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난동 공포’ 속 교회가 챙겨야 할 3가지 키워드
보안 전문가 “봉사자 복장 제복 형식 통일 등으로도 예방 효과”
‘흉기난동’ 공포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교회가 가장 평화로운 공간이 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적지 않다. 정서적으로 위태롭거나 심리·정신적으로 병든 이들을 돌보는 교회의 사역도 한층 더 강조되는 분위기다. 폭염 속 난데없이 퍼지는 포비아 앞에서 목회자는 어떤 메시지로 성도들을 위로하고 격려해야 할지도 중요한 과제다. 교회가 짚어봐야 할 키워드 3가지를 꼽아봤다.
①안전
교회는 많은 사람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대표적인 공간이다. 지치고 힘든 이들의 안식처로 인식되다보니 다양한 상황에 처한 이들이 찾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래서 위험요소가 공존하기도 한다. 특히 예배 중에 있는 교인들은 설교를 듣기 위해 한 방향만 쳐다보는 경우가 많다. 이는 위기 상황에 빠르게 대처하기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만약 정서적으로 불안한 특정인이 난동을 부린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안전한 교회를 만들기 위한 가시적인 노력만으로도 난동을 미리 방지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민간보안업체인 세이프시큐리티의 이동훈 대표는 8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안내 봉사자들의 복장을 제복 형식으로 통일한다거나 ‘질서유지’ ‘안전’ 등이 쓰인 비표를 부착하는 것만으로도 엉뚱한 일을 벌이려는 이들에게 경각심을 줄 수 있다”면서 “낯선 사람이나 행동이 수상한 이들에게는 먼저 다가가 ‘어떻게 오셨는지’, ‘새 가족인지’ 물어보는 것도 효과적이다. 예배가 시작된 뒤에는 출입구 앞에 안내 봉사자를 세우고 출입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대표는 “교인들이 대거 야외로 나가 수련회나 예배를 드릴 때는 민간 경호 업체 인력을 고용해 질서유지를 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했다.
화재를 비롯해 불의의 사고에 따른 대피 훈련도 필요하다. 이미 충현교회(한규삼 목사) 신촌성결교회(박노훈 목사) 등이 몇 차례 화재 대피 훈련을 했고 남서울교회(화종부 목사)는 심폐소생술 훈련을 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연세중앙교회(윤석전 목사)는 ‘교회 내 건물별 대피 요령’ ‘화재 시 조치와 대피 상식’ 등을 담은 안전 매뉴얼을 작성해 배포했다. 교회 인근 소방서와 협력하면 화재 대피 훈련 지원도 받을 수도 있다. 이런 대피 훈련은 화재뿐 아니라 흉기 난동 시에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②돌봄
전문가들은 교회 내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 변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일례로 교회 안에서 정신질환 등의 문제를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성돈 라이프호프 기독교자살예방센터 대표는 “(흉기난동 같은) 사건이 일어났을 때 목회자는 정신질환자를 일컬어 ‘끔찍하다’거나 ‘범죄자’라는 등 차별적 언어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면서 “목회자들이 정신건강에 관한 기본적 지식을 갖추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교회 안에 상담소를 마련하거나 여의치 않을 경우 교회 인근 상담소와 연계해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교인들을 전문적으로 돕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청소년불씨운동 대표인 마상욱 예수믿는교회 목사는 살인예고 글 60여개 가운데 절반 이상이 10대 청소년인 점을 지적하면서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이가 없기에 이들이 익명성에 기대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면서 “교회가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안전한 장소가 되어주는 게 가장 좋은 예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소그룹을 활성화하고 청소년들이 편하게 말을 꺼낼 수 있도록 소통에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③메시지
잇따라 발생하는 끔찍한 사건으로 불안하고 공포스러운 사회분위기 속에서 목회자들은 어떤 메시지로 성도들에게 다가가면 좋을까. “그러면 열여덟 해 동안 사탄에게 매인 바 된 이 아브라함의 딸을 안식일에 이 매임에서 푸는 것이 합당하지 아니하냐.”(눅 13:16)
이 성경구절을 제시한 안덕원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 예배학 교수는 “예수님은 긴 세월 귀신 들려 고립된 여자를 ‘아브라함의 딸’로 칭하며 품었다”면서 “한국교회도 이런 예수님의 마음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이들을 품어야 한다. 이런 메시지가 선포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장창일 조승현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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