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해설위원의 일침 "하루아침에 경기연기? 무지 드러낸 갑질"

소중한 2023. 8. 8.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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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인터뷰] K리그 중계 김환 위원 "잼버리 파행에 큰 민폐"... 잔디 논란엔 "경기장 '개판' 된다"

[소중한 기자]

▲ 잼버리 K-팝 공연·폐영식, 서울월드컵경기장서 진행 8일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상암경기장)에서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의 하이라이트 행사인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를 위한 무대가 설치되고 있다. 이날 문화체육관광부는 2023 새만금 잼버리의 K-팝 공연이 오는 11일 오후 7시 이곳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고 밝혔다. 폐영식도 같은 곳에서 공연에 앞서 진행된다. 2023.8.8
ⓒ 연합뉴스
 
  "엄청난 민폐와 큰 혼란, 피해를 끼쳤다."

김환 축구해설위원이 최근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의 파행으로 축구계까지 혼란을 겪은 데 대해 "축구도 하나의 큰 산업"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잼버리 조직위와 정부, 일부 정치인을 향해선 "나뿐만 아니라 축구팬, 선수들, 구단 등이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통보 식으로 아무렇지 않다는 듯 '아 그냥 하라면 해', '축구 한 경기 미루는 거 뭐?'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축구라는 분야에 대해 무지함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프로축구 K리그를 비롯해 국내·외 축구 중계 해설을 맡고 있는 김 위원은 8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축구 경기가 연기·취소되는 건 매우 드문 일이다. 천재지변으로 선수·관중의 안전이 우려되는 경우가 아니고서 갑자기 연기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이번 사례처럼) 공개적으로, 하루아침에, 계획되지 않고 통보 식으로 (경기 연기가) 이뤄지는 경우는 처음 봤다"고 말했다.

이어 "잼버리도 큰 행사지만 K리그와 FA컵 경기 또한 긴 시간을 갖고 준비한 계획이다. 특히 지금은 매우 중요한 시기고 선수들 또한 더운 날씨 속에 민감하게 몸을 관리하며 경기에 임하고 있다"며 "최소한의 논의도, 이해를 구하는 태도도 없이 (잼버리 조직위나 정부에 의해) 일방적인 통보 식으로 경기가 취소·연기되는 건 일종의 갑질"이라고 비판했다. 

"축구팬 무시... 선수 리듬, 감독 계획, 구단 행정 다 엉켜"
 
 K리그를 비롯해 국내외 축구 중계 해설을 맡고 있는 김환 축구해설위원.
ⓒ 김환 제공
 
지난 1일 전북 부안 새만금에서 개막한 잼버리는 시작부터 온열질환자가 속출하더니 열악한 시설, 준비 소홀로 인한 문제로 일부 국가 참가자들이 전원 퇴소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러자 지난 6일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11일로 예정된 K팝 공연 및 폐영식(폐막식)을 새만금이 아닌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전주월드컵경기장을 홈구장으로 쓰는 전북 현대는 9일 FA컵 4강전(vs 인천 유나이티드)과 12일 K리그 26라운드 경기(vs 수원 삼성)를 연기해야만 했다. 

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정부와 잼버리 조직위가 지난 7일 태풍을 이유로 참가자들을 새만금에서 수도권으로 전원 철수시키기로 하면서, K팝 공연 및 폐영식 장소 또한 전주월드컵경기장이 아닌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재차 바뀌었다(8일 오후 2시 30분 발표).

결국 축구계, 특히 해당 경기장에서 경기를 치를 예정이었던 구단은 혼란에 혼란을 겪었다. 축구팬들도 지난 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잼버리도 망치고 전북도 망치고"와 같은 현수막을 거는 등 비판을 쏟아냈다. 이에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축구팬들이 거부 반응을 보였다는 소식에 부끄럽고 실망스럽다"고 페이스북에 썼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뒤늦게 글을 지우기도 했다.

김 위원은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다시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볼 수 있듯) 오락가락 하는 건 정말로 이해할 수 없는 점이다. 구단과 선수들은 경기 일정에 매우 민감하다. 언제, 어디서 경기를 치르느냐에 따라 스쿼드(선수 명단)를 짜는 데 큰 영향을 받고 무얼 준비해야 하는지도 달라진다"라며 "심지어 구단이 움직여야 하는 동선, 식사 일정 등도 모두 꼬인다. (경기 일정이 갑자기 바뀌면) 선수들 리듬, 감독·코치진의 계획, 구단의 행정까지 다 엉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축구팬, 특히 타지에 있는 팬들의 경우 여름휴가를 내고 숙소까지 다 예약했을 거다. 팬들은 비싼 입장료를 내고 경기장을 찾고, 억대 연봉의 선수들은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한다"라며 "축구 한 경기, 한 경기가 긴 시간을 갖고 계획된 약속인데 그걸 쉽게 취소·연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더해 "중계 한 번을 위해 방송사는 중계차도 미리 준비해야 하고 PD 등 중계진도 세팅해야 한다. 경기 당일 배치되는 경호업체와 매점 운영자들까지도 모두 짜여진 계획에 따라 움직인다"라며 "축구는 산업이고, 누군가의 직업이자 생업이며, 누군가에겐 인생이자 삶의 전체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가뜩이나 잔디 관리 어려운데"  

김 위원은 이용호 의원이 썼다 지운 글을 두고도 "납득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기적이고 무지하며 최소한의 존중도 없는 태도"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프로축구 경기를 고등학교 반 대항 축구 정도로 생각한 것"이라며 "축구 또는 스포츠에 대한 얄팍한 이미지를 동원해 '한 경기 미룬다고 달라져?'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8일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상암경기장)에서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의 하이라이트 행사인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를 위한 무대가 설치되고 있다.
ⓒ 연합뉴스
 
축구 경기에서 너무도 중요한 잔디 관리에 대해서도 김 위원은 우려를 표했다. 그는 "구단이 구장을 소유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구장을 운영하는) 시설관리공단 입장에서도 돈을 벌어야 하므로 콘서트 등을 열 순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럴 경우 아주 오래 전부터 계획이 잡힌다. 1년 전, 몇 달 전부터 콘서트 일정이 조율되면 (구단과 시설관리공단도) 미리 인지하고 잔디에 최대한 영향을 덜 주도록 준비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름에다가 폭우·폭염이 반복되며 가뜩이나 잔디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인데 예정에도 없던 콘서트장을 축구장에 깐다? 경기장 '개판'되는 거다"라며 "잔디의 중요성에 대해 많은 분들이 '그게 뭐?'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잔디는) 경기력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선수의 부상과 건강에도 크게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요즘엔 잔디의 중요성에 이전보단 공감대가 생겨서 연예인들이 시축이나 하프타임 공연을 할 때도 기본 매너를 지키는 추세"라며 "얼마 전 가수 임영웅씨가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와 잔디를 밟을 때도 (영향을 덜 미치는) 축구화를 신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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