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美은행 무더기 신용강등에 하락…나스닥 0.79%↓

뉴욕=조슬기나 2023. 8. 9. 05:2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8일(현지시간) 은행주 약세로 투심이 위축되면서 일제히 하락마감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미 중소은행 10곳의 신용등급을 하향하고 대형은행의 강등 가능성까지 경고하면서 은행 건전성 우려가 재점화된 여파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158.64포인트(0.45%) 떨어진 3만5314.49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19.06포인트(0.42%) 낮은 4499.38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10.07포인트(0.79%) 하락한 1만3884.32에 장을 마감했다.

S&P500지수에서 헬스, 에너지, 유틸리티 관련주를 제외한 나머지 8개 업종이 일제히 하락했다. 무디스의 강등 여파로 은행주는 약세를 보였다. SPDR S&P은행 ETF와 SPDR S&P 지역은행 ETF는 1%이상 밀렸다. 신용등급이 강등된 M&T뱅크, 추후 강등 가능성이 예고된 BNY멜론은행도 각각 1%대 낙폭을 보였다. 은행주 약세 분위기 속에서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시티, 웰스파고 등 월가 대표 대형은행들도 줄줄이 하락세를 기록했다.

메타플랫폼은 노르웨이로부터 하루 1억원에 달하는 벌금폭탄 위기에 직면하면서 1.24% 내렸다. 차세대 인공지능(AI) 칩을 공개한 엔비디아도 1.66% 미끄러졌다. UPS는 예상보다 부진한 매출과 가이던스에 약보합을 나타냈다. 연간 매출 가이던스를 낮춘 IFF는 무려 19%이상 내려앉았다. 반면 일라이 릴리는 예상을 웃도는 주당순이익 2.11달러의 분기 실적을 공개한 후 15%가까이 치솟았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투자자들은 이날 무디스의 미 중소은행 신용등급 강등 여파와 함께 중국의 부진한 무역지표, 기업 실적 등을 주시했다. 경제매체 CNBC는 이처럼 좋지 않은 신호들이 동시에 이날 투심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인프라스트럭쳐 캐피털 어드바이저의 제이 하트필드 CEO는 "신용등급이 좋은 것은 선택사항이 아니다. 왜냐면 그들은 신뢰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지역은행 시스템에 대한 믿음이 축소되는 것은 그 어떤 종류이든 시장 심리에 정말 끔찍하다"라고 말했다.

무디스에 따르면 이번에 신용등급이 강등된 은행은 M&T뱅크, 웹스터 파이낸셜, BOK 파이낸셜, 풀톤 파이낸셜, 피나클 파이낸셜 등 10곳에 달한다. 또한 무디스는 US뱅코프, BNY멜론은행, 스테이트 스트리트, 트루이스트 파이낸셜, 노던 트러스트, 컬런/프로스 등 6개 은행에 대한 강등 여부도 현재 검토 중이다. 등급 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된 은행도 PNC파이낸셜 서비스, 캐피털 원 파이낸셜, 시티즌스 파이낸셜 등 11개 은행에 달했다.

이러한 무디스의 강등 조치는 연초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발 리스크가 여전히 은행권을 짓누르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무디스는 보고서를 통해 높은 자금조달 비용, 잠재적인 규제 자본 약화 가능성, 사무공간 수요 약화에 따른 상업용 부동산 대출 관련 리스크 증가 등이 이번 신용등급 조정의 배경이 됐다고 전했다. 이어 "자금조달 비용 상승과 수익 지표하락이 손실의 첫 번째 완충장치인 수익성을 약화할 것"이라며 "특히 중소형 은행의 자산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월가에서는 거시경제 환경이 악화하는 가운데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중단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는 "9월과 11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계속 낮아지고 내년 금리 인하 가능성은 계속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Fed 내 대표적 비둘기파인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달했음을 시사했다. 그는 연설에서 "지금부터 9월 중순 사이에 놀라운 새 데이터가 없으면 우리는 인내심을 갖고, 금리를 유지하고, 우리가 취한 통화정책 조치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시점에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발언은 전날 미셸 보우먼 Fed 이사가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날 하커 총재는 가까운 시점에서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이번주 예정된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생산자물가지수(PPI) 등 경제지표에 쏠린다. 지난주 후반 공개된 고용보고서가 엇갈린 모습을 보이면서 인플레이션 지표의 중요성이 한층 커진 상태다. 오는 10일 공개되는 미국의 7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3%, 전월 대비 0.2%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앞서 6월 CPI 상승폭이 2년여만에 최저치인 3%를 기록했으나, 7월 상승폭은 반등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어 다음날 발표되는 7월 PPI도 직전달의 0.1% 하락(전년 동월 대비)에서 플러스로 반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최근 연착륙 기대감에 힘입은 9월 금리 동결 관측이 우세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Fed가 차기 회의인 9월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86%이상 반영하고 있다. 6월 점도표 상으론 연말까지 한번 더 금리 인상이 예고된 것과 달리, 시장에서는 동결 시나리오가 우세하다.

기업실적 발표도 막바지다. 팩트셋에 따르면 현재까지 S&P500 상장기업의 89%가 실적을 공개했고 이 가운데 약 5분의4가 월가 기대를 상회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날 공개된 미국의 6월 무역적자는 전월보다 4.1% 줄어든 655억달러를 기록했다. 5월에 이어 두달 연속 감소세다. 수출(2475억달러) 한달새 0.1% 감소한 반면, 수입(3130억달러)이 1.0% 줄면서 적자 폭 축소에 기여했다. 대(對)중국 무역적자가 228억달러를 나타냈다.

뉴욕채권시장에서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4.02%선,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금리는 4.76%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달러화 가치는 뛰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달러화 지수)는 전장 대비 0.5%가량 올라 102.5선을 나타내고 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2% 가까이 상승한 16선을 기록 중이다.

유가는 부진한 중국 지표에도 불구하고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98센트(1.20%) 오른 배럴당 82.9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