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덫에 걸린 中경제]⑧"中 반도체 자립 시간문제…빠르게 추격중"
"중국은 아직 반도체 설계·생산에서 큰 성과를 못 내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자체 기술 습득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지속적인 연구 개발과 투자,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기술력을 강화하고, 미래전략 산업에서의 초격차를 유지해야 합니다."
서행아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 센터장은 지난 3일 아시아경제와 서면, 전화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중국의 반도체 등 첨단기술 경쟁력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은 한국이나 미국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만 중국 정부의 막대한 투자와 기업공개(IPO)를 통한 대규모 자금조달은 그 격차를 빠르게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낸드플래시 등은 수년 내 중국의 시장 경쟁력이 우리를 따라올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그는 미국과 중국 사이 극단적인 선택보다는 '실사구시' 전략을 펼치면서 독자적인 기술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 센터장은 "메모리 분야의 초기술격차를 유지하면서 시스템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해야 한다"며 "소재 수입의존도 측면에선 지역협력 메커니즘에 참여해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공급망을 확보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서 센터장은 한국과 중국의 과학기술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1995년부터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서 일하며 주로 중국 과학기술정책에 대해 연구했고, 2021년부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 센터장을 맡아 중국 현지에서 과학기술 국제 협력과 네트워크 구축 업무를 하고 있다.
-미국이 첨단기술 산업에 대한 대중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의 기술 발전과 성장을 막는데 어느 정도 효과를 내고 있나.
▲중국은 미·중 기술패권 경쟁 대응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 자체 반도체 설계·생산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수출을 차단하면서 중국은 5G용 반도체를 공급받을 수 없게 돼 글로벌 스마트폰과 통신장비 시장 내 화웨이의 경쟁력이 상실되고 있다. 하지만 갈수록 중국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로컬기업 비중이 점점 높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중국의 반도체 기술 개발은 시간 문제다.
-반도체는 미·중 패권 다툼의 핵심 분야다. 미국의 규제가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의 반도체 국산화가 가능하다고 보나.
▲중국은 메모리 D램에서는 아직 미국 등과 현저한 격차를 보이고 있지만, 낸드 플래시는 수년 내 시장 경쟁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낸드 플래시는 2년, D램과 파운드리는 5년 정도의 기술 격차가 있다. 시스템반도체 중 AI 반도체와 중저가 반도체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고, EDA(설계자동화) 소프트웨어는 한국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어, 한국을 빠르게 추격해 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중 패권 다툼으로 중국은 반도체 산업에 대한 막대한 투자와 IPO는 중국 반도체 발전의 큰 동력이 되고 있다. 2012~2021년 상장된 51개 반도체 기업 중 43개 기업이 커촹반(중국판 나스닥)을 통해 대규모 자금조달을 추진했고, 화홍파운드리는 조만간 커창반 IPO로 212억위안의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모리스 창 TSMC 창업자는 '최근 미·중 반도체 전쟁에서 중국은 미국을 이길 수 없다'고 말했는데.
▲중국의 기술발전을 주도하는 핵심인재는 외국 유학파인 고급기술자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중국 유학생과 고급 기술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런 인력 유치를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펼쳐서 자국의 반도체 기술개발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다. '칩4' 국가들의 동맹이 중국의 기술 개발의 속도를 늦출 수는 있으나, 추격을 멈추지 않고 따라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론 머스크, 빌 게이츠, 팀 쿡 등 미국과 유럽의 글로벌 기업 CEO들도 중국을 연이어 방문해 중국 시장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미국과 중국 모두 반도체 자립도를 높이려고 노력 중인 상황에서 우리는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메모리 분야의 초기술격차를 유지하면서 시스템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해야 한다. 한국은 지속적인 연구 개발과 투자,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기술력을 강화하고, 미래전략 산업에서의 초격차를 유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현재 기술적으로 중국이 미국에 비해 강점을 가지는 분야와 그렇지 못한 분야는 무엇인가.
▲중국은 인공지능(AI), 5G, 양자정보, 반도체, 생명공학, 녹색 에너지 등 21세기 기반 기술에서 미국의 최대 경쟁자로 등극했다. 그 중 양자 컴퓨팅, 양자 통신 및 양자센싱을 포함한 양자 정보과학의 특정 영역에서 미국을 추월했다. 5G 분야는 기술과 별개로 사용자 수나 기지국에서 미국을 넘어섰다. 또 중국의 양자정보 연구개발(R&D) 투자는 미국의 4배에 달한다. 다만 의료, 컴퓨터, 소재화학, 제약제조, 운송기술 등 대부분의 기술에서 미국 의존도가 높다. 따라서 중국 입장에서는 오픈이노베이션을 더욱 강화할 것이고, 미국을 대체하기 위해 일본, 독일 두 국가 기업들과의 중국 투자를 크게 장려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우리나라의 기술력이 미국이나 중국 등에 비해 뒤진다는 분석이 많다. 어떻게 평가하나.
▲지난해 이차전지 시장 점유율을 보면 중국의 CATL이 34%, 한국 LG에너지 솔루션이 14%로 격차가 크다. 중국은 연구·개발, 생산, 재활용·장비, 소재 등 배터리와 관련된 4가지 영역 모두에서 완결된 배터리 산업시스템은 형성하고, 공정과 핵심 장비에서도 90% 가까운 국산화율을 달성했다. 인공지능 칩, 차량용 칩, 생체 칩 등 신기술 분야에서도 우리나라는 독자 기술 우위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첨단기술 패권 다툼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으로서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 반도체 분야의 최대 수출국으로 중국이 자체 공급망을 구축하더라도 우리가 중국과의 공급망에서 완전히 탈피해서 나가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중장기적으로는 미래 전략산업 분야의 공급망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지역협력 메커니즘에 참여해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공급망을 확보해야 한다.
-첨단기술 분야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다툼이 어떻게 마무리될 것으로 보나.
▲미국의 중국 반도체 제재는 계속되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의 자체 기술 습득이 가능해질 것이므로, 양국 간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반도체를 살 수 없다면 '스스로 만들어 버릴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 미국 정부의 고성능 반도체 중국 수출 차단 통제 조치에 엔비디아는 성능을 낮춘 중국 시장용 'H800'을 제작해 중국에 공급하고 있다.
-미·중 첨단기술 패권 다툼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이 직면할 기회와 위기는 무엇인가.
▲한국과 중국 간 기술격차가 지속되면서 국내 반도체 분야 기업에는 기회가 될 수 있으나, 국내 기업의 중국 내 판로 개척부터 산·학·연 과학기술 협력에는 많은 제약 요건이 존재한다. 극단적인 선택보다는 '실사구시'를 우선으로 하는 전략을 통해 100년을 내다보는 혜안이 요구된다. 중국과 지속적인 산·학·연 과학기술 협력을 추진하고, 정부 차원의 외교 대응 역할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 달에 150만원 줄게"…딸뻘 편의점 알바에 치근덕댄 중년남 - 아시아경제
- 버거킹이 광고했던 34일…와퍼는 실제 어떻게 변했나 - 아시아경제
- "돈 많아도 한남동 안살아"…연예인만 100명 산다는 김구라 신혼집 어디? - 아시아경제
- "일부러 저러는 건가"…짧은 치마 입고 택시 타더니 벌러덩 - 아시아경제
- 장난감 사진에 알몸 비쳐…최현욱, SNS 올렸다가 '화들짝' - 아시아경제
- "10년간 손 안 씻어", "세균 존재 안해"…美 국방 내정자 과거 발언 - 아시아경제
- "무료나눔 옷장 가져간다던 커플, 다 부수고 주차장에 버리고 가" - 아시아경제
- "핸들 작고 승차감 별로"…지드래곤 탄 트럭에 안정환 부인 솔직리뷰 - 아시아경제
- 진정시키려고 뺨을 때려?…8살 태권소녀 때린 아버지 '뭇매' - 아시아경제
- '초가공식품' 패푸·탄산음료…애한테 이만큼 위험하다니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