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투자 270조·R&D 200조' 삼성 반도체 성적표는

김평화 2023. 8. 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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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2012~2022년 투자·영업익 집계
시설투자 대비 영업익 비중 유사
R&D는 삼성 압도…메모리 아쉬움

삼성전자가 지난 10년간 반도체 시설투자에 약 267조원을, 연구·개발(R&D) 비용에는 196조원 이상을 쏟아부었다. R&D 규모에서는 경쟁사를 압도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 규모에 비해 만족할만한 성과가 나오지는 않았다는 평가다.

9일 메모리 반도체 업계 3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의 10년(2012~202년)간 시설투자 규모와 영업이익을 집계한 결과, 시설투자 대비 영업이익 비중은 크게 차이가 없었다. 해당 기간에 삼성전자(메모리·시스템 반도체 포함 DS부문)는 212조원, SK하이닉스는 79조원, 마이크론은 70조원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 기간 시설투자 규모는 삼성전자 267조원, SK하이닉스 109조원, 마이크론 90조원이었다. 시설투자 대비 영업익을 퍼센티지로 나타내면 삼성전자(79%), 마이크론(77%), SK하이닉스(72%) 순이다. 큰 차이는 없지만 삼성전자가 다른 업체에 비해 효율적으로 설비투자를 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게다가 삼성전자 반도체 시설투자 비용에는 메모리 사업만 하는 타사와 달리 시스템 반도체 사업 비용이 포함돼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1위지만 시스템 반도체 사업에선 대만 TSMC를 따라가는 후발주자다. 아무래도 투자 대비 이익이 메모리보다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반도체 전체 설비투자 대비 이익률이 다른 업체보다 더 높다. 즉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 설비투자 대비 이익률이 드러난 숫자보다 더 크다는 의미다.

그러나 R&D 비용으로 봤을 땐 삼성전자 투자 대비 영업이익 비중이 타사보다 낮았다. 삼성전자가 공시한 전사 R&D 비용은 10년간 총 196조원이다. 삼성전자 측은 “전체 비용에서 반도체 사업에 투입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비중이 60% 이상”이라고 밝혔다. 최소 118조원가량을 반도체 사업에 쏟아부었다는 의미다. 이 비용 대비 영업익 비중은 180%다. 만약 반도체 사업에 쓴 R&D 비용이 더 많았을 경우 영업익 비중은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SK하이닉스는 10년간 28조원 R&D 비용을 투입해 영업익 비중이 277%였다. 마이크론 역시 10년간 28조원을 투입해 영업익 비중이 251%로 삼성전자보다 높았다. 쉽게 말해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삼성보다 더 효율적으로 R&D 투자를 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뿐 아니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을 위한 R&D에 상당히 큰돈을 쏟아부었다고 봐야 한다. 즉 실질적인 메모리 사업 R&D 대비 영업익 비중은 180%보다 높다는 평가다.

R&D와 시설투자를 합한 총비용 대비 영업익 비중을 보면 삼성전자가 55%로 가장 낮았다. SK하이닉스는 57%, 마이크론은 59%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삼성전자가 R&D에 쏟는 비용이 많다 보니 3사 중에선 가장 낮은 영업익 비중을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 사업을 모두 하다 보니 기술력을 높이는 과정에서 타사 대비 R&D에 쏟은 비용이 더 많았을 수 있다. 특히 회사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1위 사업자인 대만 TSMC와 5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미세 공정 경쟁을 벌이고 있다. 메모리 쪽에서도 진화하는 컴퓨팅 시스템 등으로 인해 요구되는 기술이 변하고 있다 보니 중·장기적 관점에서 차세대 기술 확보에 힘쓰고 있다. 시스템과 메모리 사업에서 모두 주요 사업자 위치를 점하기 위해 R&D 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반도체 업황이 안 좋은 상황에서도 R&D 투자 규모를 늘리고 있다고 강조하는 배경이다.

그래도 삼성전자가 그간 상당 규모 R&D를 쏟은 것에 비해 최근 나온 성과는 아쉽다는 평가도 있다. 최근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D램,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신시장에서 SK하이닉스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 주요 근거다. 이승우·임소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와 관련 최근 보고서를 통해 "신기술·신성장 분야에서 과거와 같은 압도적인 경쟁력과 삼성다운 모습이 약해졌다"며 "삼성 반도체가 과연 질적, 양적인 측면에서 여전히 세계 최강인지 시장 의심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HBM 분야에서 삼성전자는 HBM 2세대와 3세대 제품인 HBM2, HBM2E 등을 선보이며 시장 점유율을 늘렸지만 최신 4세대 제품인 HBM3에선 SK하이닉스에 뒤진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유일하게 HBM3를 양산,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 엔비디아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트렌드포스가 올해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 점유율이 지난해(50%)보다 늘어난 53%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한 배경이다. 삼성전자는 38%, 마이크론은 9% 점유율을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이에 맞서 연내 HBM3 양산과 함께 5세대 제품인 HBM3P도 선보이며 빠른 사업 확대에 나선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내년 증설 투자 통해 올해 대비 최소 두 배 이상의 HBM 캐파(생산능력)를 확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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