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美은행 무더기 신용강등에 1%대 하락세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8일(현지시간) 은행주 약세로 투심이 위축되면서 장 초반 일제히 1%대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미 중소은행 10곳의 신용등급을 하향하고, 대형은행의 강등 가능성까지 경고한 여파다.
이날 오전 10시32분께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블루칩으로 구성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440.84포인트(1.24%) 하락한 3만5032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48.02포인트(1.06%) 내린 4470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83.55포인트(1.31%) 떨어진 1만3810선을 기록 중이다.
현재 S&P500지수에서 헬스 관련주를 제외한 나머지 10개 업종이 일제히 하락 중이다. 특히 은행주의 약세가 두드러진다. 현재 SPDR S&P은행 ETF의 낙폭은 4%에 육박한다. SPDR S&P 지역은행 ETF도 4%대 하락 중이다. 신용등급이 강등된 M&T뱅크는 전장 대비 3% 이상 밀린 수준에 움직이고 있다. 웹스터 파이낸셜, BOK 파이낸셜도 각각 2.8% 안팎의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추후 강등 가능성이 예고된 US뱅코프는 4%, BNY멜론은행은 2%이상 내려앉았다. 은행주 약세 분위기 속에서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시티, 웰스파고 등 월가 대표 대형은행들도 각각 2~3%대 낙폭을 나타내고 있다.
UPS는 예상보다 부진한 매출과 가이던스에 1%이상 내렸다. 홈디포와 로위스는 텔시그룹이 투자등급을 하향조정한 여파로 각각 1.5%, 2.3%대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일라이 릴리는 예상을 웃도는 주당순이익 2.11달러의 분기 실적을 공개한 후 17%이상 치솟았다.
투자자들은 이날 무디스의 미 중소은행 신용등급 강등 여파와 함께 중국의 부진한 무역지표, 기업 실적 등을 주시하고 있다. 경제매체 CNBC는 이처럼 좋지 않은 신호들이 동시에 이날 투심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무디스에 따르면 이번에 신용등급이 강등된 은행은 M&T뱅크, 웹스터 파이낸셜, BOK 파이낸셜, 풀톤 파이낸셜, 피나클 파이낸셜, 올드 내셔널, 프로스페리티 뱅크셰어즈, 아말리로 내셔널, 어소시에이티드 뱅코프, 커머스 뱅크셰어즈 등이다. 이들 10개 은행의 신용등급은 한 단계씩 떨어졌다. 무디스는 보고서를 통해 높은 자금조달 비용, 잠재적인 규제 자본 약화 가능성, 사무공간 수요 약화에 따른 상업용 부동산 대출 관련 리스크 증가 등이 이번 신용등급 조정의 배경이 됐다고 전했다.
현재 무디스는 US뱅코프, BNY멜론은행, 스테이트 스트리트, 트루이스트 파이낸셜, 노던 트러스트, 컬런/프로스 등 6개 은행에 대한 강등 여부도 현재 검토 중이다. 등급 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된 은행도 PNC파이낸셜 서비스, 캐피털 원 파이낸셜, 시티즌스 파이낸셜, 피프스 서드 뱅코프, 리전스 파이낸셜, 앨리 파이낸셜, 뱅크 OZK, 헌팅턴 뱅크셰어스 등 11개 은행에 달했다.
이러한 무디스의 강등 조치는 연초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발 리스크가 여전히 은행권을 짓누르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무디스는 "자금조달 비용 상승과 수익 지표하락이 손실의 첫 번째 완충장치인 수익성을 약화할 것"이라며 "특히 중소형 은행의 자산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시스템 전반에 걸친 예금이 다음 분기에 다시 감소할 상당한 위험이 남아있다"면서 "자본잠식 가능성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2024년 초 경기침체에 진입하면 리스크가 더 뚜렷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월가에서는 거시경제 환경이 악화하는 가운데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길 바란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는 "주식이 하락했지만 월가에서 글로벌 경제 약세가 인플레이션 목표치 2% 달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만큼, 그리 나쁘지는 않다"면서 "9월과 11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계속 낮아지고 내년 금리 인하 가능성은 계속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Fed 내 대표적 비둘기파인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달했음을 시사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지금부터 9월 중순 사이에 놀라운 새 데이터가 없으면 우리는 인내심을 갖고, 금리를 유지하고, 우리가 취한 통화정책 조치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시점에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발언은 전날 미셸 보우먼 Fed 이사가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Fed는 앞서 미국의 기준금리를 22년 만에 최고치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이날 하커 총재는 가까운 시점에서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이번주 예정된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생산자물가지수(PPI) 등 경제지표에 쏠린다. 지난주 후반 공개된 고용보고서가 엇갈린 모습을 보이면서 인플레이션 지표의 중요성이 한층 커진 상태다. 오는 10일 공개되는 미국의 7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3%, 전월 대비 0.2%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앞서 6월 CPI 상승폭이 2년여만에 최저치인 3%를 기록했으나, 7월 상승폭은 반등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어 다음날 발표되는 7월 PPI도 직전달의 0.1% 하락(전년 동월 대비)에서 플러스로 반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최근 연착륙 기대감에 힘입은 9월 금리 동결 관측이 우세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이날 오전 Fed가 차기 회의인 9월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86%이상 반영하고 있다. 6월 점도표 상으론 연말까지 한번 더 금리 인상이 예고된 것과 달리, 시장에서는 동결 시나리오가 우세하다.
기업실적 발표도 막바지다. 팩트셋에 따르면 현재까지 S&P500 상장기업의 89%가 실적을 공개했고 이 가운데 약 5분의4가 월가 기대를 상회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날 공개된 6월 무역적자는 전월보다 4.1% 줄어든 655억달러를 기록했다.
뉴욕채권시장에서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4.0%선,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금리는 4.76%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앞서 재무부가 3분기 예상 차입액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이번주 장기 국채 금리 움직임에 여파를 미칠지에도 투자자들의 눈길이 쏠린다.
달러화 가치는 뛰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달러화 지수)는 전장 대비 0.5%이상 올라 102.6선을 나타내고 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13%이상 뛰어올라 17.8선을 기록 중이다.
유럽증시도 일제히 하락세다. 독일 DAX지수는 1.18% 내린 수준에 움직이고 있다. 프랑스 CAC지수는 0.83%, 영국 FTSE지수는 0.47% 하락 중이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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