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미국·대만, 中과 싸울 각오해야” 日 '실세' 아소, 중국 자극
대만을 방문 중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자민당 부총재가 일본과 대만, 미국 등이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강화하는 중국과 ‘싸울 각오’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경고하면서다.
NHK방송·후지뉴스네트워크(FNN)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소 부총재는 8일 타이베이에서 열린 ‘케타갈란(凱達格蘭) 포럼’ 강연에서 “지금처럼 일본과 대만, 미국이 매우 강한 억지력을 보일 각오가 요구되고 있는 시대는 없지 않았나”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돈을 들여 방어력을 갖추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싸울 각오, 유사시에 대만의 방위를 위해 방위력을 사용한다는 분명한 의사를 상대에게 알리는 것이 (전쟁) 억지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대만 외교부가 주최하는 행사인 케타갈란 포럼은 대만 원주민 종족명인 ‘케타갈란’에서 이름을 따왔다. 대만의 안전 보장 방안을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과 논의하는 자리로, 중국 견제의 성격을 갖고 있다.
강연에서 아소 부총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언급하며 “향후 인도태평양 지역, 특히 동아시아에서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그러면서 유사시 대만해협에서 방위력을 사용하겠다는 의사를 일본이 솔선수범해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전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단호한 태도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권, 이후 정권에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내년 1월 에정인 대만 총통 선거를 겨냥한 발언도 했다. 아소 부총재는 “대만인들의 삶과 행복, 번영을 유지하기 위해 현 상황을 지켜낼 각오를 가진 분이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의 뒤를 이어 총통이 돼 우리와 같은 가치관으로 함께 싸워주실 것을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소 부총재는 강연 이후 차이 총통을 면담했다.
일본 총리를 지낸 아소 부총재는 대만 정부의 초청을 받아 지난 7일 2박3일 일정으로 대만을 방문했다. 자민당에서 총재인 기시다 총리에 이어 2인자에 해당하는 부총재가 대만을 방문한 것은 1972년 일본이 대만과 단교한 이래 처음이다.
아소 부총재는 방문 첫날 대만 신베이(新北)시에 있는 고 리덩후이(李登輝) 전 총통 묘소를 방문해 헌화했다. 리 전 총통은 재임 기간 일본과의 관계 강화를 강조한 대표적 친일 인사이자, 1995년 6월 미국을 방문해 중국의 ‘3차 대만해협 갈등’을 유발한 인물이다. 아소 부총재는 대만 방문기간 민진당 대선 후보인 라이칭더(賴淸德) 부총통과 장완안(蔣萬安) 타이베이 시장, 궈타이밍(郭台銘) 폭스콘(훙하이)그룹 창업자 등과도 만날 예정이다.
아소 부총재의 대만 방문은 중국이 대만해협에서 군사 위협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대만과의 안보 협력을 강화해 일본의 핵심 이익을 지키겠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소 부총재는 지난 2021년 “대만에 큰 문제가 생기면 국가 존망 위기 사태”라며 “일본은 미국과 함께 대만을 방어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중국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아소 부총재의 대만 방문에 앞서 “일본 정치가가 정치적 이익을 위해 대만을 방문하는 것을 일관되고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7일엔 인민해방군 소속 군용기 11대와 군함 5척을 대만 주변 공역과 해역에 보내는 등 군사적 압박을 이어갔다.
일본 정부는 아소 부총재의 대만 방문과 관련해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대만은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고 긴밀한 경제 관계와 인적 왕래를 하는 매우 중요한 파트너이자 소중한 친구”라며 “대만을 둘러싼 문제가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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