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휴가 맞은 이재용, 캐나다 거쳐 독일行…전장 등 논의할 듯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독일을 찾아 미래 성장동력 챙기기에 나섰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캐나다를 거쳐 7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아들·딸은 학업 관계로 북미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주말을 이용해 가족과 함께 짧은 여름휴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뮌헨은 독일 제조혁신 정책인 ‘인더스트리 4.0’의 발상지다. 독일 첨단산업의 중심지로 완성차 업체 BMW와 반도체 기업 인피니온, 삼성전자의 오랜 협력사인 지멘스, 조명 기업 오스람 등의 본거지다. 이에 따라 재계는 이 회장이 이번 독일 방문에서 스마트팩토리와 제조혁신 방안 등을 구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회장이 삼성전자가 미래 성장동력의 하나로 삼은 전장 사업에서 속도를 내기 위해 독일 완성차 업계와 차량용 반도체 등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의 전장 사업을 주도하는 하만은 독일에 하만카돈 생산공장을 가동 중이며, 이 회장은 지난해 방독 때 이곳을 방문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017년 “새로 열리는 차세대 모빌리티 시장을 적극적으로 준비하자”며 하만 인수를 결정했고, 차량용 반도체를 비롯해 이미지센서·디스플레이·오디오 등 전장 사업에 투자를 확대하며 역량을 키워 왔다. 지난해 2월 하만은 독일 증강현실(AR)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소프트웨어 업체 아포스테라를 인수했다. 자동차 산업의 트랜드가 친환경 동력과 자율주행 기술 중심으로 급속히 옮겨가며 최첨단 정보기술(IT) 부품의 중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 삼성은 다음 달 5~10일 뮌헨에서 열리는 국제모터쇼 ‘IAA 모빌리티’에 처음 전시공간을 마련하며 전장 사업 강화를 꾀한다.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과 삼성디스플레이가 차세대 차량용 반도체 제품과 차량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등을 소개할 예정이다. 전장 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이 회장이 현지에서 IAA 모빌리티 준비 상황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올리버 집세 BMW 최고경영자(CEO)와도 오랫동안 친분을 유지하고 있어 두 사람의 만남 여부도 관심사다. BMW의 전기차 ‘뉴 i7’에 삼성SDI의 최첨단 배터리셀 P5가 적용되기도 했다.
오는 9일에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면담 가능성이 제기된다. 재계는 이 회장과 숄츠 총리가 삼성의 독일 투자 등 비즈니스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하고, 글로벌 행사의 국내 유치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 회장의 구체적 해외 일정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독일은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이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메시지로 유명한 신(新)경영을 선언한 곳이다. 이 선대회장이 프랑크푸르트 캠핀스키 호텔에서 수백 명의 삼성 임원을 불러모아 혁신을 주문할 당시 이 회장도 현장에 있었다. 최근 재계는 이 회장이 새로운 경영 철학을 담은 ‘뉴삼성 선언’을 내놓을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신경영 선언 30주년을 맞은 시점에 이 회장의 방독에 더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이 회장은 지난해 6월에도 독일 등 유럽 5개국을 찾아 전략적 파트너들과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당시 반도체 장비업체인 네덜란드 ASML과 벨기에 루벤의 유럽 최대 반도체 연구소 IMEC 등을 찾아 인공지능(AI), 바이오·생명과학, 미래 에너지 등 첨단 분야의 연구개발(R&D) 현장을 둘러봤다. 귀국길에는 기자들과 만나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같다”며 기술을 강조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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