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벅의 굴욕…전세계 다 뚫었는데 '이 나라' 10년째 안먹혔다
미국에서 출발한 세계 최대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가 베트남에 진출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6일(현지시각) 영국 BBC는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인터내셔널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베트남의 커피 시장은 12억 달러(약 1조5600억원) 규모로, 이중 스타벅스의 점유율은 2%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이는 베트남 사람들이 커피를 좋아하지만 스타벅스를 즐겨 찾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세계 2위 커피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베트남에서 스타벅스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로는 '가격'이 꼽힌다.
베트남 현지 스타벅스에서 중간 크기의 음료에 옵션을 추가하지 않고 마실 경우 약 5000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월평균 소득이 45만원 정도인 현지인에겐 망설여질 만한 가격이다.
달랏에서 활동하는 그래픽 디자이너 트램 응우옌은 "고급스러운 커피를 마셔 보고 싶어 스타벅스에 가봤지만 내가 돈을 쓴 만큼 맛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 뒤로 다시는 안 간다"며 "베트남 커피숍에서 반값에 양질의 커피를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스타벅스가 현지인의 입맛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로모니터인터내셔널 관계자는 "(베트남 내) 스타벅스의 입지는 현지 커피 맛에 대한 소비자 선호 때문에 여전히 제한적"이라고 했다.
베트남에서 소비되는 커피 20만t 중 97%는 로부스타 품종이다. 로부스타는 카페인 함량이 높고 쓴맛과 향이 강한 게 특징이다.
하지만 스타벅스는 100% 아라비카 원두를 사용한다. 스타벅스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미묘하면서 복합적인 풍미를 구현하기 위해 이 품종을 쓴다"고 밝혔다.
다낭에 거주하는 트랑 도는 "스타벅스 커피는 맛이 심심해 별로다"라며 "현지 커피가 더 진하고 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스타벅스는 커피 메뉴도 다양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실제 베트남에서는 커피에 연유나 계란, 요거트, 과일 등을 첨가한 메뉴를 쉽게 볼 수 있다. 현지 인기 프랜차이즈 콩커피(Cong Coffee)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코코넛 크림, 연유, 얼음을 섞어 만든 커피다.
다만 일부 젊은이들은 커피 맛은 취향에 맞지 않아도 스타벅스에서 소셜미디어용 사진을 찍는 것을 즐기는가 하면, 굿즈를 사 모으기도 한다. 하지만 이 역시도 스타벅스가 베트남에 진출했을 당시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졌다고 BBC는 전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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