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K-비대면진료…원산협 “의료계·학계와 함께 고민”

김성아 2023. 8. 8.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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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산업협의회 출범 2주년 심포지엄
20년 제자리걸음 ‘비대면진료’ 돌파구 찾나
후퇴한 시범사업안 아쉬워 VS 틀 벗어나야
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원격의료협의회 출범 2주년 심포지엄'에서 귀빈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국내 원격 의료, 이른바 ‘비대면진료’의 역사는 벌써 20여년이 훌쩍 넘었다. 2000년 원격진료 시범사업이 처음 실시된 이래 비대면진료에 대한 필요성은 계속해서 대두돼 왔지만 번번이 제도화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리고 2023년. 지난 3년의 팬데믹 기간 한시적 허용으로 인해 눈부신 성장을 이룩한 비대면진료 산업은 숙원이었던 제도화를 목전에 두고 있었으나 이를 둘러싼 여러 논쟁 아래 또 다시 기로에 선 모습이다.

올해로 출범 2주년을 맞은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는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학계, 의료계, 산업계를 한 자리에 모았다. 원산협은 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원격의료산업협의회 출범 2주년 심포지엄’을 개최해 국내외 비대면진료 산업 현황을 짚고 향후 국내 비대면진료 산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후퇴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안…산·학·정 ‘아쉬움’ 표해

(왼쪽부터) 장지호 원격의료산업협의회 회장,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박현애 한국원격의료학회장. ⓒ원격의료산업협의회

장지호 원산협 회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비대면진료는 지난 3년간 진행된 한시적 허용 사업 아래 제도화가 되기도 이전에 3361만 건의 진료 사례를 달성하며 국민의 신뢰와 안전성을 담보했다고 볼 수 있다”며 “하지만 현행 시범사업은 이전과 달리 아주 일부 국민만이 이용 가능하도록 규정해 의료계, 산업계는 물론 의료소비자까지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면진료에 대한 사회적 합의 등 숙제가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며 협의회 역시 이러한 우려에 대해 깊게 공감하고 있다”며 “(이번 심포지엄에서)의료계, 학계 전문가들의 고견을 경청해 보다 건설적인 미래 의료를 만들어가는 기점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도 이번 시범사업안을 둘러싼 갈등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최성진 대표는 “비대면진료는 산업계와 의료계가 대립할 사안이 아니라 의료는 의료진이, 산업계는 의료진을 돕는 역할로서 상호간 파트너십 형성을 통해 국민건강을 지키는 목적이 가장 중요하다”며 “사회적 합의를 반영하는 것은 중요하나 이번 시범사업안은 지난 팬데믹 기간 사업의 효용성이 검증됐음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 전 제도를 답습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학계에서는 더딘 제도화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박현애 한국원격의료학회장은 “얼마 전 참석한 WHO 디지털헬스 학회에서 많은 국가들이 IT 강국인 한국이 비대면진료를 아직까지 제도화하지 않았다는 것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비대면진료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으로 하루 빨리 국내 비대면진료를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고 비대면진료 활성화를 촉진하기 위해 학회 역시 고민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국내는 아직까지도 합의를 이유로 비대면진료 제도화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반면 미국은 아마존을 통해 벌써 전국구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며 “국내 실정에 맞는 원격의료 정책과 합리적인 제도 도입방향이 제시돼 대한민국이 미래 의료 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의료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의료계, K-비대면진료 ‘비급여·예방의료’ 방향 고려해야

(왼쪽부터) 이세라 대한외과의사회장, 강건욱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핵의학과 교수,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 ⓒ데일리안 김성아 기자

일부 의료계에서는 비대면진료 산업계에 새로운 시각을 던졌다. 이날 연자로 참석한 이세라 대한외과의사회 회장은 “국내 비대면진료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코로나19 상황처럼 혁신적인 방법이 있거나 잘 맞는 열쇠를 찾아야 한다”며 “보건산업계 강력한 족쇄로 작용하고 있는 의료법과 건강보험법은 쉽게 바뀌지 않으니 비급여 등 다른 방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건욱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핵의학과 교수는 “디지털 헬스케어 전반을 미루어 보았을 때 개인의 건강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아파서 오는 환자들을 진료할 때보다 아프지 않은 환자들의 예방적 차원에서 활용했을 때 더 효용이 높다고 본다”며 “비대면진료나 약 배송 산업이 기존 치료 시장에서 벗어나 맞춤 예방 시장 등에 진입하는 것이 더 나을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현재 ‘비대면진료’라고 통칭되고, 또 의료법 개정안에도 포함되는 해당 용어를 ‘원격 의료’로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비대면진료는 의료인과 환자가 대면하지 않는다는 함의를 가지고 있는데 화상으로 진행하는 원격의료 역시 어떤 측면에서는 ‘대면’이라고 할 수 있다”며 “원격 의료라는 용어를 사용했을 때 원격 의료 산업이 가지는 예방, 응급, 사후관리 등 다양한 가치를 실현시키기 더 용이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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