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정신건강' 해친다…정신과 치료 9% 늘어, 폭력도 증가
올여름 세계 각국에서 기온이 치솟으면서 기후변화가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를 넘어 '지구 비등화(沸騰化, boiling)' 상황이라는 단어도 등장했다.
이처럼 기온이 오르면 정신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늘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도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최근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대학 연구팀은 '랜싯 지구 보건(Lancet Planet Health)'에 발표한 논문에서 "월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하면, 자살 발생이 1.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폭염 때 정신과 진료 9.7% 늘어
연구팀은 2111개의 문헌 가운데 1차로 260개를 골라냈고, 이 가운데 144개를 연구에서 참조했고, 최종적으로 19개 연구를 메타분석에 직접 활용했다.
우선 자살과 관련한 메타분석 결과, 월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하면 발생률이 1.5% 증가하고, 일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하면 자살 발생률이 1.7%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월평균 기온이 1도 증가하면 자살 위험 비율도 1% 상승했다.
정신 질환으로 인한 병원 진료 또는 입원 사례의 경우, 폭염 때는 폭염이 아닌 때보다 9.7%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때의폭염 시기는 일 최고기온이 35도 이상으로 오르는 날이 최소 3일 이상 이어진 경우를 말한다.
일평균 기온을 1에서 100까지 순위로 나열했을 때, 일평균이 상위 1% 순위에 들 정도로 온도가 높은 날은 중간 수준(상위 50% 순위)보다 정신 질환 진료·입원 위험이 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 필요
다만, 온도와 웰빙 사이에는 역(逆) U자형 관계가 나타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어느 정도까지는 온도가 상승하는 것이 유익하지만, 온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해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습도와 강수량, 일조량 등 다른 요인도 심리적 상태와 온도 사이의 연관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에어컨 가동 등으로 인해 실제 생활하는 실내 온도는 바깥 기온과 다르게 쾌적할 경우도 있다.
연구팀은 "정신적 장애와 신체적 질병이 동시에 있는 경우 온도 상승에 더욱 민감할 수 있어서, 온도가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데 혼란을 줄 수 있다"며 "향후 연구에서는 정신적·신체적 질환을 분리해 기온 영향을 분석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연구팀은 "기후변화를 완화하고 의료 시스템을 강화하는 조치가 없다면, 미래에는 외부 온도 증가로 인해 정신 질환 발생률이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심리적·사회적·경제적 취약 계층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치솟는 기온이 폭력사태 부른다
지난 6월 미국 의학협회 저널 정신의학(JAMA Psychiatry)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인도·파키스탄·네팔 등 3개국에서는 연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하면 가정 내 물리적·성적 폭력 사건이 발생률이 6.3% 이상 증가했다.
이 연구는 2010~2018년 3개국의 15∼49세 여성 19만4871명을 대상으로 감정적·육체적·성적 폭력 경험을 조사하고, 이를 같은 기간 기온 변동 자료와 비교해서 얻은 결과다.
이에 앞서 지난 2013년 사이언스지에 실린 미국 스탠퍼드대학과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연구 결과를 보면, 기온이 평년보다 단 1도만 상승해도 소요 발생 빈도가 15% 가까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온이 치솟으면, 심각한 폭력 사태를 부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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