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예고도 테러" 학교 총기난사 겪은 美, 10대도 징역 때린다

김형구 2023. 8. 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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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 난동과 살인 예고 게시물 등으로 국민 불안이 커진 가운데 7일 오후 서울 강남역 지하쇼핑센터에서 경찰특공대 대원들이 순찰하고 있다. 경찰은 다중 밀집지역 43곳에 소총과 권총 등으로 무장한 경찰특공대 전술요원 107명을 배치하고 서울 강남역과 부산 서면역 등 11곳에는 전술 장갑차를 투입했다. 연합뉴스

신림역·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온라인상에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범죄 예고’가 늘면서 시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살인을 예고하는 게시물을 올려도 대상이 특정되지 않거나 구체적 실행 계획이 없으면 법적 처벌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은 다르다. 주마다 조항이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공중(公衆)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 살인예비죄, 테러방지법 등을 적용해 무겁게 처벌하는 사법 체계가 잡혀 있다.

지난해 9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포튜나 고등학교엔 비상이 걸렸다. 학교에 폭탄을 설치하고 총격을 가하겠다는 위협 글이 소셜미디어에 올랐기 때문이다. 곧 학교 캠퍼스가 봉쇄되고 경찰특공대(SWAT)가 출동했다. 경찰은 용의자인 학생 두 명을 체포한 뒤 소년원에 구금해 지역 사회에서 격리 조치했다.

이들 두 명에겐 캘리포니아주 형법 422조 ‘범죄 위협’ 조항이 적용됐다. 이 조항은 ▶타인을 불법적으로 살해하거나 중대한 신체적 상해를 입히겠다고 협박한 경우 ▶구두나 서면 또는 전자통신(e메일)을 통해 위협을 한 경우 등을 중범죄로 다룬다는 내용이다.

중범죄로 인정되는 범죄 위협은 최대 징역 3년형에 처할 수 있다. 미 법조계 인사는 “미국인들에게는 수정 헌법 제1조에 따라 폭넓은 표현의 자유가 주어지지만, 그 자유가 다른 사람을 폭력으로 겁박하고 안전을 위협할 권리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며 “범죄 위협 행위만으로도 명백한 불법이고 처벌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상 살인 예고 게시물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7일 대구 중구에서 한 시민이 ‘살인 예고’를 정리해 알려주는 웹사이트에서 실시간 예고 글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미국에선 청소년의 범죄 위협도 엄하게 처벌하는 추세다. 미시간주의 테러방지법(Anti-terrorism act)에 따르면 18세 미만이더라도 총기를 이용한 학교 내 위협 행위의 경우엔 성인과 같은 기준으로 기소가 가능하다. 미국에선 지난 20년간 약 300건의 학교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 총격 사건이 자주 나고 피해도 큰 만큼 사소한 위협에도 강력하게 대응해 예방 효과를 높이고 호기심이나 모방 심리가 강한 10대의 일탈을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취지가 담겼다.

또한 미시간주의 테러방지법은 시민을 위협하거나 정부 기관을 협박·강압하는 행위를 테러로 규정하고 처벌한다. 인터넷상 살인 예고도 테러로 간주한다는 얘기다. 테러방지법에 따르면 테러를 저지르겠다고 위협하거나 테러 위협을 거짓 신고한 혐의로도 기소돼 처벌받을 수 있다.

지난 3월 29일(현지시간)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의 더 커버넌트 스쿨 입구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두 여성이 포옹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서는 누구든지 타인의 신체에 상해를 가하겠다고 위협한 혐의가 인정되면 벌금형 또는 6개월 이하 징역형에 처하거나 벌금형과 징역형을 동시에 부과할 수 있다. 인근 버지니아주에선 누군가를 해할 목적으로 e메일 등으로 위협해 공공장소·대중교통에서 시민들이 대피하는 상황을 초래한 경우 5등급 중범죄를 적용해 엄벌에 처한다.

미시간주 한 변호사는 “9·11테러, 그리고 그 이후 총기 난사 사건이 끊이지 않는 미국에서 법 집행기관은 모든 종류의 위협과 테러 행위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테러 혐의로 기소될 경우 최대 형벌인 종신형 기소까지 각오해야 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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