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끌어들인 성일종 의원, 팬들 뿔났다

하성태 2023. 8. 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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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태의 사이드뷰] BTS 강제 소환에 디씨인사이드 방탄소년단 갤러리 성명 "반민주적"

[하성태 기자]

하이브의 하량일까, 그게 아니면 단순한 스케줄 문제일까. BTS(방탄소년단)의 대안이 뉴진스로 굳어지는 형국이다. 뉴진스의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이하 새만금 잼버리) K팝 콘서트 출연을 두고 조직위원회 측 공식 발표만 남았다는 관측이 무성하다. 

어찌됐든 '확정'이 먼저다. 새만금 잼버리 K팝 콘서트 개최를 둘러싼 설왕설래와 논란이 지속 중인 가운데 하이브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 소속 뉴진스 참가가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뉴진스 출연 소식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을지, 뉴진스의 출연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반면 K팝 새만금 잼버리 조직위 측은 11일 오후로 확정된 공연 시간 외에 별다른 공식 발표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관측성 보도가 난무하는 이유다. 장소만 해도 그렇다. 애초 전주월드컵 경기장은 태풍 카눈 여파로 새만금 잼버리 자체가 조기 철수하면서 배제됐다. 이후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과 고첨 스카이돔이 물망에 올랐으나 최종 상암월드컵경기장으로 정해졌다.

그 와중에 또 다른 논란이 고개를 들었다. 이번엔 여당 현역 중진 의원이 BTS를 걸고넘어졌다.
 
성일종 의원의 노이즈 마케팅

 
▲ 의총 발언대에 선 성일종 성일종 국민의힘 우리바다지키기TF 위원장이 7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자료를 준비해 와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모든 부처가 협력해 국민의 성원에 따라 성공적인 마무리가 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해야 합니다. 특히 국방부는 11일 서울에서 있을 K-POP 콘서트에 현재 군인 신분인 BTS가 모두 함께 참여해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일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취해주시길 바랍니다. BTS와 함께 세계 청소년들이 담아가는 추억은 또 다른 대한민국의 자산이 될 것입니다."

8일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소셜 미디어에 게재한 글 일부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성 의원은 그러면서 "국방부는 선제적으로 대응해주시길 바랍니다"라고 강조했다. 새만금 잼버리로 인해 국격이 추락했고, 전북도는 물론 중앙정부까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으며, 이를 위해 "새만금에서의 부족했던 일정들을 대한민국 문화의 힘으로 채워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 주장의 요지였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여당 중진 의원의 이러한 공식적인 주장은 국방부는 물론 BTS나 소속사 측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성 의원은 앞서 이른바 'BTS 등 국내뮤지션의 해외공연 지원법', BTS 등이 포함된 예술·체육 특기자에 대한 병역특례 기회를 확대하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 등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BTS 팬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성 의원의 이런 주장을 비판하는 여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 수년 간 BTS 팬클럽 아미를 중심으로 '정치에 BTS를 이용하지 말라'는 구호와 요청이 잊힐 만하면 한 번씩 터져 나왔던 것의 연장선상이라 할 수 있다. 성 의원의 노이즈 마케팅 의혹이 불거지는 이유다. 

이러한 논란을 키운 책임의 한 축은 잼버리 조직위라고 볼 수 있다. 앞서 잼버리 K팝 콘서트의 향배가 난항에 빠지자 정치권 일각과 일부 언론을 통해 이를 구원할 K팝 아이돌로 BTS가 소환됐다. 그 와중에 지난 5일 K팝 콘서트 관련 언론 브리핑에 나선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BTS 참가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모호한 답변을 내놓은 바 있다.

'뮤직뱅크' 휴방은 왜?
 
 '케이팝 슈퍼라이브' 로고'
ⓒ 세계스카우트잼버리조직위원회
 
뉴진스의 K팝 콘서트 참가가 기정사실화됐던 지난 7일 오후, KBS <뮤직뱅크>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11일 방송을 휴방한다고 공지했다. 이로 인해 K팝 콘서트가 KBS <뮤직뱅크>로 대체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휴방된 <뮤직뱅크>의 생방송 일정은 11일 K팝 콘서트 일정과 겹친다. KBS는 잼버리 주관 방송사다. 애초 KBS는 지난 6일로 예정됐던 잼버리 K팝 콘서트(새만금 잼버리 K팝 슈퍼 라이브)를 KBS 1TV로 생중계할 예정이었다. 뉴진스를 포함한 <뮤직뱅크> 출연진이 고스란히 잼버리 K팝 콘서트에 출연하는 시나리오가 나돌 수 있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참고로, 미니 2집 앨범으로 활동 중인 뉴진스는 지난주 <뮤직뱅크> 생방송(4일)에도 출연했다.

잼버리 조직위 입장에선 K팝 콘서트 자체가 여러 여건 상 강행해도 쉽지 않은 상황이요, 끝끝내 취소해도 잼버리 참가자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계륵 같은 존재가 되어 버렸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상황을 감안할 때, 뉴진스의 잼버리 K팝 콘서트 참가는 혼돈에 처한 새만금 잼버리를 위해 나선 것 일 수도, 석연치 않은 <뮤직뱅크> 휴방으로 인한 빈 스케줄과 맞아 떨어진 자발적인 선택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의문은 남는다.

완전체 출연이 불가하거나 개별 일정을 소화 중인 BTS를 둘러싼 논란 역시 조직위 측의 K팝 아이돌 동원 의혹을 키우기에 충분했다. 심지어 오는 11일부터 3일 간 개최하며 K팝 콘서트와 첫날 일정이 겹치는 '2023 전주얼티밋뮤직페스티벌'(JUMF 2023) 측이 지난 7일 잼버리 조직위 측의 출연자 빼가기 시도를 공개 항의하면서 조직위를 향한 비난 여론이 더해진 바 있다. 

여기에 성일종 의원이 논란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아니나 다를까, 8일 오후 디씨인사이드 방탄소년단 갤러리가 성명을 냈다.

"대한민국의 역동성과 창의성을 보기 위해 방문한 잼버리 대원들을 위해서라도 BTS가 문화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는데 공감하는 바이지만, 현재 국방부의 육군 소속인 BTS의 김석진(진) 상병과 정호석(제이홉) 이병과는 달리 다른 멤버들은 민간인으로서 국방부에서 관할할 그 어떠할 권리도 없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즉, BTS의 완전체는 멤버 개개인의 의사가 철저히 반영되어야 하며, 성일종 의원이 국회의원 신분을 내세워 국방부에 압력을 가하는 작금의 행태야말로 잼버리 취지와 정신에 어긋나는 반민주주의라 할 수 있습니다."

끝이 좋으면 만사형통이다? 폐영식 일정에 맞춘 K팝 콘서트가 국내외 비난 여론에 직면한 새만금 잼버리를 구원할 마법의 지팡이가 될 순 없다. 설령 그럴 수 있다 하더라도 여당 중진 정치인이 공연 사흘을 앞두고 BTS를 강제 소환하는 상황은 비상식적이요, 소속사와 아티스트, 팬들을 모두 무시하는 처사라 할 수 있다. 뉴진스 출연이 예고됐던 KBS <뮤직뱅크>의 갑작스러운 휴방을 향한 의혹도 마찬가지 맥락일 것이다.

아티스트들이나 관계자들 모두 조직위가, 정치인들이 단 며칠 만에 동원할 수도, 동원해서도 안 되는 존재들이다. 그건 경기장의 잔디 훼손을 걱정해야 하는 스포츠인들도 마찬가지다. 조직위가 석연치 않은 방법으로 K팝 콘서트를 강행한다면, 남는 것은 혼돈과 비난에 휩싸인 새만금 잼버리 조직위가 대중문화예술과 스포츠 종사자들을 언제든지 강제 동원할 수 있는 존재들로 여기고 존중하지 않는다는 방증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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