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겨우 장판·벽지 말랐는데"...태풍 북상, 경북수해지역 초긴장
8일 오전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1리. 지난달 15일 발생한 산사태로 주민 2명이 실종돼 아직 옷가지조차 찾지 못한 마을이다.
산사태가 난 직후 그야말로 초토화됐던 마을은 이제 자동차가 드나들 수 있을 만큼 복구됐다. 건물과 자동차를 집어삼켰던 토사와 바위는 바깥으로 치워졌고, 마을 초입에는 이재민을 위한 임시주택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마당에 고추를 펼쳐놓고 말리는 주민도 보였고, 우편물을 실은 우편 배달차가 드나드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주민은 제6호 태풍 ‘카눈’의 북상에 불안한 모습이었다. 이 태풍은 오는 9~11일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보됐다.
“아직 악몽 꾸는데 태풍까지” 불안
살던 집이 부서져 이웃집에 머무르고 있는 유순악(87) 할머니는 “지난달 산사태가 발생했던 새벽에 갑자기 방안에 흙탕물이 들어차 목까지 차올랐다. 이웃 주민이 구해주지 않았다면 이 자리에 있지 못했을 것”이라며 “아직도 악몽을 꾸는데 태풍이 또 온다니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정재덕(77) 이장은 “이제 겨우 벽지와 장판이 마르는가 싶었더니 태풍이 온다고 해 다시 마을이 침수될까 두렵다”며 “당시 무너졌던 제방도 임시로 고치긴 했지만 얼마나 버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실종자 2명 수색작업 25일째 계속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하기 전 남은 실종자 2명을 찾기 위한 노력도 25일째 이어지고 있다. 구조 당국은 이날 인력 344명, 헬기 2대, 드론 16대, 보트 8대, 중장비 17대, 구조견 6마리 등을 투입해 수색에 나섰다. 실종자 2명은 예천 감천면 벌방리에서 산림 토사유출로 매몰됐거나 급류에 휩쓸린 것으로 추정되는 김모(69)·윤모(62·여)씨다.
수색 작업은 주로 실종자가 급류에 휘말려 떠내려갔을 것으로 추정되는 낙동강 상주보 주변에서 진행됐다. 실종자가 산사태로 토사에 매몰됐을 가능성도 있어 벌방리에서도 수색이 진행 중이다.
산사태로 끊어진 철도가 여전히 연결되지 않아 지역 경제 흐름이 멈춰버린 곳도 태풍 북상에 노심초사다.
특히 단일 공장 아연 생산량으로는 세계 4위, 국내 유통량의 34%를 차지하는 국내 최대 아연생산업체 봉화군 영풍 석포제련소는 생산품 수송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달 집중호우로 영동선(동해~영주) 철도 봉화군 법전면~춘양면 구간이 끊어졌기 때문이다. 이 노선은 다음 달 중순쯤에서야 정상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석포제련소는 생산한 황산을 하루 약 1200~1500t씩 영동선을 통해 울산산업단지 온산제련소로 수송해 왔는데 철로가 끊기면서 육로 위주로 물량을 수송하고 있다. 아직 황산 생산량을 감산하는 조치까지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수송 문제가 장기화하면 감산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석포제련소는 철로가 끊기기 전까지는 생산품의 60~70%를 철로로, 30~40%를 육로로 운송해 왔다.
산사태로 끊긴 철로…지역경제 타격
석포제련소 관계자는 “철로가 정상화되기 전까지 육로를 통해 최대한 생산품을 수송하고는 있지만 재고가 조금씩 쌓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태풍으로 철도와 도로 피해가 확대될 경우 수송에 타격이 더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경북도는 지난 7일 실·국, 시·군, 유관기관과 합동으로 태풍 카눈 관련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열어 예비특보 단계부터 한 단계 빠른 비상근무체계를 가동하기로 했다. 특히 지난달 집중호우로 큰 피해가 난 경북북부지역에 태풍으로 인한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선제적인 사전대피 등을 중점 추진하기로 했다.
예천=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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