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학교서 교사 2명 잇따라 사망…학교는 "단순 추락사"로 보고

방제일 2023. 8. 8.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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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학부모 민원 지속적으로 시달려왔다"
경기도교육청, 언론 취재 전까지 파악 못 해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6개월 사이 두 명의 교사가 극단적 선택으로 잇따라 세상을 떠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의정부시 A 초등학교에서 2021년 5학년 3반 담임을 맡았던 교사 김은지(당시 23세)씨가 그해 6월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 바로 옆 반인 5학년 4반 담임 교사 이영승(당시 25세)씨도 12월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고 7일 MBC가 보도했다.

의정부시 A초등학교에서 2021년 5학년 3반 담임을 맡았던 교사 김은지(당시 23세)씨가 그해 6월 목숨을 끊은 이후 바로 옆 반인 5학년 4반 담임 교사 이영승(당시 25세)씨도 12월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고 7일 MBC가 보도했다. [사진출처=MBC]

MBC 보도에 따르면, 경기도교육청은 언론 취재가 시작되기 전까지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학교가 교육청에 보고한 사망 원인은 두 교사 모두 '단순 추락 사고'였기 대문이다.

유가족들은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두 교사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해 달라고 매체에 요청했다.

보도에 따르면, 초임 교사였던 김 교사는 발령 한 달 만에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김 교사의 부모는 "학생들이 서로 뺨 때리면서 막 치고받고 싸우는 걸 보고 애가 충격을 받았다"며 "그 뒤로 집에 와서 자기 침대에 앉아서 계속 '그러면 안 돼. 그러면 안 돼'(라고 혼잣말을 했다)"라고 매체에 전했다.

김 교사의 아버지는 "퇴근해서도 학부형들한테 전화받는 걸 수시로 봤다"며 "애가 어쩔 줄 몰라서 '죄송합니다'(만 하더라). 굉장히 전화받는 걸 두려워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사진출처=MBC]

김 교사는 사직서를 냈지만 학교에서 만류했고 곧 음악 전담 교사로 발령했다. 하지만 1년 뒤부터는 다시 담임을 맡아야 했다. 김 교사의 아버지는 "퇴근해서도 학부모들한테 전화 받는 걸 수시로 봤다"며 "애가 어쩔 줄 몰라서 '죄송합니다'(만 하더라). 굉장히 전화 받는 걸 두려워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김 교사의 2019~2020년 일기에는 그의 심적 고통을 짐작할 만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후 김 교사는 정신과 치료를 받고 몇 차례 병가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2021년 5학년 담임을 맡은 지 4개월째에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아이 다쳤다며 치료비 요구…입대 후에도 학부모 항의 이어져

이 교사가 5학년 담임을 맡은 2021년에도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학급에서 따돌림 문제가 생겨 상담도 많이 했고, 반 학생 한 명이 장기결석을 해서 아이 부모와 400건에 달하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사진출처=MBC]

한편 이영승 교사는 교사 생활을 시작했을 때부터 학부모 항의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부임 첫해 담임을 맡은 반에서 페트병 자르기를 하던 아이가 손을 다치는 사고가 났는데, 이 학부모는 아이가 성형수술을 해야 한다며 치료비 보상 요구를 해 왔다.

이듬해 이 교사가 휴직하고 입대를 한 뒤에도 학부모의 항의는 계속됐다. 군대에까지 전화를 걸어오는 지경이었다. 학교 측은 이 교사에게만 책임을 떠넘겼다. 이 교사의 아버지는 "학교에서는 우리 애한테 (학부모와) 연락해서 해결하라고, 돈을 주든가 해서 전화 안 오게 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 교사가 5학년 담임을 맡은 2021년에도 문제는 발생했다. 당시 교무부장은 인터뷰에서 "그 반에 장기 결석 학생이 한 명 있었다"며 "그 학생의 부모와 수시로 통화하고, 관리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교사가 해당 학부모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는 400건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교사는 학급 내 따돌림 문제도 해결해야 했다. 따돌림당한 학생의 부모는 당시에 "'왜 내 아이만 당해야 하냐' '선생님은 그걸 아시면서도 왜 그렇게 처리하셨냐'고 따졌다"며 "가해 학생을 공개 사과시키라고 요구했다"고 답했다. [사진출처=MBC]

이 교사는 학급 내 따돌림 문제도 해결해야 했다. 따돌림당한 학생의 부모는 당시에 "'왜 내 아이만 당해야 하냐' '선생님은 그걸 아시면서도 왜 그렇게 처리하셨냐'고 따졌다"며 "가해 학생을 공개 사과시키라고 요구했다"고 답했다.

이 교사가 '학생에게 공개 사과를 시키는 건 힘들다'고 답하자 피해 학생 부모는 학폭위를 열겠다고 했다. 이에 이 교사는 연신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한다.

해당 학부모는 "내가 욕은 안 했지만, 엄청 화내고 있었을 것"이라며 "'선생님은 우리 아이를 버리셨냐'고 한 말에 조금 상처받으신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 날 새벽 이 교사는 '이 일이랑 안 맞는 거 같다. 하루하루가 힘들었다'는 글을 남기고 생을 마감했다. 이 씨 아버지는 학교 측이 '담임하고 해결하라'며 방관했다고 주장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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