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8세 앞세워 “오염수 반대”…여당 “선동에 아이 이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주재한 행사에서 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가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이 핵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는 걸 찬성했다”며 성토했다. 민주당이 8일 국회에서 개최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를 위한 아동·청소년·양육자 간담회’에서다. 행사는 유튜브로도 생중계됐다.
‘아동 활동가’를 대표해 발언에 나선 여덟 살 김한나 어린이는 “내가 제일 싫은 건 우리나라 대통령이 핵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는 걸 찬성했다는 것”이라며 “저나 제 친구가 대통령이라면 핵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는 걸 절대 막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위험한 핵발전을 당장 멈추자”며 “경주 월성에 사는 다섯 살 동생도 피폭됐다. 너무 속상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에 “핵 오염수 배출 문제는 얼마든지 피할 수 있는, 피해야 하는 문제인 것이 분명하다”며 “지금 당장 시급한, 장기적으로 미래 세대에 피해를 끼칠 게 분명한 핵 오염수 배출 문제에 총력 단결해 대책을 강구하고 저지할 때”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한 고등학생에게선 “이재명 특검과 김건희 (국정)조사가 민생보다 중요하냐”는 면박을 당하는 등 쓴소리도 들었다. 고교 1학년 정근효 학생은 “노동자, 기후위기 피해로 고통받는 이들, 극심한 교육환경에 자살하는 학생보다 이재명 특검, 김건희 조사가 죽을 만큼 중요한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욕하는 현수막,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욕하는 현수막을 다는 게 부끄럽지도 않으냐”고 말했다.
자신을 ‘제주 청소년 지구평화 단체 활동가’라 소개한 정근효 학생은 이어 “(민주당 소속) 오영훈 제주지사 앞에서 (제주2공항 건설 저지 관련) 기자회견을 했는데, 청원경찰이 끌고 가 목소리를 억압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행사를 두고 한 중진 의원은 “생명과 건강에 대한 순수한 문제에 아이들을 끌어와 정치적 개입을 시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황규환 국민의힘 수석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아이들을 선동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며 “이 대표가 휴가 기간 궁리한 것이, 미래 세대를 정쟁과 선전·선동에 앞세우는 것이었나. 어른으로서 참 부끄럽다”고 비판했다. 당 안팎에서 비판이 나오자 민주당 대표실 관계자는 “참석 단체에서 먼저 후쿠시마 이슈와 관련해 자신들의 목소리도 들어달라고 연락이 와서 일정을 잡게 된 것”이라며 “참석자 발언은 우리도 통제할 수가 없어 당황스러웠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재명 대표를 상대로 살해·폭발물 테러를 하겠다고 협박하는 e메일이 서울시 공무원 등에게 발송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이날 오후 국회에 폭발물처리반(EOD)을 투입해 탐지 작업도 벌였다.
강보현·김정재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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