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페이스’ 없어도…‘멤피스’가 보여준 영리한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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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얼굴에 곱슬머리, 두꺼운 입술까지.
특히 지난달 20일 충무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멤피스'는 1950년대 흑백분리 정책이 유지되던 테네시주 멤피스를 배경으로, 흑인 음악을 사랑하는 백인 DJ 휴이와 클럽에서 노래하는 흑인 여가수 펠리샤의 꿈과 사랑을 그리고 있어 흑인과 백인의 구분이 명확히 필요한 작품임에도 블랙페이스를 철저히 배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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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얼굴에 곱슬머리, 두꺼운 입술까지. 과거 미디어를 통해 볼 수 있는 흑인 캐릭터의 흔한 외적 모습이다. 1980년대 흑인 분장을 한 코미디 코너인 ‘시커먼스’가 방영되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얼굴에 검은 칠을 해서 흑인으로 분장하는 ‘블랙페이스’가 인종차별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흑인이 아닌 배우가 흑인 흉내를 내기 위해 하는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뜻하는 블랙페이스는 19세기 미국의 촌극 ‘민스트럴 쇼’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1960년대 아프리카계 미국인 민권 운동에 의해 금기시됐다. 국내에서는 이에 대한 인식이 다소 부족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앞서 언급한 ‘시커먼스’와 같은 형식의 코미디도 자취를 감췄다.
국내에서 블랙페이스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대표적인 사례는 2020년 의정부고의 ‘관짝소년단’을 둘러싼 논란이었다. 당시 가나 출신 방송인 샘 오취리가 학생들의 블랙페이스를 비판했다가 집단 공격을 받고 사과하는 일이 일어났으나, 분명 이 사건을 기점으로 한국 사회의 낮은 인식을 드러냈다는 것엔 대다수가 공감했다. 당시엔 인종 차별 자체가 낯선 탓이었다.
특히 한국 공연계만큼은 이 문제를 무겁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공연계에서도 과거엔 블랙페이스를 한 배우가 무대에 오르는 일이 심심치 않게 보였다.
대표적으로 뮤지컬 ‘헤어스프레이’의 경우 국내에서 2007년 초연돼 2009년 2012년까지 세 차례 공연하면서 흑인 배역의 배우들은 짙은 갈색톤의 피부색을 연출한 메이크업으로 무대에 올랐다. 1960년대 미국 흑백차별 문제를 뚱뚱한 10대 백인 소녀가 TV쇼로 타파한다는 작품의 내용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2020년 전후로 뮤지컬 무대에서 블랙페이스를 찾아보긴 힘들다. 특히 지난달 20일 충무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멤피스’는 1950년대 흑백분리 정책이 유지되던 테네시주 멤피스를 배경으로, 흑인 음악을 사랑하는 백인 DJ 휴이와 클럽에서 노래하는 흑인 여가수 펠리샤의 꿈과 사랑을 그리고 있어 흑인과 백인의 구분이 명확히 필요한 작품임에도 블랙페이스를 철저히 배제했다.
국내에서는 초연이지만, 불과 지난 2017년까지만 해도 일본 버전에서 이 작품은 블랙페이스를 한 배우들이 무대에 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국 프로덕션은 시각적으론 등장인물들의 머리카락 색을 밝게, 혹은 어둡게 하면서 구분을 주거나, 조명을 통해 경계를 표현했다. 뿐만 아니라 작품의 서사와 각 캐릭터들의 특성을 살리면서 굳이 분장으로 차별을 두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극에 몰입하면서 이들의 캐릭터의 성격을 이해하도록 하는 영리한 연출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한 뮤지컬 관계자는 “한국 공연계는 미투 운동과 블랙리스트 등 굵직한 사건들을 겪으면서 사회적 감수성이 높은 장르 중 하나”라며 “인종차별 문제도 마찬가지다. 과거엔 블랙페이스라는 말 자체가 낯설었고, 인종차별과 관련한 인식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멤피스’와 같은 인종차별을 다루는 뮤지컬이 블랙페이스를 선택했다면 오히려 관객들의 반발이 심했을 것이다. ‘멤피스’는 이런 극의 특성을 살림과 동시에 관객들의 이해를 위한 요소들까지 잡은 영리한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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