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 위험하다' 건의 묵살…故채수근 순직 전날 무리한 지시"
군인권센터가 지난달 경북 예천군 수해 현장에서 발생한 해병대 고(故) 채수근 상병의 순직이 해병대 지휘부의 무리한 지시 탓이라고 주장했다.
센터는 8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채 상병이 소속됐던 중대의 카카오톡 대화방 내용, 동료 병사들의 제보 등을 근거로 자체 재구성한 사고 경위와 원인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센터 측은 "이번 사고는 임성근 사단장 이하 해병 1사단 지휘부가 대민 지원 과정에서 '해병대가 성과를 올리고 있다'는 이미지를 도출하기 위해 안전을 무시하고 무리한 지시를 남발하다가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하기 전날인 지난달 18일 채 상병 소속 부대 해병대원들은 안전을 위해 물에 들어가지 않은 대신 1열로 서서 수면 위 부유물을 확인하거나 풀숲을 뒤지는 방식으로 수색했다.
수색을 마친 뒤 오후 4시 22분쯤 카카오톡 대화방에선 "1열로 비효율적으로 하는 부대장이 없도록 바둑판식 수색 정찰을 실시할 것"이라는 임 사단장의 지시사항이 전달됐다. 이 같은 지시는 해병대원들이 숙소에 도착한 후에도 대화방을 통해 반복적으로 하달됐다. '바둑판식으로 무릎 아래까지 들어가서 찔러보면서 정성껏 탐색하라'는 내용이었다.
특히 같은 날 저녁 점호 이후에는 '(수색 중) 장화를 착용하라'는 복장 지침이 따로 내려왔다. 중대 간부들이 안전 재난 수칙상 장화를 신고 물에 들어가선 안 된다며 전투화를 신어야 한다고 상부에 건의했지만 묵살됐다고 센터는 지적했다.
센터 측은 "실종자 수색 작업에 투입된 장병이 떠들거나 웃는 모습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스카프로 얼굴을 두르라는 지시도 내려왔다"고 덧붙였다.
앞서 해병대 1사단 포병대대는 지난 19일 경북 예천 내성천에서 구명조끼 없이 실종자 수색 임무를 수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채 상병이 급류에 휩쓸려 순직했다.
지난주까지 사고 경위를 자체 조사한 해병대는 당초 지난달 31일 관련 언론 브리핑을 예고했다가 "해병대의 사실관계 확인 결과에 대한 언론 설명이 향후 경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돌연 취소했다. 현재 채 상병의 생전 소속 부대장인 해병대 1사단장은 사퇴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민 기자 lee.sumi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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