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준비한다며 손흥민 英경기 직관·와인 시음 다녀온 공무원들

구나리 2023. 8. 8.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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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버리 이유로 해외출장 가 관광 명소 여행
디즈니랜드 관광·와인 축제서 시음까지
중앙부처와 지자체 공무원 등 101차례 출장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최 장소인 전북 부안군의 공무원들이 잼버리 우수 사례를 배우겠다며 '외유성 해외 출장'을 20여차례 다녀온 사실이 드러나 파장이 커지고 있다.

관광지 둘러보며 하루, 손흥민 경기 보며 또 하루…부안군, "잼버리 예산 아냐" 해명

[이미지출처=연합뉴스]

8일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부안군 공무원 4명은 2019년 10월 3일부터 13일까지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를 다녀왔다.

이들이 출장 후 제출한 보고서에는 여행 목적으로 '영국의 세계잼버리대회 개최지 및 도시재생 우수사례 연구'라고 적혀 있다. 그러나 영국은 103년 전인 1920년에 세계잼버리를 개최했으며, 프랑스는 잼버리가 개최된 적이 없다.

이들은 영국 런던에 도착한 이튿날 버킹엄 궁전, 웨스트민스터사원 등 관광지를 둘러보며 하루를 소모했다.

3일 차에는 런던 근교의 휴양도시 브라이턴 지역으로 이동해 아멕스 스타디움을 찾았다.

보고서에는 아멕스 스타디움에 다녀온 후 느낀 점에 관해 "지역 특색을 살린 경기장 디자인이 인상적", "운동장과 관중석이 가깝게 설계되어 생동감 넘치는 경기 관람 가능" 등의 내용이 담겼다.

특히 "우리 군 읍면 단위 국민체육센터 등 관련 사업 시행 시 반영 가능"이라고도 적혀있었지만, 잼버리나 도시재생과는 다소 연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2023년 7월 기준 부안군 인구는 4만 9727명이지만, 아멕스 스타디움은 3만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이기 때문이다.

전북 부안군 공무원들이 2019년 10월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를 다녀온 후 제출한 보고서 중 일부. [사진 출처=국외출장연수보고시스템]

게다가 이들이 아멕스 스타디움을 찾은 날짜는 축구선수 손흥민이 소속된 토트넘의 원정 경기가 이곳에서 치러진 날이었다.

부안군 공무원들이 손흥민의 경기를 직관하기 위해 일부러 일정 중에 아멕스 스타디움을 끼워 넣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부안군 관계자는 손흥민의 경기를 관람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잼버리 일정이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잼버리 목적의 출장은 아니었다"며 "여행 기간에는 잼버리 홍보 활동을 한 것이며 해당 출장은 잼버리 예산이 아닌 부안군 예산으로 갔다"라고 말했다.

이어 파리에서는 오르셰 미술관을 방문하고 몽마르트르 포도 축제에 가 와인 시음 행사에도 참여했다.

'문화 관광 구심점 찾는다'며 관광…"꿈같은 여행에 감사드린다"

2017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부안군 문화관광과, 미래창조경제과, 주산면 소속 공무원이 1명씩 참가한 영국, 프랑스, 체코 3개국 해외 출장도 진행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6월 12박 14일간 진행된 출장의 이유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를 벤치마킹하여 부안군의 신성장 동력인 문화관광의 구심점을 찾고, 잼버리대회 유치 홍보활동을 전개하고자 함'이다.

하지만 이들도 영국에서 대영박물관·피카디리 광장·버킹엄궁전·타워 브릿지 등을 돌아봤고, 체코에서는 프라하성과 존 레넌 벽을, 프랑스에서는 에펠탑과 루브르 박물관을 돌아봤다. 특히 프랑스 파리에서는 디즈니랜드에서 온종일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같은 해 7월에도 부안군 공무원 4명이 10박 12일 일정으로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 독일을 찾았다.

출장을 다녀온 후 보고서에 명시된 이유는 ‘유럽문화 및 관광산업 등 견학 체험을 통해 우리 군 문화, 관광 분야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세계잼버리 새만금 유치 홍보활동을 하고자 함'이었다.

그러나 보고서의 해외연수 소감에는 “우리에게 있어 10박 12일 동안 꿈같은 여행은 이것으로 끝났지만 지금도 생각하면 잊지 못할 생생한 추억으로 기억된다”며 "우리 팀원들과 해외 배낭 연수 기회를 갖게 해주심에 감사드린다"라고 적었다.

한편 새만금 세계잼버리 주최 측이 1000억원대의 예산 대부분을 조직위원회 운영에 쓴 것으로 드러나면서 그간 투입된 예산 사용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 중앙부처와 지자체 공무원 등이 새만금 세계잼버리를 이유로 떠난 해외 출장은 총 101건이다. 전북도가 57건(56.4%)으로 가장 많고, 이어 부안군 25건(24.8%), 새만금개발청 12건(11.9%), 여성가족부 5건(5%), 농림축산식품부 2건(2.0%)이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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