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뉴 전경련’ 류진 한경협 회장에게 기대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오는 22일 임시총회에서 류진 풍산 회장을 새 수장으로 추대하고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새 출발한다. 전경련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5월 발표한 혁신안대로 한경협이 흡수·통합하기로 했다.
류 회장이 새롭게 태어날 한경협을 잘 이끌어갈 적임자라는 데 재계 안팎의 공감대가 있다. 류 회장은 2001년부터 20여 년간 전경련 부회장으로 활동했고, 한미재계회의 한국 측 위원장과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이사회 이사 등을 맡을 정도로 국제 경험과 글로벌 인맥이 탄탄하다. 지난해 한·미 관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한·미 친선 비영리단체인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주는 ‘밴플리트상’을 받기도 했다. 미국 정·재계 인맥이 넓은 ‘미국통’으로 꼽히는 만큼 가치동맹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요즘의 한·미 동맹 분위기와도 잘 어울린다.
그럼에도 류 회장과 한경협 앞에 놓인 과제는 만만치 않다. 땅에 떨어진 조직의 위상을 회복해 명실상부한 재계의 대표단체가 되기 위해선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의 재가입 여부가 관건이다. 4대 그룹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에 얽히면서 2016~2017년 전경련에서 탈퇴했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한경협 스스로가 매력적인 단체가 돼야 한다. 단순한 재계의 나팔수가 아니라 글로벌 시각과 전략적 마인드를 갖추고 사회 갈등을 통합하며 국민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개발연대의 유물인 정경유착과 결별하기 위해선 전경련 혁신안에 들어 있던 윤리경영위원회를 설치하고 진정성 있게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자금 창구 역할을 한 건 옛날 얘기라지만 몇 년 전까지 이명박 정부의 미소금융재단이나 박근혜 정부의 청년희망재단처럼 정권이 주도한 정책을 위해 재계의 돈을 거두는 수금원 역할을 전경련이 해 온 것도 사실이다. 윤리경영위를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제대로 실천한다면 예산을 쓰는 대신 손쉽게 기업의 재원에 기대려는 정부의 구습과도 자연스레 결별할 수 있을 터다.
이와 함께 한경협이 재계의 이익단체를 넘어 기업가 정신과 자유시장 경제를 옹호하는 힘 있는 싱크탱크가 되기를 바란다. 우리도 미국기업연구소(AEI)나 헤리티지재단처럼 영향력 있고 존경받는 싱크탱크가 나올 때가 됐다. 새로운 한경협이 ‘글로벌 싱크탱크’이자 ‘글로벌 중추 경제단체’로 거듭나는 데 류 회장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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