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공사하면 뭐해? 순살 아파트 바다에도 있다"

진재중 2023. 8. 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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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7일 안인·하시동 공사 현장에서 만난 자전거 여행객의 말이다.

 강릉 하시동·안인사구 일대는 토목 공사장을 방불케 했다.

   안인·하시동 사구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안인화력발전소 건설 공사를 하고부터라고 주민들은 입을 모은다.

태풍이 지나간 후 안인·하시동해안사구 복구 현장은 사라질 것이고 그  자리는 또다시 긴급 공사가 진행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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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식 가속화 주먹구구식, 강릉 하시동·안인사구 해안침식 방지 공사 현장

[진재중 기자]

"이렇게 공사하면 뭐해요? 백 번, 천 번해야 아무런 소용이 없어요. 순살 아파트가 바다에도 있어요, 이게 순살 공사지요!"

8월 7일 안인·하시동 공사 현장에서 만난 자전거 여행객의 말이다. 
 
 안인.하시동 해안사구 공사,해안도로 및 해안사구 복구현장(2023/8/7)
ⓒ 진재중
 
강릉 하시동·안인사구 일대는 토목 공사장을 방불케 했다. 이곳은 안인화력발전소 건설 등으로 최근 해안 침식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지난 5월부터 침식 방지를 위한 돌제를 쌓고 있다. 굴착기를 동원해 돌을 쌓고 모래를 보충하고 있다.  
 
 무너진해안사구 복구, 토목공사장을 방불케하는 현장 (2023/7/23)
ⓒ 진재중
  
이곳은 여러 번에 걸쳐 주먹구구식으로 공사를 진행해 왔다. 2022년 2월 해안도로가 무너져 모래 보충을 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다시 무너졌고, 같은해 4월 모래보충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침식이 더 심해져 몇 백개의 마대 자루를 견고하게 쌓아 올렸지만 이마저도 큰 파도에 바닷속으로 묻혀버렸다.
 
 모래보충하는 현장(2022/2/22)
ⓒ 진재중
 
 마대자루를 활용, 긴급복구공사를 하고있는 현장(2022/4/27)
ⓒ 진재중
  
공사가 진행되던 시점에 연안 침식을 막고자 잠제(수중방파제)를 설치하고 모래 보충을 했지만 큰 효과없이 한 쪽은 침식, 다른 쪽은 퇴적만 반복되었다.
 
 잠제(수중방파제)설치후 한쪽은 퇴적 다른 쪽은 침식이 된다(2022/7/25)
ⓒ 진재중
   
주민들은 임시 방편으로 공사해 봐야 아무 효과가 없기 때문에 공사 중단을 요구해 왔다. 제대로 된 공사를 해서 해안 침식을 막아 달라는 것이다.

한 마을 주민은 "계속 반복되고 있어요, 차라리 이럴 바에야 공사를 중단하는 게 낫습니다. 주민들은 이번에는 제대로 하겠지 하고 기대하는데 몇 개월 지나면 그대로입니다. 이런 공사를 왜 합니까?"라고 물었다.

또 다른 주민은 "몇 번에 걸쳐 공사했지만 침식은 오히려 더 가속화 되고 있어요. 예산만 낭비하고 바다만 오염시키고 있어요"하고 공사의 문제점을 말한다.
   
 해안사구진입로 공사, 무너져내린 해안도로와 사구를 복구하기위해 공사중(2023/7/11)
ⓒ 진재중
   
안인·하시동 사구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안인화력발전소 건설 공사를 하고부터라고 주민들은 입을 모은다.
"공사 전에는 백사장이 잘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해상 공사를 하고부터 바다 모래가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모래 자체가 없어요, 이 마을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한적한 해변이라서 찾아오는 장소였는데 다들 외면하고 있어요. 우리의 터전이 무너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하고 아쉬워했다.
        
▲ 안인화력발전소 해상공사현장 공사초기의 폭넓은 해변(2020/5/23)
ⓒ 진재중
     
공사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아스팔트가 산산조각이 나고, 군 시설물들은 제자리를 잃고, 해안 사구에 있어야 할 식물들은 바닷속으로 잠겼다.  
 
 얼음 조각처럼 무너진 아스팔트(2022/2/22)
ⓒ 진재중
   
 군시설물들 유실(2022/1/17)
ⓒ 진재중
 
환경부는 2008년 12월 하시동·안인해안사구를 생태 보전지구로 지정했다. 이곳엔 해란초, 갯메꽃 등 25과 62종의 식물이 분포하고 있고 멸종위기종인 물수리, 수달, 삵 등 239종의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안가에는 갯방풍, 해당화, 순비기나무, 갯그령 등 다양한 염생식물(염분이 많은 땅에서 자라는 식물)이 있어 해안식생대를 연구하는 학습의 장이었다.
염생식물을 연구하기 위해 찾았다는 강릉원주대 김희석 박사는 "해안사구의 중요성을 모르고 방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환경부에서 생태환경 보존지구로 지정했으면 계속 관심을 가지고 보존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수수방관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염생식물,순비기나무 군락지( 2020/5/23)
ⓒ 진재중
 
수차례에 걸쳐 진행된 침식 방지 공사는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침식만 가속화 시키고 있다. 사구를 보호하기 위해 하는 공사는 근본 대책없이는 오히려 더 큰 자연 훼손을 가져온다는 게 전문가의 말이다. 
     
 해안사구 복구현장(2023/7/23)
ⓒ 진재중
 
8일 아침 돌아본 현장은 돌제가 잠겨 앞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 큰 파도가 오면 해안사구 지역이 무너질 것이다. 며칠 후면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관통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태풍이 지나간 후 안인·하시동해안사구 복구 현장은 사라질 것이고 그  자리는 또다시 긴급 공사가 진행될 것이다. 
  
 파도에 묻혀버리는 돌제(2023/8/8)
ⓒ 진재중
 
반복되는 연안 침식 방지 공사, 언제쯤 멈출 것인가. 해안 사구는 언제쯤 제자리로 돌아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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