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양의지- 답답한 김재환... 기로 선 '이승엽표' 야구

이준목 2023. 8. 8.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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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부진 탈출 위한 분수령, 두산 이승엽 감독은 새로운 해법 내놓을까

[이준목 기자]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가 핵심 선수 양의지의 부상이라는 초대형 악재에 직면했다. 양의지는 지난 8월 6일 KT와의 경기에서 결장했고 다음날 지속적인 옆구리 통증과 편도염 증상을 호소하며 병원 정밀 진단을 받았다.

현재로서는 1군 엔트리 말소로 당분간 공백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억지로 고통을 참고 경기에 출전한다고 해도 정상 컨디션을 장담할 수 없는 데다, 무리해서 자칫 상태가 악화되기라도 한다면 장기적으로 팀에 더 큰 타격을 입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두산으로서는 올시즌 5강싸움의 최대 고비에 직면했다고 할 만하다. 두산은 지난달 1일부터 25일까지 파죽의 11연승을 내달리며 구단 역사상 최다 연승 신기록을 수립했다. 이때만 해도 5강을 넘어 선두권까지 위협할 기세였다.

그러나 연승을 마감하자마자 5연패 및 최근 11경기에서 3승8패라는 거짓말같은 부진에 빠졌다. 같은 11경기 구간동안 동일한 팀이 맞나 싶을 정도로 공수지표가 극과 극이었다. 두산은 11연승 동안 타율 ,290과 평균자책 1.98으로 모두 전체 1위를 달렸다. 그런데 최근 11경기에서는 무려 64실점을 내줄동안 고작 36득점에 그치며 내용이 정반대가 됐다.

두산은 현재 47승 1무 44패로 5위까지 내려앉았다. 3위권인 NC-KT와는 1게임차지만, 두산 역시 6위 KIA에 1게임차로 추격당하고 있다. LG-SSG의 양강 구도가 확고한 상황에서 중상위권의 '3위 전쟁'이 역대급으로 치열하다. 두산으로서는 팀 최다연승을 기록하고도 가을야구조차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리그 최고의 포수로 꼽히는 양의지마저 빠진다면 두산은 큰 부담을 안게 된다. 양의지는 지난 겨울 4+2년 총액 152억원에 NC에서 친정팀 두산으로 전격 복귀했다. 2023시즌 87경기에서 타율 3할2푼3리 9홈런 44타점 OPS .906의 맹활약을 펼치며 포수겸 4번타자로 두산 공수의 중심을 맡고 있었다.

양의지의 부상으로 덩달아 불똥이 튄 것은 다름 아닌 김재환과 이승엽 감독이다. 양의지가 라인업에서 빠진다면 수비에서는 백업포수 장승현이, 공격에서는 외야수 김재환이 4번타자를 맡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한 대안이다. 하지만 6일 경기에서는 장승현마저 손가락 부상으로 교체되며 3번째 포수인 박유연이 긴급 투입되어야했고, 4번으로 복귀한 김재환은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가장 큰 문제는 김재환이 끝모를 부진에서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재한은 올시즌 88경기에서 타율 .227 8홈런 33타점 OPS(출루율+장타율) .695라는 충격적인 성적에 그치고 있다.

김재환은 데뷔 이래 오직 두산 한 팀에서 활약하며 1203경기를 소화했다. 30홈런-100타점 시즌을 4번이나 달성했고 커리어하이인 2018년에는 KBO리그 MVP까지 수상했다. 그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2021년에는 자유계약선수(FA)로 두산에 잔류하여 4년 총액 115억 원의 대박계약을 터뜨렸다.

하지만 김재환은 대형계약 이후 급격하게 추락하고 있다. 첫해였던 2022시즌 23홈런을 올리기는 했으나 타율 .248에 그치며 부진했던 김재환은, 이승엽 감독의 부임 첫 시즌 부활을 노렸지만 타율은 더 떨어지고 심지어 장타력은 폭락했다.

홈런왕 대선배인 이승엽 감독과 타격 전문가 고토 고지 코치가 김재환의 부활을 위하여 팔을 걷어붙였음에도 아직까지는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프로 데뷔 이후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한 시즌중 지난 2022년을 뛰어넘는 '커리어 로우'를 경신할 가능성이 매우 유력하다.

중심타선의 한 축을 맡아줘야 할 김재환의 부진은, 그만큼 양의지의 체력적-정신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로도 이어졌다. 이승엽 감독이 양의지의 출전시간과 포수 이닝을 어느 정도 관리해주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공격과 수비 모두 양의지에게 쏠린 의존도가 너무 컸다.

이승엽 감독은 김재환의 부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연승 기간중에도 '후반기 팀의 키플레이어는 김재환'이라고 콕 집어 거론할만큼 기대와 애정을 드러냈다. 반대로 발하면 김재환만 잘해주면 두산의 투타 밸런스가 더 수월하게 돌아갔을 것이라는 아쉬움의 표현이기도 했다.

그러나 김재환은 후반기에도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11연승 기간에도 한 두경기를 제외하면 김재환의 공헌도는 미미했다. 최근에는 선발에서 제외되거나 하위타선으로 기용되거나 심지어 대타로도 후순위로 밀려나면서 자신감이 더욱 떨어진 모습이다.

지난 6일 KT전에서는 양의지가 빠진 4번타자 자리에 김재환이 돌아왔으나 여전히 공을 배트에 컨택하는데도 고전하며 좀처럼 타격감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제는 일시적인 부진을 넘어 신체능력저하로 인한 '에이징커브'가 진지하게 우려되는 대목이다.

보통 이 정도로 부진한 선수들은 2군에 내려가 타격조정기간을 거치고 올라오기도 한다. 베테랑이나 외국인 선수라도 해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이승엽 감독은 유독 김재환에게만큼은 1군에서 꾸준한 출전 기회를 주면서 타격감이 되살아나길 기다려주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물론 두산의 팀사정상 양의지가 없는 상황에서 김재환까지 빠진다면 그 자리를 대체할만한 거포자원이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하지만 김재환이 공수에 걸쳐 심각한 슬럼프를 겪음에도 특별대우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두산은 이번주 8위 삼성(홈)- 10위 한화(원정) 등 하위권 2팀과의 6연전을 앞두고 있다. 상대전적에서도 삼성에 5승 3패, 한화에 8승 4패로 우세하다. 두산으로서는 최근의 부진 탈출을 위한 분수령이 되어야 할 한 주다. 양의지의 공백과 김재환의 슬럼프라는 악재 속에서 이승엽 감독이 과연 새로운 해법을 내놓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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