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방패 쓰는 우크라 야만적"…이게 러 교과서, 고교에 뿌린다

박소영 2023. 8. 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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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고 서방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를 새로 발행했다. 7일(현지시간) AFP통신·가디언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교육부는 이날 수도 모스크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의 고등학교 과정에 해당하는 11학년(17세) 역사 교과서를 개정해 발행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고등학생에게 배포되는 새로운 역사 교과서에 나와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모습. AFP=연합뉴스


새 교과서는 5개월 만에 집필과 제작을 완료했다. 신학기가 시작되는 오는 9월 1일 러시아 전역에 있는 65만명의 11학년 학생에게 배포될 예정이다. 가격도 이전 교과서보다 20% 저렴한 849루블(약 1만1200원)에 판매된다.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 보좌관은 "이렇게 단기간에 교과서가 만들어진 적은 없다"면서 "이 교과서는 소련 붕괴(1991년) 이후 유일한 고등학생용 국정 역사 교과서의 지위를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에는 중학교 과정에 해당하는 5~9학년을 위한 새 역사 교과서가 발행될 예정이다.

가디언은 "푸틴 대통령은 줄곧 학교 역사 교육에 대한 통제를 중요하게 여겼다. 지난해 2월 말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런 방침은 더욱 가속화됐다"면서 "새 역사 교과서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졌다"고 전했다

새 교과서는 1970~2000년대까지의 역사를 전면적으로 개편했고, 지난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를 합병한 이후부터 현재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다루는 새로운 단원을 추가했다.

러시아 매체 RBC·메두자 등에 따르면 새 교과서에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는 푸틴 대통령 측 주장이 대거 반영됐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서방이 러시아를 불안정하게 만들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에 대항하게 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적대 행위를 종식하기 위해 '특별군사작전'을 시작했다고 서술됐다. 러시아에서는 공식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아닌 '특별군사작전'이라고 표현한다.

또 전쟁 이후 서방 측의 제재에 대해선 전례 없는 규모의 불법 행동이라면서 지난 1812년 러시아로 진군한 프랑스의 나폴레옹보다 '더 악랄하다'고 묘사했다. 또 우크라이나 군대에 대해선 현지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사용하는 야만적인 전술을 구사한다고 주장하며 학생들에게 이에 대한 의견을 서술하라고 했다.

세르게이 크라프초프 교육부 장관은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이 끝나고 우리가 승리한 후 교과서를 추가로 보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 보좌관이 7일 모스크바에서 고등학생을 위한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앞서 지난 6월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가 최근 학교 수업에서 군사·애국 교육 콘텐트를 강화하는 한편 정권에 반기를 들지 않도록 정치적인 내용은 금지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9월 개설된 '중요한 대화'라는 프로그램에선 러시아 역사의 중요 사건 등을 주제로 한 시간 동안 수업한다. "나토를 몰아내자"는 구호를 외치게 하는 등 서방에 대한 노골적인 적개심을 강조하는 수업도 있다.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러시아 정치철학을 연구하는 그레그 유딘 교수는 "현재 러시아 사회를 결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들을 세뇌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미국이 우크라이나군을 지원하기 위해 'M1 에이브럼스' 전차 첫 인도 물량에 대한 선적을 승인했다고 CNN방송이 7일 보도했다. 미 육군 조달 책임자 더그 부시는 에이브럼스 전차들이 초가을(9월) 무렵 우크라이나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앞서 지난 1월 우크라이나군을 지원하기 위해 에이브럼스 전차 31대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자국 국영 방산그룹 로스테흐의 세르게이 체메조프 사장에게 우크라이나전에서 주요 무기로 활용되고 있는 러시아산 공격용 드론(무인기) '쿠프'와 '란체트'가 아주 뛰어난 성능을 보여줬다며 생산을 늘리라고 주문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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