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출장’서 손흥민 英경기 직관…보고서엔 “꿈 같은 여행”

김성훈 2023. 8. 8. 17:1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잼버리 대회 관련 공직자 해외출장 101건
부안군청 공무원, 손흥민 경기 일정에 포함
동유럽 다녀와선 “10박 12일 여행 잊지 못해”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경기에서 득점한 뒤 환호하고 있다. AP 뉴시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부실 준비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북 부안군청 소속 공무원들이 해외 잼버리 사례를 연구한다며 떠난 영국 출장에서 손흥민이 뛴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관람하고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외에도 새만금 잼버리와 관련한 공직자의 해외 출장은 총 101건에 달했는데, 대다수가 관광지를 둘러본 ‘외유성 출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부안군 공무원 4명은 2019년 10월 3~13일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 등을 출장으로 다녀왔다. 이들이 복귀해 제출한 보고서의 제목은 ‘영국의 세계잼버리대회 개최지 및 도시재생 우수사례 연구’ ‘프랑스 파리의 우수축제 및 자연자원 랜드마크 연구’였다.

손흥민 경기 날 맞춰 방문…소감엔 “부안군만의 체육관 건립”

우선 이들은 영국 런던에 도착한 뒤 이튿날 버킹엄 궁전, 웨스트민스터사원 등 관광지를 둘러봤다. 3일차에는 런던 근교의 휴양도시 브라이턴 지역으로 이동해 영국 프리미어리그 구단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앨비언’ 팀의 홈구장인 아멕스 스타디움을 찾았다.


전북 부안군 공무원들이 2019년 10월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를 다녀온 후 제출한 보고서 중 일부. 국외출장연수보고시스템 보고서 캡처


이들이 경기장을 찾은 날에는 손흥민이 소속된 토트넘 핫스퍼의 원정 경기가 열렸다. 손흥민은 이 경기에 선발 출전해 후반 73분 교체될 때까지 그라운드를 누볐다. 부안군 공무원들이 손흥민의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일정에 아멕스 스타디움을 끼워 넣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공무원들은 아멕스 스타디움을 둘러본 뒤 보고서의 ‘느낀 점’ 항목에 “지역 특색을 살린 경기장 디자인이 인상적” “운동장과 관중석이 가깝게 설계되어 생동감 넘치는 경기 관람 가능” “부안군만의 특색있는 체육관 건립” 등의 내용을 기재했다. 잼버리 대회와 관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북 부안군 공무원들이 2019년 10월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를 다녀온 후 제출한 보고서 중 일부. 국외출장연수보고시스템 보고서 캡처


같은 출장에서 해당 공무원들은 프랑스도 함께 방문했다. 프랑스에서 열린 잼버리 대회는 76년 전인 1947년 제6회 대회가 유일하다. 이들은 파리 오르셰 미술관을 방문한 뒤 몽마르뜨 포도 축제와 와인 시음 행사에 참여했다.

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국제적 관광지 몽생미셸 수도원을 방문해선 “10분마다 운행하는 셔틀버스로 관광객 편의 확대는 물론 문화재, 환경 보존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음” “문화재 관리 및 보존의 중요성 절감”이라고 적었다.

파리 디즈니랜드서 하루 일정…“10박 12일 꿈 같은 여행에 감사”

2017년 6월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부안군청 문화관광과, 미래창조경제과, 주산면 소속 공무원이 1명씩 참가한 영국, 프랑스, 체코 3개국 해외 출장도 진행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12박 14일간 진행된 출장의 목적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를 벤치마킹해 부안군의 신성장 동력인 문화관광의 구심점을 찾고, 잼버리대회 유치 홍보활동을 전개하고자 함’이었다.

하지만 이들도 영국에서 대영박물관·피카디리 광장·버킹엄궁전·타워 브릿지 등을 돌아봤고, 체코에서는 프라하성과 존 레넌 벽을, 프랑스에서는 에펠탑과 루브르 박물관을 돌아봤다. 특히 파리 디즈니랜드를 방문해선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같은 해 7월 13~24일에도 부안군 공무원 4명이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 독일을 방문했다.

해당 출장 보고서의 제목은 ‘유럽문화 및 관광산업 등 견학 체험을 통해 우리 군 문화, 관광 분야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세계잼버리 새만금 유치 홍보 활동을 하고자 함’이었다.

2017년 7월 부안군 소속 공무원 4명이 10박 12일 일정으로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 독일을 다녀온 뒤 적은 소감.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 보고서 캡처


이 보고서의 소감 항목에는 “우리에게 있어 10박 12일 동안 꿈같은 여행은 이것으로 끝났지만 지금도 생각하면 잊지 못할 생생한 추억으로 기억된다”며 “우리 팀원들과 해외 배낭 연수 기회를 갖게 해주심에 감사드린다”는 내용이 담겼다.

외유성 출장 논란이 일자 전북 부안군은 해명자료를 내고 “축구 관람 및 디즈니랜드·에펠탑 방문 등은 잼버리 관련 출장이 아니라 직원 사기진작 차원에서 추진한 배낭여행 연수 일정”이라며 출장 비용은 모두 군비로 충당했으며, 잼버리 예산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새만금 세계잼버리 주최 측이 1000억원대의 예산대부분을 조직위원회 운영에 쓴 것으로 드러나면서 예산 사용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 중앙부처와 지자체 공무원 등이 새만금 세계잼버리를 이유로 떠난 해외 출장은 총 101건이다. 전북도가 57건(56.4%)으로 가장 많고, 이어 부안군 25건(24.8%), 새만금개발청 12건(11.9%), 여성가족부 5건(5%), 농림축산식품부 2건(2.0%)이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