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새 회장 후보 6명 압축…동갑내기 부회장 3인 포함
KB금융그룹의 세대교체를 이끌 차기 회장 후보가 6명으로 압축됐다. 박정림 총괄부문장과 양종희·이동철·허인 현 부회장, 외부 인사 2명이다. 만으로 9년간 그룹을 이끄는 윤종규 회장은 용퇴 의사를 밝히면서 제외됐다. 8일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최종후보군(숏리스트)을 이같이 발표했다.
KB금융이 ‘CEO 내부 후보자군 육성 프로그램’으로 공들여온 1961년생 동갑내기 부회장 3인방과 박 부문장은 이변 없이 숏리스트에 올랐다. KB금융은 2021년 4개의 비즈니스 그룹 체제로 개편했는데, 이들은 ▶개인고객·자산관리·연금·소상공인 부문(양종희 부회장) ▶글로벌·보험 부문(허인 부회장) ▶디지털·IT 부문(이동철 부회장) ▶자본시장·기업투자금융 부문(박정림 총괄부문장)을 각각 나눠 맡고 있다.
허 부회장은 2017년~2021년 국민은행 최초로 은행장을 3연임 한 뒤 부회장으로 영전했다. 허 부회장이 이끌었던 국민은행은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하는 성과를 냈고,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사태를 비껴갔다. 그는 서울대 법학과 80학번으로 같은 과 79학번인 윤석열 대통령의 1년 후배기도 하다.
이 부회장은 2000년 국민·주택은행 합병, 2003년 인도네시아 BII 인수 등 주요 인수합병(M&A) 실무를 담당한 뒤 2016년 현대증권(현 KB증권) 인수를 진두지휘한 M&A 전문가다. 2018년~2021년 KB국민카드 대표로 재직하면서 실적 증가를 이끌어 비은행 부문 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양 부회장은 2020년 KB금융이 10년 만에 부활시킨 부회장직의 첫 주인공이다. 2015년 LIG손해보험 인수를 이끈 뒤, KB손해보험 대표이사를 3연임 하며 성장을 이끌었다. KB손보는 지난해 5570억원의 순이익을 내 비은행 계열사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박 총괄부문장은 KB국민은행 자산관리 그룹 부행장 출신으로 ‘자산 관리 전문가’라는 평가다. 2019년 KB증권 대표로 취임하면서 국내 증권업계 사상 첫 여성 CEO로 주목받았는데, 차기 회장으로 선임된다면 여성 최초 금융지주 수장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다.
외부 후보자 2명은 본인 요청에 따라 비공개됐다. 외부 후보자가 29일 3인으로 추려질 명단에 포함될 경우 공개될 예정이다. 최종 후보자 1명은 심층 인터뷰를 거쳐 내달 8일 선정된다. 이후 회추위와 이사회 추천 절차를 거쳐 11월 20일 주총을 통해 회장으로 선임된다.
재임 기간 세 배 넘는 순이익 성장을 이끌어온 윤 회장이 4연임을 포기하면서, 차기 회장은 ‘리딩그룹 자리 다지기’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 KB금융은 2017년 그룹 역사상 처음으로 3조 원대 순이익을 달성한 뒤, 2021년과 2022년에는 2년 연속 4조 원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KB금융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주목하고 있는 글로벌 사업을 성공적으로 꾸려가는 것 역시 차기 회장에게 주어진 핵심 과제다. 윤 회장은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부문 비중 및 글로벌 수익 비중을 그룹 전체의 40% 수준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내놓은 바 있다.
KB금융은 경영 승계프로그램을 잘 구축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윤 회장이 2014년 취임 직후 지배구조 개선 TFT를 출범해 공을 들였다. 반기 단위로 회장 후보자 군을 업데이트하고, 내부 후보자들에게는 다양한 직무를 맡기고 이사회 일정에 참여시켜 회추위가 지속해서 관찰한다. 외부 후보자 군은 전문기관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선정해 관리한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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