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닝맨' 선 넘은 하하의 건배사, 순간 귀를 의심했다

이진민 2023. 8. 8.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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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19금 영화 속 한 장면이 주말 예능 웃음 소재로... '런닝맨'이게 더 문제적

[이진민 기자]

최근 유튜브, 틱톡 등 SNS의 발달로 무엇이든 쉽게 유행하는 '밈(meme)'이 되고 때론 지상파에 진출하기도 한다. 지난 6일 방송된 SBS 예능 <런닝맨>에서 하하가 따라 한 건배사도 마찬가지. 그러나 그 건배사의 유래를 안다면 '유튜브에서 또 이상한 거 배워온 하하'라는 제작진의 편집처럼 마냥 웃고 넘어갈 수 없다.

이른바 '이경영밈', '영차샷', 'X탄주'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이 건배사는 파격적인 수위로 화제를 모았던 영화 <내부자들>에서 비롯되었다. 19금 영화 속 한 장면이 주말 예능에 웃음 소재로 쓰인 상황. 특히 어린이들 사이에서 '런닝맨 게임'이 유행할 만큼 시청자층이 넓은 <런닝맨>이기에 더욱 문제적이란 지적이다.

지상파에서 등장한 적나라한 밈(meme)
 
 지난 6일 방영된 <런닝맨> 화면 갈무리
ⓒ SBS
 
지난 6일 방송된 <런닝맨>에서는 여름방학특집 편 2탄이 공개됐다. 평상에서 여유로움을 만끽하던 멤버들의 모습이 이어졌는데, 문제는 전소민이 하하에게 건배사를 제안하면서 불거졌다. 하하를 중심으로 양세찬, 송지효 등이 일어나 차례대로 "좋아써"를 외치며 마지막엔 "영차!"로 건배사를 외친 것.

이에 양세찬이 "이건 원래 남자들끼리 하는 거다"라고 말하자 하하는 "그래서 우리가 이건(?) 안 했다"고 특정 행동을 따라 하며 답한다. 건배사의 의미를 모르는 전소민이 이를 따라 하자 주변에서 웃음이 터졌고 '신난 하하가 요상한 건배사를 시켰다'는 식으로 마무리된다.

건배사의 시작은 2015년 개봉한 영화 <내부자들>의 한 장면. 극 중 부패한 정치인 장필우(이경영)가 별장에서 나체인 여성들과 퇴폐적인 게임을 벌이다가 특정 신체 부위를 이용해 폭탄주를 제조하는 장면이다. 이는 '영차샷', 'X탄주'라 불리며 유튜브 숏츠와 틱톡 등을 중심으로 '따라하기' 열풍이 일었다. 유튜브 채널 <경영자들>에선 특정 부위로 폭탄주가 아닌 병뚜껑을 따고, 냉장고 문을 여는 패러디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19금 영화 속 정치인의 문란함을 보여주기 위한 적나라한 노출 장면이 지상파 예능에서 밈(meme)으로 쓰였다는 사실에 시청자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해당 밈(meme)의 출처를 안다면 결코 편집 없이 내보낼 수 없지만, 제작진은 되려 '너튜브에서 또 이상한 거 배워온 하하', '신난 하하가 요상한 건배사를 진행시킨 사이' 등의 자막으로 하하의 행동을 유쾌하게 묘사했다. 잘못된 웃음 소재를 사용한 하하와 이를 그대로 내보낸 제작진 모두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런닝맨의 영향력은 여전히 달리는 중
 
 <런닝맨> 포스터
ⓒ SBS
 
대중이 <런닝맨>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프로그램이 가진 지대한 영향력 때문이다. <런닝맨>은 태국, 대만, 중국, 일본 등 아시아 9개국에 수출됐고 프로그램 포맷을 수입해 중국판 런닝맨 <달려라 형제> 등이 방영되었다. 특히 국내에서는 어린이 시청자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와 프로그램 룰을 따라 한 '런닝맨 게임'이 유행하고 출연진들은 '초통령'이란 별명을 얻었다.

그러나 <런닝맨>은 수년간 비속어 논란을 겪기도 하였다. '이 XX', '저 XX', 'X소리' 등 출연진이 비속어를 사용하는 장면이 방송에 등장한 것. 물론 음성은 '삐' 처리되고 자막에도 'X' 표시로 바뀌었지만, 맥락상 어떤 욕설인지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상황. 특히 출연진이 비속어를 사용하면 다 함께 박장대소하는 식의 장면은 비속어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전달할 수 있기에 우려스럽다.

6일 방영된 회차 또한 게임을 진행하면서 출연진끼리 서로에게 비속어를 사용하는 장면이 송출되었다. 웃음을 위해, 혹은 유행에 따라가기 위한 예능인의 선택일지 모르지만, 10년 넘게 '초통령' 자리를 지키고 있는 <런닝맨>인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비단 <런닝맨>뿐만 아니라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 재미를 위해 자극적인 소재와 적나라한 편집으로 비판 받는 경우가 있다. 예능은 예능일 뿐, 진지한 다큐멘터리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식의 의견도 있지만, 대중 매체가 끼치는 영향력을 고려한다면 마냥 과도한 처사는 아니다.

이제는 재미를 위해 '선 넘는' 예능에 웃지 않고 우리가 지켜야 할 선을 고민해야 할 순간이다. 무언가에 웃지 않는 것, '넘지 않아야 할' 선을 지키는 것. 예능 프로그램과 시청자의 비판 의식은 웃음이 아닌 정적에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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