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4개월 만 최고치, "정부 '상저하고' 전망 흔들 수도"
잠잠했던 국제 유가가 다시 오르고 있다. 고유가는 물가 상승세를 유발해 긴축 기조를 강화하고, 경상수지에도 부담을 준다. 정부의 ‘상저하고(上低下高·상반기에 저조한 경제가 하반기에 반등)’ 전망에도 찬물을 뿌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 유가, 4개월 만 최고
지난 4월은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가 기습 감산에 나섰던 시기다. 이 영향에 배럴 당 70달러 선까지 떨어졌던 국제 유가는 80달러 중반까지 일시적으로 치솟았다. 하지만 이후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하락 전환했었다.
예상 밖 수요 증가에 유가도 들썩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발표한 지난달 주요 20개국(G20)의 경기선행지수는 전월 대비 0.11포인트 상승한 99.7을 기록했다. 경기선행지수가 100 이상이면 향후 경기가 확장 추세에 있다고 본다. 지난달 경기선행지수는 아직 기준점(100)보다는 낮지만, 지난해 12월부터 8개월 연속 상승해 지난해 6월 이후 가장 높다.
중국 경제도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중국의 지난달 경기선행지수(100.8)는 전달 대비 0.25포인트 오르면서 기준선(100)을 상회했다. 2021년 7월(101.2) 이후 2년 만에 최고치다. 방인성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의) 본격적인 경기 부양정책 기대감 등이 반영되며 (경기선행지수의) 상승 폭을 유지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감산 연장에 전략비축유는 바닥
그나마 원유 공급을 채워주었던 미국의 전략비축유도 바닥을 드러냈다. 미국 정부는 국제 유가를 떨어뜨리기 위해 지난해부터 사상 최대인 1억8000만 배럴의 전략비축유를 시장에 풀었다. 이 영향에 미국이 보유한 전략비축유(3억7200만 배럴)는 1983년 이후 40년 만에 최저치다. 미국 에너지부는 최근 전략비축유를 다시 채워 넣기 위해 600만 배럴 재매입 계획을 세웠지만, 국제 유가가 다시 오르면서 이마저도 철회했다.
국제 유가를 자극하는 요인들이 쌓이면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최근 국제 유가 전망을 기존 보다 높였다. 소시에테제네랄(SG)은 내년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봤고, 스탠다드차타드는 98달러로 예측했다.
“유가 재상승, 상저하고 어려울 수도”
국제 유가가 오르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 폭도 커진다. 잡힌 줄 알았던 물가가 재상승하면 미국 등 주요 통화 당국도 추가 긴축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긴축 마무리를 예상했던 금융시장에 혼란을 줄 가능성이 높다.
국제 유가 상승은 수입 부담을 늘려 경상수지와 국내총생산(GDP)에도 악영향을 준다. 실제 경상수지는 지난 5월(19억3000만 달러)과 6월(58억7000만 달러) 모두 흑자를 기록했는데,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수입액 감소 영향이 컸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유가는 물가 상승과 무역수지 적자라는 이중 부담을 한국 경제에 안기게 된다”면서 “이는 경제성장률도 떨어뜨리기 때문에 정부가 노리는 상저하고 달성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부모 장례식 안 갔던 성철, 제자가 부모상 당하자 한 말 | 중앙일보
- "'장화 위험하다' 건의 묵살…故채수근 순직 전날 무리한 지시" | 중앙일보
- 엑소 백현 "MC몽 조언 받았다"…130억원 대출 받은 이유 | 중앙일보
- 16년만에 SM 떠나는 '이수만 조카'…써니가 SNS에 남긴 말 | 중앙일보
- 19년 일가족 가스라이팅한 무속인, 남매간 성폭행까지 시켰다 | 중앙일보
- “혁명은 숫자 아니다, 의지다” 60만 대군 중 3600명의 거사 (9) | 중앙일보
- "금고 위치도 알려줄 걸?" 강형욱 말 맞네…도둑에 애교 부린 개 | 중앙일보
- 허리춤에 손도끼 차고 활보...조용한 도서관 뒤흔든 정신질환자 | 중앙일보
- "아이유는 간첩" 울산 퍼진 전단지…소속사 측 공식 입장 | 중앙일보
- 헷갈리는 우회전, 언제 괜찮죠?…세 글자만 기억하면 됩니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