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백내장 보험금 타려고…합병증 만들고 진료기록도 손댄 강남안과
고의적 안압상승 정황…진료기록 이중장부 의혹도
대형 보험사들 공동 대응 예정
보험금 지급 기준이 강화되고 이를 뒷받침하는 대법원 판례가 나오면서 백내장 비급여 과잉진료가 줄어들었음에도 서울 강남 일대 일부 안과에서는 여전히 백내장 '보험금 쇼핑'이 횡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교묘해진 수법으로 합병증을 유발하기도 하는 한편 보험사에 제출하는 일부 서류를 누락하는 모습도 파악됐다.
8일 아시아경제가 대형 손해보험사 A로부터 입수한 강남 B안과 관련 보험금 청구 현황 자료를 보면, B안과는 올해 들어 거의 모든 백내장 환자에게 수술 후 안압 상승 합병증을 진단했다. 이를 통해 입원치료를 진행하고 보험사에 1인당 수백만원에 이르는 보험금을 청구했다. 지난해 6월 대법원이 백내장 수술 관련해서는 통원치료가 원칙이라고 인정하면서 예외사항으로 수술 후 합병증 등으로 약물 투여, 처치 등이 계속 이뤄질 경우 입원치료가 가능하다는 조건을 단 바 있다.
백내장 수술 후 수상하게 치솟은 안압
A손보사가 확인한 결과 이 병원에서 고액의 백내장 보험금을 청구한 경우에는 모든 환자가 후낭파열에 따른 후낭절제, 유리체 탈출에 따른 유리체절제술, 안압 하강을 위한 전방천자 등의 의료행위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이례적인 안압 상승도 포착됐다. B안과에서는 이를 합병증으로 판단하고 입원치료가 필요하다고 진료한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증상들이 부자연스럽다는 점이다. B안과에서 백내장 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공통적으로 안압이 70㎜Hg 내외에 이르는 현상이 발견됐다. 통상 백내장 수술 1일 후 22㎜Hg 이상 안압이 상승하는 빈도는 30.7%, 30㎜Hg 이상인 빈도는 8.9%라는 연구 결과를 고려하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다.
이와 관련 A손보사에 의료 자문을 진행한 C대학병원은 "해당 병원의 자문 대상 백내장 환자 거의 모두가 수술 후 상당한 정도로 안압이 상승했다"라며 "이 정도의 안압 상승이면 입원이 필요하나 고의가 아니라면 한 명의 안과 의사가 한두번도 보기 힘든 정도의 안압 상승이 연속해서 일어나는 것은 상당히 드문 일"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고의로 점탄물질을 남기는 등의 수술 직후 안압 상승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면 안압 측정에 신뢰가 가지 않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도 "점탄물질을 남기고 이 정도로 안압을 올리는 것은 녹내장이 올 수도 있는 위험한 행위"라며 "환자에게도 상당히 부담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A손보사가 받은 진료기록부에 따르면 B안과는 이상 안압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의 안압을 낮추기 위해 '만니톨'이란 의약품을 투입했다. 만니톨은 통상 뇌출혈 환자들의 뇌압을 낮추기 위해 사용되는 물질이다. 투여 전에 기본적으로 피검사를 하고 삼투압 수준이 괜찮은지, 나트륨과 칼륨 수치가 정상인지 확인 후 투여한다. 투여 이후에도 생리식염수를 함께 투여하며 혈액 내 각종 수치를 관찰한다. 하지만 환자들의 진료기록부에는 만니톨 투여 조치만 기재돼 있을 뿐 이런 부가 조치에 대한 기록은 전무했다. A손보사가 조사한 결과 환자들도 이런 조치에 대한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진료기록 꾸며낸 정황도…CT촬영 비용도 70배
사문서 위조가 의심되는 정황도 있다. A손보사가 환자의 동의를 받고 진료기록지 등을 요구했을 때 B안과가 제출한 자료에는 안압 상승 내용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환자가 의사로부터 받아 제출한 진료기록지에는 안압 상승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진료기록지를 환자 지급용과 보험사 제출용으로 따로 꾸며낸 셈이다.
특히 B안과는 다초점렌즈 사용 백내장 수술도 보장받을 수 있는 2016년 1월 이전 실손보험 가입자만 골라서 비급여 수술을 진행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백내장수술용 다초점렌즈는 의료기관 간 비급여 가격이 최소 33만원에서 최대 900만원에 이르는 등 가격 차이가 27배에 달한 바 있다. 그 밖에도 B안과는 안구광학단층촬영(OCT) 비용을 610만원(단안 기준)으로 책정했다. 심평원 기준 서울 지역 안과 의원의 안구광학단층촬영 평균 금액 8만6693원의 70배를 웃돈다.
B안과가 이처럼 안압 상승에 따른 합병증 방식으로 입원치료를 진행해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 등 주요 대형 보험사로부터 올해 들어 받아낸 보험금은 2억5000만원가량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안과의원의 평균 급여매출 1억2214만원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보험사들도 이같은 안과들에 대해 공동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각 보험사 보험사기특별조사팀(SIU)들은 B안과를 포함해 강남 인근 안과들에 대해 수사 의뢰를 했다. 이미 안압 상승 외에도 각종 진료기록 조작 정황도 확인해둔 상태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여러 보험사가 B안과를 포함해 강남 인근 안과 몇곳을 주목하고 있다"며 "준비가 마무리되는 대로 수사 의뢰 등 공동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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