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문 쓰게했더니 아동학대?…'금쪽이' 가르칠 매뉴얼 만든다
교육 당국이 9월부터 학교 현장에 적용할 생활지도 매뉴얼을 마련하고 있는 가운데, 퇴실 조치나 반성문 작성과 같은 학생 제재 수단을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교육부와 이화여대 학교폭력예방연구소는 8일 ‘교원의 학생 생활지도에 관한 고시’ 마련을 위한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교권 침해 대책으로 학생 생활지도 범위와 방식을 담은 고시 제정을 앞두고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다. 교육부는 이번 고시에 학생의 휴대전화 검사나 압수 등의 구체적 내용을 담을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제 행동, 지도 방식 구체적이어야”
참석자들은 학생의 수업 방해 행위와 교사의 대응 방법을 구체적으로 고시에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태섭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에 따르면 미국 뉴욕교육청은 ‘학생 학습 지원을 위한 K-5학년 대상 품행 기대치’ 지침을 통해 학생의 문제 행동을 '반항'부터 '폭력적 행위'까지 5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또 호주의 써머힐써머데일 학교는 ‘전체 긍정적 행동 지원 안내서’를 통해 수업 중 경고 후에도 떠들기, 몇 차례 주의에도 수업 준비 미비, 고의적인 학생 방해, 친구 괴롭히기 등 문제 행동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손덕제 한국교총 부회장은 생활지도 방식을 학생 상담부터 퇴실, 반성문, 학부모 호출 등으로 촘촘하게 나누는 방안을 제시했다. 손 부회장은 “반성문 작성은 잘못된 언행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다짐으로 흔히 사용되는 생활지도 방식이지만, ‘강제로 쓰게 했다’며 정서적 아동학대로 신고하겠다는 민원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반성하는 게 맞는지 확인한 후 작성하게 하고 있지만 언제 아동학대로 신고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고 말했다.
수업 방해 정보에 따른 단계별 분리 방안도 제시됐다. 이보미 대구교사노조 위원장은 “구두 주의에도 개선이 되지 않으면 ‘교실 내 즉시 분리’를, 주의가 3회 이상임에도 개선되지 않으면 ‘학내 별도 공간 분리’, 그래도 상담이나 수업을 거부하면 ‘학부모 소환 및 학생 귀가 조치’ 등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이와 함께 문제 행동 발생 시 교사가 학생 보호를 위해 신체적으로 제지하는 등 즉시 개입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위기 학생의 원인이 분노조절장애, ADHD 등 정신 질환이라면 진단검사와 그에 따른 치료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학생인권조례 개정” 주장에 “근거 내놔” 소란도
손 부회장은 “등교, 수업 준비, 교칙 준수, 타 학생의 학습권 침해 금지, 협조적 자세, 흉기 및 약물 소지 금지 등 학생의 의무를 규정한 뉴욕시교육청의 학생권리규정과 달리 국내 학생인권조례는 관련 내용이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례로 인해) 성관계나 술, 담배에 대해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덧붙였다. 그러자 일부 청중이 “근거가 어딨냐” “거짓말 하지 말라”고 외치다 퇴실 조치되기도 했다.
서이초 교사 자살 사건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 학부모의 악성 민원 문제를 막을 대안도 제시됐다. 신 교수는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공립학교의 경우 모든 학부모가 ‘학생의 권리와 의무: 가족들을 위한 안내서’를 숙지하고 서명을 하도록 돼있다”며 “수업 준비, 학칙 준수, 교직원 존중 등 보호자의 의무도 명시화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학부모가 원하는 상담은 대부분 허용되지만 교사가 필요로 하는 상담은 참석을 강제하는 규정이 없다”며 “생활지도 방안 중 하나인 상담을 보호할 책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각지대로 꼽혔던 특수교사들의 교권 침해 문제도 제기됐다. 이은경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특수교육위원회 교섭국장은 “그간 장애인이나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의 특성 때문에 수업 방해가 교권 침해로 인정받지 못했다”며 “고시를 제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교원지위법에 있는 침해 행위, 조치 사항을 특수교육의 맥락에서 수정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민지·장윤서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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