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삼아 살인예고글 올린 청소년들…"본인에게 나쁘다는 인식 심어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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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동 흉기난동' 사건 이후 인터넷에 쏟아진 '살인예고글'의 작성자 상당수가 청소년으로 경찰 조사에서 확인됐다.
글을 올린 청소년들은 "장난삼아 글을 올렸다"고 진술했지만, 사회적 불안과 공포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확산됐다.
지난 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엑스'(X·옛 트위터)에 살인예고 협박글을 올린 16세 청소년은 친구가 자신에게 욕설해 화가 나 글을 올렸다고 했고, 같은 날 SNS에 흉기 사진과 함께 천안 살인예고글을 올린 17세 고교생은 단순 장난으로 글을 작성했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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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심리·코로나 이후 관계 단절 원인 꼽혀
자신 행동 객관화 할 수 있는 시민교육 필요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 이후 인터넷에 쏟아진 '살인예고글'의 작성자 상당수가 청소년으로 경찰 조사에서 확인됐다. 글을 올린 청소년들은 "장난삼아 글을 올렸다"고 진술했지만, 사회적 불안과 공포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확산됐다.
8일 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살인예고글을 올린 피의자 67명 중 10대 청소년은 최소 34명(50.7%)으로 파악됐다. 경찰 조사 결과, 살인예고글을 올린 청소년들은 단순 장난이나 화풀이를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엑스'(X·옛 트위터)에 살인예고 협박글을 올린 16세 청소년은 친구가 자신에게 욕설해 화가 나 글을 올렸다고 했고, 같은 날 SNS에 흉기 사진과 함께 천안 살인예고글을 올린 17세 고교생은 단순 장난으로 글을 작성했다고 진술했다. 또 미사역 살인예고글을 올린 14세 중학생과 연신내 살인예고글을 올린 10대 학생도 경찰에 체포된 뒤 "장난으로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배경에는 일차적으로 청소년들의 모방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흉기난동 사건에 대한 사회적 주목이 이어지자 청소년의 호기심이 모방범죄를 낳았다는 해석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이슈의 중심에 서고 싶어 하고 자극을 추구하는 청소년의 특징이 일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다만 청소년들의 이러한 행위를 단순히 관심을 끌기 위한 행위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일부 사건을 보면 실제 본인의 불만을 토로하면서 글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며 "모든 사건을 청소년기의 영웅심리나 모방심리로 인한 장난으로 치부하는 것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교육계에서는 지난 3년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공동체에 대한 상호작용이나 관계가 단절돼 청소년들의 공감 능력이 떨어지고 고립감이 커진 사실에 주목한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이 지난 5월 전국 청소년 636명을 조사해 발표한 '코로나 4년 청소년 마음 기록'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자발적 고립은 올해 3.08점(5점 리커트 척도, 5점에 가까울수록 긍정 비율이 높음)으로 보통 이상을 보였다. 자발적 고립은 사회적 거리두기 등 외부적인 이유로 생기는 사회적 고립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고립을 의미한다. 특히 코로나 기간 93%는 온라인 일일 사용 시간이 늘었다고 응답했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는 "코로나 상황에서 정서학습,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상당히 많아졌다"며 "그러면서 이들이 좌절과 분노를 특정 사이트에 표출하는 상황들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청소년 대상 시민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터넷 커뮤니티 등 미디어를 통한 청소년의 자기표현이 일상화된 만큼, 장난삼아 한 행위가 자신과 사회 전체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청소년기 자신의 행동을 객관화해 바라볼 수 있게 하면서 심각한 사회적 피해를 끼치는 경우 처벌을 받는 등 자신의 미래도 망가질 수 있다는 교육이 필요하다"며 "인터넷을 수단으로 자신을 표현하고자 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시민교육으로서 함께 가르쳐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도 "미디어 윤리와 관련한 교육은 일부 교과과목에서 약간 다룰 뿐 양적·질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며 "특정 교과가 아닌 전반적인 학교 교육 체제 안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영역과 윤리 영역을 결합해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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