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시세 조종 수사·직원 반발에 신사업마저 주춤
카카오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핵심 계열사들이 연달아 당국의 수사 대상에 오르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시세 조종’ 혐의로 금융감독원 도마 위에 올랐다. 수사 결과에 따라 그룹 지배구조까지 흔들릴 수 있는 사안이다. 금융 계열사 카카오페이는 ‘불법 지원금 수수 의혹’으로 수사선상에 올랐다. 연이은 외부 리스크에 진행하던 ‘신사업’ 일부도 보류됐다.
이게 끝이 아니다. 내부에서는 직원들이 회사에 반발하고 있다. 계열사 실적 부진으로 고용 불안이 커진 탓이다.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 소속 조합원 약 300명은 최근 경기 성남시 카카오 사옥 앞에서 집회를 벌였다. 이들은 김범수 센터장을 향해 “경영 실패 책임을 직원들에게 떠넘기는 꼴”이라며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연이은 의혹과 논란 속에 카카오 주가는 3개월 새 10% 가까이 빠졌다. 주당 5만원대도 무너질 위기다. 그야말로 흔들리는 카카오다.
금감원 독사, ‘시세 조종’ 의혹 찌릿
최악의 경우 ‘지배구조’ 영향 불가피
“어느 정도 실체를 규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역량을 집중해 여러 자료를 분석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수사가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발언이다.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시세 조종’ 의혹을 두고 ‘실체 규명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금감원장이 개별 수사 건을 ‘자신감’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언급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복현 원장은 검사 시절부터 ‘독사’로 불릴 만큼 집요했다”며 “금융감독원장이 어떤 근거도 없이 자신감을 드러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단은 SM엔터 경영권 분쟁이다. 이수만 전 PD와 SM엔터 경영진 간 경영권 다툼이 이어졌고, 하이브와 카카오가 각각의 우군으로 참전했다. 양 사는 지분 경쟁을 이어갔다. 시세 조종 의혹은 지난 2월 처음 제기됐다. 하이브가 SM엔터 주식 공개매수 기간인 지난 2월 16일 IBK투자증권 판교점에서 SM엔터 발행 주식 총수의 2.9%에 달하는 비정상적 매입 행위가 발생했다며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낸 것이다.
진정서를 받아든 금감원은 빠르게 움직였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SM엔터가 인위적으로 주가에 관여해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는지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 이후 하이브와 카카오 합의로 SM엔터 인수전은 잘 마무리됐지만, 금감원은 그와 무관하게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만약 카카오가 벌금형 이상 형사 처벌을 받으면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도 잃을 수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에 규정된 ‘최근 5년간 금융관련법령, 독점규제와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의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에 해당하는 형사 처벌을 받은 적이 없어야 한다’는 내용 때문이다. 금감원이 살펴보고 있는 자본시장법은 금융 관련 법령에 포함된다. 대주주 자격 요건은 인가뿐 아니라 인가 유지, 변경 시에도 적용된다.
카카오를 향한 수사는 이게 끝이 아니다. 핵심 계열사 카카오페이도 ‘불법 지원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카카오페이 본사에 수사관을 보내 전자 기록 등 자료를 압수수색했다. 카카오페이가 나이스정보통신 등에서 가맹점 우회 지원을 받아 불법 지원금을 확보했다는 혐의다. 여신전문금융법에 따르면 카카오페이 등 대형 신용카드 가맹점은 밴(VAN)사에 부당한 보상금을 요구하거나 받아서는 안 된다. 하지만 금융당국에 따르면 나이스정보통신은 카카오페이 대신 가맹점에 수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멈춰 선 신사업…AI 경쟁력 어쩌나
대규모 ‘직원 반발’…엎친 데 덮친 격
여러 계열사가 동시에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카카오를 향한 시장의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신사업’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크다. 이미 카카오뱅크는 최대주주 카카오(지분 27.17% 보유)로 인해 신사업 계획이 보류된 상태다. 카카오뱅크는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 진출을 위해 금융당국에 허가를 요청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최대주주 카카오의 자본시장법 위반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이유로 허가 보류를 결정했다. 안정적 성장을 이어가며 외형 확대를 노리던 카카오뱅크 입장에선 최대 악재다.
이뿐 아니다. 카카오는 IT업계 새로운 먹거리로 불리는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이렇다 할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평을 받는다. 기회가 될 때마다 신사업 투자 확대 계획은 내놓고 있지만, 창업주까지 엮인 사법 리스크 관리에 밀려 경영상 결정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 귀띔이다.
카카오는 네이버·LG와 달리 구체적인 초대 규모 모델 공개 일정을 밝히지 않았다. 카카오는 코(Ko)-GPT를 고도화한 초거대 AI를 만들고 있는데, 10월 이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엑사원 2.0을 공개한 LG AI연구원과 8월 24일 하이퍼클로바X 공개를 예고한 네이버와 비교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를 근거로 일각에선 카카오의 AI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은 최근 카카오가 ‘초거대 AI 추진 협의회’에서 빠지며 힘을 받고 있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는 지난 6월 ‘초거대 AI 추진 협의회 발족식’을 열었다. 정부와 기업이 AI 주권 수호를 목표로 만든 단체다. 네이버클라우드와 LG AI연구원이 공동 회장사를 맡고 한국 IT 기업과 소프트웨어 기업 등 105곳이 참여했다. 하지만 카카오와 카카오 계열사들은 별도 요청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IT업계 관계자는 “협의회가 카카오엔터프라이즈도 함께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2019년 카카오 AI랩이 분사돼 설립됐다. 이후 카카오 신사업 부문(뉴 이니셔티브) 핵심 축으로 불리며 기대를 모았다. 카카오 역시 유상증자, 자금 대여 등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지원해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뤄낸 성과는 사실상 전무하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2019년 출범 이후 기록한 당기순손실은 총 2965억원에 달한다. 결국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최근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1호 (2023.08.09~2023.08.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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