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부림 공포發’ 소비 감소...서현·신림역 외식 -22%·-12%
대학원생 고나경(25)씨는 지난 6일로 잡혀 있던 고등학교 동창들과의 약속을 취소했다. 8년 만의 모임이었지만 ‘칼부림 테러’가 불안하다는 얘기가 나오면서다. 고씨는 “강남역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다들 사람이 많은 장소를 꺼렸고, 특히 한 친구는 칼부림 예고 글에서 지목한 오리역 근처에 살아 외출 자체에 위협을 느꼈다”고 말했다.
최근 잇따른 칼부림 사건으로 시민들의 소비가 위축된 것이 통계로도 확인됐다. 칼부림 사건이 실제 일어났거나, 관련 예고 글에서 범행 장소로 지목된 상권에 발걸음이 줄었다는 분석이다. 9일 중앙일보가 현대카드에 의뢰해 주요 지하철역 반경 1㎞ 내 가맹점의 8월 첫 주말(5~6일) 신용카드 승인 금액과 건수를 7월 주말 평균과 비교한 결과다.
구체적으로 지난달 21일 흉기 난동이 있었던 서울 신림역 인근 상권에 타격이 컸다. 외출과 만남 추이를 가늠해볼 수 있는 외식 관련 신용카드 승인 금액(-17%)과 건수(-12%) 모두 감소했다. 제과ㆍ커피에서도 신용카드 승인 금액과 건수가 각각 6%씩 줄었다.
지난 3일 흉기 난동 사태가 발생한 경기 성남 서현역 상권 역시 마찬가지다. 외식 관련 승인 금액(-17%)과 건수(-22%) 모두 줄었고, 제과ㆍ커피에서도 승인 금액과 건수가 각각 17% 감소했다. 특히 쇼핑(의류ㆍ잡화)에 관한 신용카드 승인 건수는 서현역 인근 가맹점서 35%나 급감했다.
실제 지난 5~6일 중앙일보가 서현역 일대를 둘러보니 주말임에도 유동 인구가 적은 게 한눈에 보였다. 일부 1층 가게는 오후 3시임에도 조명을 켜지 않고 영업을 하지 않았다. 치킨집 직원인 김모(43)씨는 문 닫은 집을 손으로 가리키며 “주말에는 줄 서지 않으면 들어가지 못했던 집”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가게도 매출 70~80%가 줄었다”며 “옆 고깃집도 하루 매출이 5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줄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이는 칼부림 사태가 일어난 지역을 중심으로 시민들이 방문을 꺼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지난달 추이를 고려하면 최근 칼부림 사건이 있었던 지역에서 신용카드 승인 금액과 건수의 감소 폭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칼부림 예고 글이 올라오는 것만으로도 시민들은 불안을 느꼈다. 실제 온라인에서 범행 지역으로 지목된 상권에서도 소비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주말 부산 서면역 상권의 카드 승인 건수는 외식(-16%)ㆍ카페(-10%)ㆍ쇼핑(-26%) 모두 감소했다. 유동 인구가 많은 서울 강남역 역시 승인 건수가 외식(-12%)과 카페(-8%), 쇼핑(-22%) 모두 줄었다. 이외에도 서울 잠실역과 경기 오리역ㆍ의정부역 등 칼부림 위협을 받았던 지역의 신용카드 승인 금액과 건수가 감소했다.
문제는 시민들의 불안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칼부림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예고 글과 가짜뉴스까지 돌면서 시민들의 ‘나도 당할 수 있다’는 불안이 강화되는 상황”이라며 “외출과 만남을 꺼리는 추세가 한동안 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8월 오프라인 소비가 예상보다 위축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초 3분기에는 내수(국내 소비)가 반등해 ‘상저하고’ 전망을 뒷받침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강력 범죄에 코로나19 재확산, 폭염과 태풍 등 내수를 위축하는 요인들이 다수라는 진단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경제가 회복하려면 내수 활성화가 필요한데 전반적으로 악재가 많다. 대외적으로 국제 유가ㆍ곡물 가격이 오르면 물가 상승 변수도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며 “하반기 경제 반등 폭에 따라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망치에 못 미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서지원·김민상 기자 seo.jiw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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