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지 않는 한미사이언스 지분 매각…더 꼬이는 한미약품 상속세 마련

최창원 매경이코노미 기자(choi.changwon@mk.co.kr) 2023. 8. 8.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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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그룹이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오너 일가가 상속세 마련을 위해 추진한 한미사이언스 지분 매각이 지연되면서 시장에서 딜 클로징 관련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지분 일부(11.8%)를 사들이기로 한 사모펀드(PEF) 라데팡스파트너스는 핵심 출자자(LP) MG새마을금고중앙회의 뱅크런 사태로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초 예정됐던 거래 종결 시점도 훌쩍 넘어섰다. 한미사이언스는 5월 3일 ‘주식 등의 대량 보유 상황’ 공시에서 거래 종결일을 ‘선행조건 충족을 전제로, 2023년 5월 30일 또는 당사자들이 합의하는 날’로 제시했다.

불확실성 확대로 시장에선 운용사(GP) 변경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이미 일부 PEF들이 오너 일가와 라데팡스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GP 지위 이관을 제안하는 것이다. 상속세 납부를 위한 거래인 만큼, 자금이 필요한 오너 일가를 대상으로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또 라데팡스 측이 추천, 지난해 8월부터 전략기획실에서 근무하던 배경태 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도 최근 자진 사임하면서 오너 일가와 라데팡스 측 관계가 악화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다만 이를 두고 과도한 해석이라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라데팡스와 오너 일가 간 신뢰 관계가 여전히 두텁다는 것. 특히 이번 지분 매각 딜에는 ‘공동 경영’ 옵션이 포함된 만큼, 오너 일가 입장에서 수년간 신뢰를 쌓아온 라데팡스만큼 믿을 만한 GP를 찾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 전경. (연합뉴스)
뱅크런 새마을금고 출자 불투명

‘큰손’ 빠진 투자 구조…대안 찾아야

지분 거래 지연의 배경에는 ‘새마을금고 뱅크런’이 있다. 새마을금고는 올해 상반기 지속적으로 건전성 의심을 받아왔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일종인 ‘관리형 토지신탁’ 대출 규모를 꾸준히 늘리며 우려가 커졌다. 그러던 중 경기 침체가 찾아왔다. 부동산 시장은 급격하게 쪼그라들었고, 관리형 토지신탁 대출 연체액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21년 말 60억원 수준이던 관리형 토지신탁 대출 연체액은 올해 1000억원을 넘어섰다. 건전성 의구심은 확신으로 변했고, 고객들은 각 지역 금고로 달려가 예적금을 인출했다. 그야말로 뱅크런 사태 직전이었다. 이에 정부가 나섰고, 현재는 어느 정도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정부 덕분에 시간을 번 새마을금고는 당분간 관계기관 합동으로 구성된 범점부 위기대응단 관리를 받게 됐다. 위기대응단은 가장 먼저 새마을금고 건전성 개선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들은 불필요한 자금 유출을 최대한 막고 있다. 여기에 검찰이 새마을금고의 신생 PEF 출자 관련 비위 수사에 나서면서 진행 중이던 모든 출자는 ‘전면 중단’됐다. 새마을금고는 신생 PEF를 향한 자금 ‘밀어주기’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박차훈 새마을금고 회장 자택과 새마을금고 본사를 두 차례 압수 수색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미 투자 확약을 받은 건들도 집행이 미뤄지는 분위기다. 추가 출자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한미사이언스 지분 매입 딜도 예외는 아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새마을금고는 라데팡스에 한미사이언스 지분 인수를 위한 출자를 확신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새마을금고는 한미사이언스 지분 인수 전체 투자금 3132억원 중 2300억~2400억원가량을 담당할 계획이었다. 이후 1960억원으로 출자 규모가 축소됐는데, 이마저 불확실하다고 못을 박은 셈이다. 사실상 변동 가능성은 없다는 게 금융업계 관계자들 진단이다.

문제는 새마을금고의 출자 불확실성이 마이너리티(소수 지분) LP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대규모 자금을 맡게 될 앵커 LP가 출자를 하지 못하게 되면서 나머지 자금을 담당할 LP들도 혼란에 빠졌다는 의미다. 한미약품그룹 딜과 관련해서는 KDB캐피탈과 신한캐피탈, IBK캐피탈, 한국투자캐피탈 등이 소수 지분 LP로 출자를 결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새마을금고가 발을 빼고 혼란 그 자체인 상황이 펼쳐지면서 시장에서는 ‘딜 클로징’에 대한 의구심이 커져가고 있다.

반면 라데팡스가 이번 딜을 완성시킬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자본 시장 관계자는 “쉽지 않겠지만, 라데팡스 측 의지가 상당하다”며 “이번 딜이 PEF 데뷔작인 만큼 향후 존립 여부 역시 이번 딜에 걸렸다. 라데팡스 입장에선 놓칠 수 없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한미약품그룹 측은 라데팡스·새마을금고 등과 엮여 있는 지분 매각 딜과 관련해 별도 언급을 꺼리고 있다.

장기전 부담…선택의 시간 다가온다

GP 지위 이전 가능성도 무시 못해

라데팡스는 장기전까지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새마을금고를 대체할 앵커 LP를 물색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금액 자체가 수천억원대인 데다가 신규 PEF 운용사라는 점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 사모펀드 시장 상황이 좋지 않고 신규 PEF 운용사를 향한 시선 또한 곱지만은 않아 대체 앵커 LP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군다나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가 장기전을 반길지도 미지수다. 이번 지분 매각의 목적은 오너 일가 상속세 재원 마련이다. 2020년 故 임성기 회장이 별세한 이후 오너 일가는 지분 상속에 따른 상속세 납부와 후계 구도 정리를 미처 완료하지 못했다. 당시 임 회장은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지분 34.27%(2308만주)를 보유 중이었다. 미망인 송영숙 회장과 삼 남매가 부담할 상속세 규모는 송 회장이 1961억원, 삼 남매가 각각 995억원가량으로 총 5000억원에 달한다.

그간 오너 일가는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재원을 마련했다. 문제는 이자율이다. 2021년 ‘주식 등의 대량 보유 상환 공시’ 등에 따르면, 당시 주담대 계약 이자율은 2.4~3.7% 수준이었다. 하지만 7월 28일 공시된 내용에 따르면 이자율은 4.9~6.3%까지 치솟았다. 대부분 주담대 계약이 올해 만기 예정이었지만, 상환이 어려운 탓에 오너 일가는 만기 연장 카드를 택했다. 7월 28일 공시된 내용에 따르면 대부분의 주담대 계약이 1년 만기 연장됐다. 상속세 완납까지 이자 부담을 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지분 매각 지연으로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와 라데팡스 측 관계에도 변화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은 배경태 전 부회장의 자진 사임으로 힘을 받고 있다. 배 전 부회장은 지난해 8월 전략기획실장으로 부임했다. 라데팡스 측이 추천한 인사로, 내부 인력 정리 등을 도맡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 전 부회장의 퇴사 이유는 정확히 밝혀진 게 없다. 다만 지분 매각 지연으로 관계가 악화했다는 분석도 알음알음 흘러나온다.

이에 GP 지위 이전 가능성도 점쳐진다. 일부 PEF들이 라데팡스와 오너 일가에 접촉을 시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오너 일가 입장에서도 GP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번 딜에는 ‘경영권 공동 보유 약정’이 포함돼 있다. 오너 일가 입장에서도 새로운 파트너와의 협업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1호 (2023.08.09~2023.08.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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