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댄서-소박한 농부, 할아버지의 이중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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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카 민'은 1945년 미숙아로 태어났다.
어릴 적 왜소한 체격으로 친구들과 잘 어울려 지내지 못했고, 산과 들을 벗 삼아 다니면서 몸과 마음을 키워 나갔다.
일상에서 생기는 평범한 근육이 모여 댄서의 몸을 만들어 낸다고 믿고 있다.
다나카 민은 춤을 구경하는 모든 몸(관객)과 함께 어울리면서 타인의 몸을 바라볼 때가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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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령 기자]
▲ 영화 <이름 없는 춤> 스틸컷 |
ⓒ (주)디오시네마 |
'다나카 민'은 1945년 미숙아로 태어났다. 어릴 적 왜소한 체격으로 친구들과 잘 어울려 지내지 못했고, 산과 들을 벗 삼아 다니면서 몸과 마음을 키워 나갔다.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근처 강에서 수영하거나 축제 무리 속으로 스며들며 장소와 예술, 자연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이때 형성된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세계관은 '나'와 '개성'을 창조했고 그가 표현하는 이름 없는 춤의 뿌리가 되어주었다. 그의 목소리와 '야마무라 코지'의 애니메이션이 만나 심오했던 소년 다나카 민과 만난다.
▲ 영화 <이름 없는 춤> 스틸컷 |
ⓒ (주)디오시네마 |
오프닝부터 무아지경이다. 의미를 파악하기 힘든 기이한 퍼포먼스의 향연이다. 육체를 쓰며 전통과 전위를 추구하는 정신세계다. 영화는 5개국 48개소에서 90회 춤을 춘 그 일부의 기록이다. 10대 때 클래식 발레와 모던 댄스를 배우며 1966년 솔로 활동 이후 1978년 파리 데뷔 후 전 세계의 아티스트와 협업한 노장 댄서의 일대기를 짚어 본다.
포르투갈, 파리, 도쿄, 후쿠시마, 히로시마 등에서 보여준 '장소의 춤'은 그가 있는 순간 장소가 무대가 되어버리는 '로커스 포커스'를 보여준다. 국내외를 넘어 일상에 존재하는 모든 장소에서 고유의 춤을 즉흥적으로 추는 새로운 장르를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현재까지 3000회를 넘었으며, 많은 예술인의 영감이 되어주고 있다.
그의 춤은 유일무이하며 다시는 보여 줄 수 없는 일회성이다. 같은 춤은 반복하지 않고 그 순간 선보이고 끝낸다. 짧게 세상에 왔다가 사라지는 것이다. 아주 느리게 조금씩 움직이는 몸짓, 자취와 잔상, 무언가가 피어나려는 움직임과 꺼져가는 숨결이 관객의 눈에 담겨 영원성을 갖는다.
▲ 영화 <이름 없는 춤> 스틸컷 |
ⓒ (주)디오시네마 |
유명한 댄서지만 언뜻 보면 흙냄새 좋아하고 여러 동물과 친구처럼 지내는 할아버지 같다. 집중하면 압도적인 몸짓을 선보이지만, 평소에는 소박한 농부다. 마흔이 되어서 춤추는 데 필요한 힘을 기르려고 시작한 농사일이 벌써 30년이 넘었다. 새것에 대한 욕구보다는 고쳐 쓰는 게 좋고, 물욕도 없이 자연과 물아일체를 꿈꾼다. 일상에서 생기는 평범한 근육이 모여 댄서의 몸을 만들어 낸다고 믿고 있다.
가끔은 영화에도 출연해 재능을 양분한다. 그저 춤을 추었을 뿐이라는 말로 연기 또한 춤의 연장선임을 증명한다. 2002년 <황혼의 사무라이>로 시작해 <메종 드 히미코>, <바람의 검심>, <호쿠사이> 등에 출연했다. 영역을 넓혀 할리우드 영화 < 47로닌 >과 한국 영화 <사바하>에는 '네충텐파'를 연기했다. 최근에는 빔 벤더슨 감독의 <퍼팩트 데이즈>에 특별 출연해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름 없는 춤>은 '이누도 잇신'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로 <메종 드 히미코>에 출연했던 '다나카 민'과 인연을 계기로 2017년 8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2년여를 카메라로 담았다. 매일 다르게 추는 찰나를 담은 귀한 영상이다. 좋아하는 시인 '요시다 잇스이'와 연관된 도화촌의 작명 이유, 스승인 '히지카타 다츠미'의 존경심, <놀이와 인간>을 저자 '로제 카유아'를 동경했던 일화 등도 담겨 있다. 평소 다나카 민을 좋아한다면 꼭 봐야 할 영화다.
춤은 하나의 언어라는 말이 있다. 다나카 민은 춤을 구경하는 모든 몸(관객)과 함께 어울리면서 타인의 몸을 바라볼 때가 좋다고 말했다. 그가 포르투갈의 산타크루즈 골목에서 춤을 마치며 "행복하다"라고 속삭이던 웃음이 오랜 잔상을 남긴다. 깨달음의 경지에 오른 도인의 모습과 겹쳐졌다. 오늘날 앞만 보고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잠시 멈추어 일상을 돌아보고 나와 대화해 보라는 주문인 것만 같아, 그의 몸짓을 오랫동안 감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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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장혜령 기자의 브런치에도 게재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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