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축구 벌어지는 격차③]유럽행 길 터주고 전진 기지 만들자
한국축구는 최근 일본 각급 연령별 대표팀과의 맞대결에서 5연속 0-3 참패를 당했다. 한일 프로축구를 모두 경험한 재일동포 공격수 출신 정대세(39), 양국 프로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선수를 조련한 이케다 세이고(63) 울산 현대 코치, 일본 J리그 세레소 오사카의 가지노 사토시(58) 단장에게 이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물었다.
일본 축구의 성장 과정을 설명하며 세 사람 모두 지난 2005년 일본축구협회가 공표한 ‘재팬 웨이(Japan’s Way) 프로젝트’를 언급했다. 오는 2050년까지 축구 관련 인구를 1000만명까지 늘리고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게 이 프로젝트의 목표다.
이케다 코치는 “1993년 J리그 출범 후 일본에 건너온 해외 톱클래스 지도자와 선수들이 일본 축구의 물줄기를 바꿔 놨다. 뿌리부터 튼튼히 하기 위해 유소년에 7대7 경기 제도를 도입했고 지도자 육성에 중점을 뒀다. 어린 선수들이 오전에 수업을 받을 때 지도자들은 머리를 맞대고 효율적인 지도 방법을 논의하며 노하우를 쌓았다”고 했다. 통상적으로 한국에선 감독상을 우승팀 사령탑에게 주지만, 일본에선 성적과 관계 없이 선수 기량 발전을 이끈 지도자에게 주는 경우가 많다.
대한축구협회 또한 지난 2014년 유소년 육성 프로그램 ‘골든 에이지’를 도입해 여러 유망주를 길러냈지만, 축구인들은 “개선과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본은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50년을 준비하는데, 우리는 당장 눈앞의 월드컵까지 4년만 본다”고 지적했다.
수직적·강압적 지도 방식의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대세는 “축구를 배우는 선수가 11명이라 가정하면 3명은 지도 스타일과 상관없이 성장하고, 3명은 도태된다. 나머지 4명을 어느 쪽으로 이끄느냐가 중요한데, 자율성을 억압하는 환경에선 도태 쪽으로 기울어질 확률이 높다”고 짚었다.
유럽 무대에서 도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가지노 단장은 “세레소는 연고지 인근 3개 지역에서 엘리트와 취미반을 포함해 2000여 명의 유소년 선수들을 가르친다. 세계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수준급 선수를 육성하는 게 구단 운영의 핵심 목표”라면서 “일본 축구계는 더 큰 무대에 도전하는 선수들에게 가급적 길을 열어준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다”고 했다. 한 국내 축구인은 “신트 트라위던(벨기에)처럼 유럽 구단을 인수해 해외 진출의 전진 기지로 활용하는 일본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일본축구협회가 독일 뒤셀도르프에 해외 베이스 캠프를 만들었듯, 축구협회도 유럽파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과감한 변화의 대전제는 ‘낡은 생각과 시스템은 과감히 바꾸되 한국 축구가 오랜 기간 다져 온 여러 강점까지 흔들어선 안 된다’는 점이다. 이케다 코치는 “인생을 걸고 도전하는 한국식 축구 문화는 토너먼트를 포함한 승부처에서 강점을 발휘한다”고 했다. 정대세 역시 “독일 축구를 벤치마킹한 일본은 독일과 마찬가지로 ‘확실한 골잡이 부재’라는 고충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가지노 단장은 “일본 유스 시스템이 성적과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기술과 과정만 중시한다는 건 명백한 오해다. (한국 축구가 강조하듯이) 이기지 못하는 경기는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축구대표팀 멤버 A선수는 “일본 선수들의 경기력은 인정한다. 다만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처럼 한국 유스 시스템을 거쳐 월드클래스로 성장한 사례가 있다. 결국 선수 개개인의 경쟁력을 높이는 게 두 나라의 격차를 줄이는 길”이라고 말했다.
송지훈·박린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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