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워킹 우먼' 70% 첫 돌파…젊은 여풍, 건설업에도 분다

정진호 2023. 8. 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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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처음으로 70%를 넘었다. 30대 여성 10명 중 7명은 집안일이 아니라 밖에서 일하거나 적극적으로 구직 활동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20대 후반 여성의 경제활동도 계속 증가세다. 반대로 비슷한 연령대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줄고 있다.
신재민 기자


2030 경제활동, 남자 줄고 여자 는다


8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6월 기준 30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70.1%를 기록했다. 같은 달 기준은 물론이고, 다른 달과 비교해도 70%를 넘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취업자와 구직 상태인 실업자까지 포함해 경제활동 상태로 보는데, 30대 여성의 참가율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지난해 같은 달(66.4%)과 비교하면 3.7%포인트나 올랐다. 10년 전인 2013년(57.2%)보단 12.9%포인트나 상승했다. 같은 기간 30대 남성은 93.5%에서 91.3%로 떨어졌다.
신재민 기자
20대 후반(25~29세)에선 이미 여성이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뛰어넘었다. 6월 기준 20대 후반 여성은 79.1%로, 남성(76.8%)보다 높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인 2021년 처음으로 역전한 이후 여성 우위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직후엔 보건‧복지업 일자리가 늘어나는 등 고용시장 변동성으로 인한 변수가 많았지만, 일상 회복 이후에도 이 같은 기조가 바뀌지 않았다.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줄어든 혼인·출산, 절반 넘은 맞벌이


노동 시장의 '젊은 여풍'의 배경으로 혼인‧출산이 여성의 경제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줄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하는 등 출산 자체가 줄었다. 아이를 낳는 시기도 늦어지면서 30대에 육아로 인한 노동시장 이탈이 줄었다. 전체 출산 중 어머니가 35세 이상인 비중은 지난해 35.7%다.
지난달 13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부산 여성 취·창업 박람회'에서 한 구직자가 구직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뉴스1
결혼하거나 자녀를 낳는다고 해도 여성이 일을 그만두고 육아를 전담하는 경우도 줄었다. 지난해 배우자가 있는 30대 중 맞벌이를 하는 비중은 54.2%로, 관련 통계를 처음 집계한 2013년(41.5%)보다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역대 최고였다.

건설업 뛰어든 여성…옅어진 직업 경계


성별에 따른 직업 경계가 낮아진 점도 한몫했다. 여성 건설업 취업자 수는 25만5000명(이하 6월 기준)이었는데 10년 전인 2013년(14만4000명)보다 77.1% 늘어났다. 건설업은 대표적인 남성 중심 업종이다. 역시 남성 중심 업종으로 꼽히는 전문·과학·기술(29만명→50만7000명), 운수·창고업(13만3000명→17만9000명) 등에서도 10년 새 여성 취업자 수가 크게 늘었다.
이정은(26)씨가 지난달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의 한 상가 인테리어 현장에서 계산대 밑에 필름 시공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본인 제공
이정은(26)씨는 아파트·상가 등 인테리어 현장이 일터다. 문이나 창문 틀, 싱크대 등에 필름지를 붙이는 작업을 한다. 그는 “필름 가게 일을 돕다가 학원과 인터넷 등으로 배우고 지난해 7월부터 본격적으로 현장에 뛰어들었다”며 “현장이 고되긴 하지만 여성 동료가 늘어나는 걸 체감한다.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필름하는 정남이)을 통해 여성 구독자의 ‘배우고 싶다’는 연락이 자주 온다”고 말했다.

줄어든 일자리, 남성 구직 포기로


남성들의 일자리 찾기는 예전보다 어려워졌다. 대표적인 여성 중심 업종으로 꼽히는 보건‧사회복지 서비스업 취업자 수는 289만7000명으로, 2013년(160만1000명)보다 80.9% 늘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간병인 등 돌봄과 사회복지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보건·사회복지업은 여성 취업자 수가 남성보다 4.54배 많다.
김영희 디자이너
반면 남성의 취업 비중이 높은 제조업·건설업은 취업자 수 증가세가 크지 않았다. 각각 448만8000명·212만3000명으로 10년 새 4.3%· 15.2%씩 증가하는 데 그쳤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기업‧중견기업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드는 추세다 보니 남성 취준생은 취업할 만한 자리가 없다고 느낄 것”이라며 “결혼을 이전만큼 하지 않으면서 남성의 부양 의무는 줄었고, 이 때문에 원하는 일자리가 아니라면 그냥 일을 안 하는 식의 구직 포기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감소하는 건 구직단념자가 그만큼 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취업을 위한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면 비(非)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다. 조영인 인크루트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장대행은 "남녀 고용차별이 개선되면서 여성의 취업문이 과거에 비해 넓어졌고, 여성 고액 연봉자도 다수"라며 "상대적으로 남성의 취업이 과거에 비해 더 어려워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 임금 수준은 여전히 낮아


여성 근로 의지가 남성보다 크다는 해석도 나온다. 여성 고용의 질은 남성에 못 미쳤다. 중소기업 등 임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일자리엔 여성이 많았다.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 분석 결과 30~40대 여성 취업자 중 10명 미만 사업체에 근무하는 비중은 42.5%로, 같은 조건 남성(38.7%)보다 많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의 시간당 임금총액은 1만8113원으로, 남성(2만5886원)의 70%였다. 차츰 여성 임금 수준이 오르면서 처음으로 70%를 넘기긴 했으나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김주원 기자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2009년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남성을 역전한 이후 꾸준히 격차를 벌리는 등 여성의 사회 진출과 지위가 올라가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저임금 일자리에 여성 취업이 더 많다”며 “사회 진출 연령대 여성은 급여가 낮은 일자리라고 해도 기회가 오면 들어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일자리 양극화와 미스매치의 영향으로 여성 임금 수준이 크게 늘지 않았는데 이 같은 고용시장 변화를 고려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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