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구금해놓고…北 "외국 벗들, 골프치러 오라" 돈벌이 나섰다
"외국의 벗들도 우리나라의 골프 애호가(아마추어) 경기에 참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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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 연락처도 공개
8일 북한 국가관광총국 산하 조선관광 웹페이지에 따르면 총국 산하인 여명골프여행사는 지난 2일자 게시물에서 "외국의 벗들도 희망하신다면 우리나라에서 봄과 가을에 진행되는 골프 애호가 경기에 참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올해 5월 골프협회 주최 하에 '봄철 골프 애호가 경기'가 열렸다"면서다.
이어 "경기에 참가하실 분은 국가관광총국 려명골프여행사와 연계(연락)하면 된다"며 주소, 전화번호, e메일을 함께 공개했다.
같은 날 게시된 또 다른 글에서 조선관광은 "골프관광을 주제로 하는 려명골프여행사는 창립된 지 몇 년 되지 않지만 자부할 만한 성과들을 이룩하여 선망의 대상으로 되고 있다"고 홍보했다. 이어 "수중골프장, 활쏘기장, 보트장 등을 새로 꾸렸다"고도 강조했다.
북한의 호화 레저시설 중 하나인 평양골프장은 평양에서 약 30㎞ 떨어진 남포 강서구역 태성리에 있다. 2011~2016년에는 골프 관련 국제 대회도 열렸지만 2017년에 내부 공사에 들어갔고 2019년부터는 코로나19 사태가 닥치는 바람에 내부 행사 중심으로 운영됐다.
외국 관광객 유치 '시동'
그간 북한 관광 프로그램에 대한 민간의 광고는 있었지만 당국인 북한 국가관광총국 차원에서 같은 날 4개의 게시물을 올리며 평양골프장 홍보에 나선 건 이례적이다. 지난 3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도 "3년이 넘도록 왕래가 중단된 조선에로의 관광 열기가 예사롭지 않다. 어느 때든 마중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으리라 짐작된다"며 관광 재개 분위기를 띄웠다.
관광 산업은 대북 제재에서도 금지하지 않는 분야라 코로나19 이전 북한이 외화 벌이를 위해 가장 공을 들였다. 앞서 코로나19 사태 이전 북한은 조선관광 웹페이지를 통해 '9.9절'(북한 정권 수립일) 기념 매스 게임(집단 체조) 티켓을 장당 100만원이 넘는 가격에 팔거나 백두산 등 '조선의 명산'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활발히 홍보했다.
이를 코로나19 이후 이뤄졌던 자발적 봉쇄조치의 해제 신호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다만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조만간 실제로 관광이 이뤄질지 지켜볼 필요가 있고 아직 국경 개방 신호로 보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억류자 문제 여전한데…
특히 북한이 지난달 18일 판문점을 통해 월북한 주한미군 트래비스 킹을 구금한 채 3주째 송환 협상에 제대로 임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관광 홍보에 나선 데 대한 비판이 나온다. 북한은 2017년에도 관광 중 억류한 미국인 청년 오토 웜비어를 사망에 이르게 했는데, 그로부터 불과 약 한 달 뒤 조선관광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외국인 관광 프로그램을 홍보해 국제적인 비난을 샀다.
북한 내 억류자·납북자·국군포로 문제는 윤석열 정부의 통일·대북 라인이 최근 새로 정비된 이후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지난 3일 취임 후 첫 대외 일정으로 억류자·납북자·국군포로 관련 민간 단체를 만나 "북한은 납북자의 존재를 부인하며 억류자 생사 확인 등 일체 대응을 하지 않는다"며 "정부는 앞으로 확고한 입장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북한의 관광 사업 자체는 대북 제재 위반이 아니지만 골프 대회 등을 위한 스포츠 장비를 북한으로 반입하는 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2016년 3월 채택된 안보리 결의 2270호는 북한으로의 이전을 금지한 사치품 범위에 '레크리에이션 스포츠 장비'를 추가했다. 앞서 2018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외국산 스포츠 장비의 북한 반입을 추진했지만 해당 결의에 가로막혔고, 당시 유엔 안보리도 제재 예외를 허가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부는 주변국을 대상으로 안보리 결의를 준수할 의무를 주지시키며 공조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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