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미얀마 대사를 K2탱크에 태우다니"…유엔, 韓에 경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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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韓, 군부 정당화하나"
8일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따르면 유엔은 톰 앤드루스 유엔 미얀마 인권 특별보고관 명의로 지난 6월 5일 한국 정부에 서한을 보내 "2023년 5월 10일 외교부가 주최한 국산 무기 홍보 행사에 초청된 18개국 외교단 중 딴 신(Thant Sin) 주한 미얀마 대사가 포함됐다는 사실에 강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딴 신 대사가 K2 탱크 위에 올라타 손을 든 사진도 찍혔다"면서다.
당시 외교부는 경기도 포천 육군 부대에 각국 외교단을 불러 실제 전투 사격 훈련 참관, 장비 전시 관람, 차량 장비 시승 등 홍보 행사를 열었다. 초청된 외교단 중에는 유엔의 지적대로 딴 신 대사도 포함됐다. 그는 2019년 부임했지만, 2021년 2월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에도 미얀마를 대표해 활동하고 있다. 군부의 신임을 받은 대사라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유엔은 이어 "딴 신 대사가 행사에 참석한 것 자체가 불법적이고 잔혹한 미얀마 군사 정부를 정당화하는 것"이라며 "마치 한국 정부가 미얀마 군부에 무기를 팔 수 있다는 뜻으로 비칠 수 있어 대(對) 미얀마 무기 이전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정책 자체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미얀마 군부 쿠데타 직후인 2021년 3월 미얀마와 군 교류를 끊고, 군용 물자의 수출을 금지하는 독자 제재를 발표했다. 유엔은 무기 수출을 위한 행사에서 미얀마 대사를 탱크에까지 태우는 한국이 이런 제재를 제대로 실행할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표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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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韓 조치에 역행"
유엔은 또 "한국이 미얀마 대사를 무기 홍보 행사에 부른 시점은 약 170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난 4월 미얀마 군부의 '사가잉 지역' 공습으로부터 약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을 때"라고 지적했다. 유엔은 이어 "한국 정부의 이번 결정은 그간 한국이 미얀마 사태와 관련해 취한 여러 긍정적 조치에 역행한다"고 했다.
정부는 이런 내용의 유엔 서한에 지난달 26일 답신을 보내 "딴 신 대사를 초청한 건 미얀마에 무기를 주겠다는 의도가 아니었다"며 "당초 초대장은 전례에 따라 한국에 주재 중인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국가들을 상대로 발송했으며, 이에 따라 아세안의 회원국인 미얀마 대사가 참석하게 된 것"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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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에 경종
하지만 결과적으로 정부는 '민주주의의 무기고(arsenal of democracy)'로 불리는 한국의 방산을 민간인 살상을 일삼는 미얀마 군부를 상대로 버젓이 홍보한 데 이어 유엔의 경고까지 받은 격이 됐다.
당시 행사에서 정부는 외교단을 상대로 "무기 체계에 관심이 있으면 유관 기관을 소개하겠다"는 제안까지 했다. 'K-방산'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관성적인 업무 처리로 인해 인권 수호 국가를 자처하는 윤석열 정부의 가치 외교에 오히려 흠집이 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방산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경제적 이익 뿐 아니라 정부의 기본 원칙과 기조에 대해서도 세밀히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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