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에 맞추랴 중국도 챙기랴…K배터리, 아슬아슬 줄타기
미·중 패권 갈등 속에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양쪽을 놓치지 않으려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혜택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동시에 중국과도 협력 관계를 단단히 하는 모습이다.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은 글로벌 1위 코발트 생산 업체인 중국 화유코발트와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합작법인을 설립했다고 8일 밝혔다.
신설 법인은 중국 현지에서 폐배터리에서 니켈·코발트·리튬 등 핵심 광물을 회수해 다시 배터리를 제조하는 사업을 맡는다. 전처리 공장(폐배터리 가공)은 장쑤성 난징시에, 후처리 공장(금속 추출)은 저장성 취저우시에 각각 세운다는 계획이다. LG엔솔로선 지난 4월 중국 리튬 업체 야화와 모로코 내 수산화리튬 생산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데 이은 또 다른 중국 업체와의 협력이다.
SK온은 이미 지난 3월 에코프로머티리얼즈와 함께 중국 배터리 소재 업체 거린메이(GEM)와 손잡고 전북 새만금에 전구체(니켈·코발트 등 각종 금속을 섞은 양극재의 소재)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3사가 1조2100억원을 투자해 연산 5만t 규모로 올해 안에 착공, 내년에는 완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소재 업체들도 중국과 접점을 늘리고 있다. LG화학은 중국 화유코발트와 합작해 1조2000억원을 들여 연산 10만t 규모의 전구체 공장을 새만금에 짓기로 했다.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은 세계 1위 전구체 기업인 중국 CNGR과 각각 황산니켈 생산 라인과 전구체 공장을 경북 포항에 조성할 계획이다. 총 1조5000억원을 투자해 2026년 양산을 시작한다는 게 목표다.
그간 국내 배터리 관련 업체들은 미국에 적극적으로 진출해왔다. 북미에서 최종 조립한 전기차에만 세제 혜택을 주는 IRA 지원을 받기 위해서였다. LG엔솔은 GM·혼다와 각각 손잡고 북미에 배터리 공장을 짓는 중이다. 삼성SDI가 GM·스텔란티스와, SK온이 포드와 각각 제휴한 상태다.
그런 한편으로 중국 업체와 협력을 늘리는 양손잡이 전략을 쓰고 있는 것이다. 세계 1위 전기차 시장인 중국의 덩치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거대한 중국 시장을 등 돌릴 수는 없을뿐더러 중국과의 협력이 동남아시아 등에 진출하는 발판도 된다”고 설명했다.
리튬·코발트 등 주요 광물과 전구체 등 핵심 소재의 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점도 중요하다. 비교적 환경 규제가 느슨한 중국에는 광물 채굴·제련 기업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1~5월 국내 업체들이 배터리 원료·소재를 가장 많이 수입한 국가는 중국이었다. 황산코발트는 전량, 전구체는 97.5%를 수입하는 등 그 비중도 매우 높다.
중국 업체들도 적극적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4개월간 중국 업체들이 한국의 신규 배터리 공장에 투자하기로 한 금액은 총 5조1000억원에 달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미국 시장에 접근하기 위해 한국 산업을 이용하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는 한국에서 배터리 소재를 만들어 미 완성차 업체에 수출하면 IRA 세제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정부가 중국의 ‘우회 진출’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지 주시하고 있어서다. 최근 미 하원이 중국 CATL과 합작에 나선 자국 완성차 업체 포드에 대한 조사에 나선 만큼, 중국 합작 기업에 대한 규제는 언제든 이뤄질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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