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스타] 국대 포수 100% 대체했다…박유연 "더 치고 나가는 선수 될게요"
차승윤 2023. 8. 8. 22:14
"여기에서 떨어지지 않고 더 치고 나가는 선수가 되겠다."
'포수 왕국'에 새 얼굴이 더해질 수 있을까. 박유연(24·두산 베어스)이 국가대표 포수 양의지의 공수 활약을 적어도 하루 동안 완벽하게 대신했다.
박유연은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삼성 라이온즈전에 8번 타자·포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 팀의 5-3 승리 주역이 됐다.
2017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두산에 입단한 박유연은 이날 경기 전까지 1군 통산 5안타에 그쳤던 백업 포수였다. 양의지부터 박세혁까지 주전 포수진이 탄탄했던 두산에서 좀처럼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러나 2018년 43경기 타율 0.305, 2019년 51경기 타율 0.290을 기록하는 등 퓨처스(2군)리그에서는 조금씩 잠재력을 보여왔다.
그러던 중 1군에 자리가 생겼다. 4+2년 최대 152억원을 받고 친정팀에 돌아와 팀의 투타를 이끌던 양의지가 돌연 옆구리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게 됐다. 결장 예상기간도 2~3주. 양의지의 공백은 팀의 위기인 동시에 젊은 포수들이 시험받을 수 있는 기회기도 했다.
박유연은 일단 그 기회의 첫 걸음을 성공적으로 디뎠다. 지난 6일 KT 위즈전 1타수 무안타로 올해 첫 타석을 소화한 데 이어 8일 공수 활약으로 이승엽 감독에게 실력을 충분히 어필하는 데 성공했다.
경기 승리 후 취재진과 만난 박유연은 "KT전 때는 경기 후반에 나갔는데, 그때는 많이 떨렸다. 그 이닝이 지나고 나니 긴장이 풀리더라. 그래도 작년에 좀 뛰어봐서 긴장이 바로 풀리더라"고 6일 출전을 떠올렸다. 콜업되면서 가족과 연락했냐고 묻자 "부모님께서 어제 전화하셨다. '떨지 말고 잘 해'라고 하셨는데, 안 떨고 잘한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양의지 대체에 대한 부담은 없었을까. 그는 "부담은 있었지만, 코치님들이나 형들이 '나가서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고, 하던 대로 하면서 (실력을) 보여주면 된다'고 해주셨다. 그래서 마음 편하게 했다"고 전했다. 당사자인 양의지의 조언은 없었을까. 박유연은 "의지 선배는 그냥 툭 치고 말 없이 가셨다"고 웃었다.
이날 친 2루타는 그의 1군 데뷔 첫 장타였다. 소감을 묻자 박유연은 "사실 치고 난 후 타구를 끝까지 보지 못해 그렇게 멀리갈 줄 몰랐다"며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 번이라도 더 할 걸 싶었다. 그랬으면 담장 밖을 넘어가지 않았을까. 그렇게 잘 맞은 게 처음이었다. 타격 포인트를 앞에 놓고 친다고 생각했더니 그런 것 같다. 손맛이 좋았다"고 웃었다.
수비에서도 영건 최승용과 호흡을 맞추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박유연은 "오늘 경기 시작 전에도 승용이와 이야기를 많이 했다. 승용이 구위가 워낙 좋아서 초반에 공격적으로 리드했다. 승용이도 자신감이 생겨 잘 따라왔다"고 설명했다.
박유연의 목표는 잠시 대체 선수로 1군에 머무르는 게 아니다. 1군 백업 포수를 경쟁할 수 있고, 나아가 포수 왕국 두산 선수답게 큰 꿈을 잊지 않고 있다. 그는 "시즌 초 너무 타격이 안 돼 연습을 많이 했다. 나와서 혼자 (훈련하며) 치니 자연스럽게 좋아졌다"면서 "이제 여기에서 떨어지지 않고, 좀 더 치고 나가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을 전했다.
잠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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