000건 감소
미혼 청년 10명 중 4명 향후 결혼 의사 없어
비출산 이유에 男, 경제적·女, 심리적 부담↑
서울 마포구 웨딩의거리 내 상점에 진열된 웨딩드레스 모습. ⓒ뉴시스

우리나라 출산율이 해마다 ‘최소 정점’을 찍는 가운데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청년세대 비혼 문화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 적령기인 2030세대가 기성세대와 달리 결혼에서 출산으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생애주기 모델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19만2000건으로 1년 전보다 8000(0.4%)건 감소했다.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의미하는 조혼인율은 3.7건으로 같은 해 0.1건 줄었다.

지난해 전체 출생아 수도 24만9000명으로 전년(26만600명) 보다 1만1500명(4.4%) 줄었다. 합계출산율은 0.78명을 기록, 전년(0.81명) 대비 0.03명 감소했다. 1970년 출생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다.

청년층서 전통적 결혼 관념 변화

청년층을 중심으로 결혼에 대한 인식 자체가 바뀌자 출산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결혼이 줄면 출산 역시 감소할 가능성이 크고 이는 결국 인구 감소로 이어져 국가 생존권이 위협받는 상황까지 올 수 있다.

실제로 청년세대 절반가량은 비혼과 비출산을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반도미래연구원이 15~59세 남녀 23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결혼 및 출산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20~39세 미혼 청년 10명 중 4명은 결혼할 의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20대 남성은 33.2%, 여성은 46.1%가 결혼할 의향이 없다고 응답했고 30대 남성 비혼 응답률은 41.0%, 여성은 56.6%로 집계됐다. 30대 비혼 의향이 전반적으로 20대보다 높고 성별 간 인식 차이도 벌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절대 결혼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응답한 30대 여성은 16.3%로 같은 연령대 남성 응답률인 8.7%보다 2배 정도 높은 수준이다.

남성들이 결혼을 원하지 않는 이유로는 ‘경제적으로 불안정해서(42.6%)’, ‘결혼 조건을 맞추기 어려울 것 같아서(40.8%)’ 순으로 응답하여 경제적 상황과 현실적 조건을 비혼 선택 기준으로 보는 경향이 강했다.

여성들은 ‘혼자 사는 삶이 더 행복할 것 같아서(46.3%)’, ‘다른 사람에게 맞춰 살고 싶지 않아서(34.9%)’, ‘가부장제 및 양성불평등에 대한 거부감(34.4%)’ 순으로 응답했다.

또 결혼이 직업적 성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해 우려한다고 응답한 여성 비율이 69.1%로 남성(38.6%)보다 30%p 이상 높게 나타났다.

남녀간 출산 인식차…여성 부담↑

출산 의향에서도 성별 간 차이가 드러났다. 20~39세 미혼 응답자 중 47%가 자녀를 낳을 의향이 없다고 응답한 가운데, 남성 비출산 응답 비율은 38.5%, 여성은 56.8%로 18.3%p 차이가 있었다.

출산을 고려하지 않는 이유로 남성은 경제적 부담감을, 여성은 심리적 부담감을 높게 느끼는 경향을 보였다. 남성의 경우 ‘자녀 교육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서(43.6%)’, ‘자녀를 돌봄·양육할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41.5%)’ 순으로 답했다.

여성은 ‘육아에 드는 개인적 시간·노력을 감당하기 어려워서(49.7%)’, ‘자녀를 바르게 양육할 자신이 없어서(35.1%)’ 순으로 집계됐다.

남녀 모두 출산은 결혼에 비해 시간과 자기희생이 필요한 활동이라고 생각하지만 여성은 출산 행위 자체에 대한 두려움(25.1%)과 출산·양육이 직장생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13.1%)에 대해 남성보다 더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다.

저출산 현상을 야기하는 사회적 원인에 대해서는 남녀 모두 ‘자녀 양육에 대한 경제적 부담(52.8%)’과 ‘주거 불안정(41.6%)’, ‘고용 불안정(25.5%)’ 순으로 인식했다.

이 가운데 출산 이후 직장 등에서 부당한 처우를 원인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여성은 23.4%, 남성은 10.8%로 출산 이후 직장처우에 대한 남녀 간 인식 차이(12.6%p)가 컸다.

20~59세 기혼 유자녀 응답자 중 여성 74%가 경력단절을 경험했다고 응답했지만 남성 경력단절 경험비율은 13%에 불과했다. 여성 경력단절 경험비율이 남성 대비 6배가 늘어난 수치다.

한성민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정책실장은 ‘저출산 현상에 대한 이해와 정책대응’을 통해 “앞으로 초저출산 현상이 더욱 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지금까지 제시해 온 저출산 대응방안에 더해 보다 적극적인 정책방안 수립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종합적인 대책과 더불어 기존에 논의하지 않았던 새로운 접근방식까지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늘어나는 고령인구…생산인구도 빨간불 [인구위기③]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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