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 놓고 한동훈에 "웃기는 발상"…홍준표 묘하게 달라졌다
수해 골프 논란으로 지난달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10개월’ 중징계를 받은 홍준표 대구시장의 메시지가 최근 미묘하게 변하고 있다.
홍 시장은 8일 페이스북에 새만금 잼버리 부실 운영과 관련해 “여야는 상대방 탓하지 말고 무너진 국격을 다시 일으켜 세울 방안이나 힘 모아 강구하라”고 썼다. “외국 청소년들 초청해 놓고 서로 책임 미루는 것은 보기 민망하다. 잘잘못 가리는 것은 사태수습 후 재발 방지를 위해 하는 것”이라며 한 말이다.
홍 시장은 또 태풍 카눈의 북상을 언급하며 “이번 여름휴가는 어제 하루하고 취소해야겠다”고 썼다. 휴가 중 아내와 함께 전북 무주 덕유산 정상에서 찍은 사진을 추가로 올리며 “이렇게 날씨가 좋은데 태풍이 온다고 한다. 바로 휴가 취소하고 사무실로 복귀한다”라고도 했다. 지난달 수해 속에서 골프를 치고 “주말에 골프치면 안 되냐”고 항변하던 것과 달라진 모습이다.
당 주류와 대립하던 모습도 적어졌다. 신평 변호사가 국민의힘 자체 여론조사라며 내년 총선 수도권 참패를 주장해 여권이 들끓자 “자칭 얼치기 멘토가 넘쳐나는 것이 문제”라고 직격한 게 대표적이다. 홍 시장은 지난 4일 “지금은 지게 작대기라도 모아 총선에 대비할 때다. 총선 지면 내일은 없다”며 이같이 썼다.
그렇다고 친윤(親尹)과 궤를 같이하는 것도 아니다. 지난달 서울 신림역 ‘묻지 마 칼부림’을 시작으로 흉기 난동이 전국적으로 횡행하자 홍 시장이 지난 5일 ‘사형 집행론’을 꺼낸 건 여권 주류와 다른 길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사형을 집행하면 유럽연합(EU)과의 외교관계가 단절될 수 있다”는 입장인데 홍 시장은 이를 “웃기는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사형제는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적어도 일반 여론에선 집행에 찬성하는 비율이 높은 사안이다. 지난해 7월 한국갤럽의 사형제 존폐 여론조사 결과, 유지론(69%)이 폐지론(23%)을 크게 웃돌았다. 홍 시장은 “가해자 인권만 중요하고 피해자 인권은 경시되는 나라는 정의로운 나라가 아니다”며 “흉악범에 한해서는 우리도 법대로 사형 집행을 하자”고 말했다.
또한 홍 시장은 지난 7일 온라인 소통 채널 '청춘의 꿈'에 “이언주 전 의원은 똑똑하고 맑은 사람이다. 당에서 키워 주었으면 한다”고 썼다.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 “(당원권 정지로) 나는 총선까지 쳐냈지만, 이준석 전 대표도 안고 유승민 전 의원도 안고 가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언급된 세 명은 정치적 결도 다르고 홍 시장과의 친소 관계도 다르지만 친윤계를 강력히 비토하는 비윤계라는 공통점이 있다. 정치권에선 이들의 신당 창당 등 합종연횡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됐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비윤계가 지금은 비주류지만, 국정 지지도에 따라 구심점이 바뀔 수는 있다”고 말했다.
홍 시장과 가까운 영남 의원은 “홍 시장은 정치적 위기에 몰릴 때마다 특유의 개인기로 되살아났다”며 “지금도 권토중래를 준비하는 모습 같다”고 말했다.
다만 당 지도부 관계자는 “징계 과정에서 홍 시장을 감싼 사람이 아무도 없지 않았냐”라며 “대선주자급 리더가 되기엔 많은 약점이 노출됐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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