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4개월 만 최고치, "정부 '상저하고' 전망 흔들 수도"

김남준 2023. 8. 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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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잠했던 국제 유가가 다시 오르고 있다. 고유가는 물가 상승세를 유발해 긴축 기조를 강화하고, 경상수지에도 부담을 준다. 정부의 ‘상저하고(上低下高·상반기에 저조한 경제가 하반기에 반등)’ 전망에도 찬물을 뿌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 유가, 4개월 만 최고


김경진 기자
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는 배럴당 82.8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된 브렌트유도 종가 기준 배럴 당 86.24달러를 기록했다. WTI는 지난 4월 12일(83.26달러/배럴), 브렌트유는 지난 4월 14일(86.31달러/배럴) 이후 약 4개월 만에 최고치다.

지난 4월은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가 기습 감산에 나섰던 시기다. 이 영향에 배럴 당 70달러 선까지 떨어졌던 국제 유가는 80달러 중반까지 일시적으로 치솟았다. 하지만 이후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하락 전환했었다.


예상 밖 수요 증가에 유가도 들썩


김경진 기자
잠잠하던 국제 유가가 다시 들썩이는 것은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계절적으로 6~10월은 미국의 최대 휘발유 수요기간인 ‘드라이빙 시즌’이다. 여기에 하반기 경기침체 가능성이 줄고 있다는 점도 국제 유가를 끌어올렸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발표한 지난달 주요 20개국(G20)의 경기선행지수는 전월 대비 0.11포인트 상승한 99.7을 기록했다. 경기선행지수가 100 이상이면 향후 경기가 확장 추세에 있다고 본다. 지난달 경기선행지수는 아직 기준점(100)보다는 낮지만, 지난해 12월부터 8개월 연속 상승해 지난해 6월 이후 가장 높다.

중국 경제도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중국의 지난달 경기선행지수(100.8)는 전달 대비 0.25포인트 오르면서 기준선(100)을 상회했다. 2021년 7월(101.2) 이후 2년 만에 최고치다. 방인성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의) 본격적인 경기 부양정책 기대감 등이 반영되며 (경기선행지수의) 상승 폭을 유지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감산 연장에 전략비축유는 바닥


OPEC 회의에 참석하는 압둘아지즈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부 장관. 로이터=연합뉴스
수요는 줄지 않고 있는데, 공급이 더 제한된다는 점도 국제 유가를 끌어 올렸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언론인 SPA 통신은 사우디가 원유 감산을 9월까지 연장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가 감산 정책을 유지하면서 OPEC+의 감산 기조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원유 공급망 차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나마 원유 공급을 채워주었던 미국의 전략비축유도 바닥을 드러냈다. 미국 정부는 국제 유가를 떨어뜨리기 위해 지난해부터 사상 최대인 1억8000만 배럴의 전략비축유를 시장에 풀었다. 이 영향에 미국이 보유한 전략비축유(3억7200만 배럴)는 1983년 이후 40년 만에 최저치다. 미국 에너지부는 최근 전략비축유를 다시 채워 넣기 위해 600만 배럴 재매입 계획을 세웠지만, 국제 유가가 다시 오르면서 이마저도 철회했다.

국제 유가를 자극하는 요인들이 쌓이면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최근 국제 유가 전망을 기존 보다 높였다. 소시에테제네랄(SG)은 내년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봤고, 스탠다드차타드는 98달러로 예측했다.


“유가 재상승, 상저하고 어려울 수도”


국제 유가가 오르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 폭도 커진다. 잡힌 줄 알았던 물가가 재상승하면 미국 등 주요 통화 당국도 추가 긴축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긴축 마무리를 예상했던 금융시장에 혼란을 줄 가능성이 높다.

국제 유가 상승은 수입 부담을 늘려 경상수지와 국내총생산(GDP)에도 악영향을 준다. 실제 경상수지는 지난 5월(19억3000만 달러)과 6월(58억7000만 달러) 모두 흑자를 기록했는데,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수입액 감소 영향이 컸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유가는 물가 상승과 무역수지 적자라는 이중 부담을 한국 경제에 안기게 된다”면서 “이는 경제성장률도 떨어뜨리기 때문에 정부가 노리는 상저하고 달성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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