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서울의 현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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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 값이 4달러라고요? 커피콩 1파운드는 살 수 있겠네요." 지난달 미국의 한 고급 리조트에서 남편의 손을 잡고 다니던 70대 여성이 당황하며 한 말이다.
요즘 서울 유명 커피 전문점에서도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에 5000원 정도는 받는다.
'억만장자의 여름 캠프'라 불리는 '선밸리 콘퍼런스'에서 4달러 커피값에 당황한 이의 이름은 아스트리드 버핏(Astrid Buffett). 워런 버핏(Warren Buffet)의 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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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 값이 4달러라고요? 커피콩 1파운드는 살 수 있겠네요." 지난달 미국의 한 고급 리조트에서 남편의 손을 잡고 다니던 70대 여성이 당황하며 한 말이다. 요즘 서울 유명 커피 전문점에서도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에 5000원 정도는 받는다. 드립커피, 스페셜티 커피면 만원도 내야 한다. 여성이 있는 곳은 미국이다. 요즘은 물가가 올라 커피값도 치솟았다. 팁도 요구한다. 판매장소에 따라 커피값이 달라지는 것도 당연지사. 최고의 휴양지다. 커피값이 더 비싸도 이상하지 않다. 심지어 전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억만장자 기업인들 수백명이 모였다. 이쯤 되면 4달러 커피는 무죄다.
‘억만장자의 여름 캠프’라 불리는 ‘선밸리 콘퍼런스’에서 4달러 커피값에 당황한 이의 이름은 아스트리드 버핏(Astrid Buffett). 워런 버핏(Warren Buffet)의 부인이다. 세계 최고의 갑부 중 한명인 남편만큼이나 검소함을 보여준 이 발언에 미국 투자계는 물론 대중들의 이목이 쏠린 건 당연했다. 이 커피 발언과 함께 버핏과 그의 회사 버크셔해서웨이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더 커졌을 것임을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7일(현지시간) 마감한 미 금융시장은 버핏의 역할이 무엇인지 정확히 보여준 사례다. 이날 미 증시는 미 국채 신용등급 강등의 악재를 벗어나 일주일 만에 상승세로 마감했다. 버크셔해서웨이 주가 상승도 긍정적이었지만 시장이 안심한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버핏은 미 국채 가격이 하락하자 100억달러의 규모의 미 국채 매입했고, 100억달러가량을 더 살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한 때문이다. 버핏은 신용등급 강등에도 미 국채와 세계의 기축통화인 달러에 대한 견해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하기도 했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 백악관 고위 관계자들의 발언에도 안심하지 않던 시장 분위기는 버핏의 발언 이후 달라졌다.
‘오마하의 현인’ 버핏은 고집스러운 투자 원칙을 고수한다. 2020년 코로나19 위기 발발 후 큰 손실을 보고 항공주와 은행주를 대량 매도하면서 버핏도 이제 끝났다는 말까지 나왔다. 반전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애플은 물론 일본 상사, 석유기업 투자까지 일제히 큰 수익을 냈다. 투자한 기업마다 코로나19 이후 경제의 주역으로 부상했다. 성과는 투자자들의 믿음으로 이어진다.
버핏이 국채를 매입한 일은 자신이 경영하는 회사와 주주의 투자 수익을 위해서다. 그렇지만 시장과 투자자들은 그의 판단에 주목한다. 수십년간의 기록과 그의 언행, 행동이 복합적으로 조합돼 만들어진 신뢰다. 미국 개미 투자자들도 우리 투자자만큼 공매도를 거부한다. 버핏의 투자에는 공매도가 없다. 오로지 저평가된 기업을 싸게 사서 장기 보유하는 원칙만 강조한다. 개인 신상과 관련한 잡음도 없다. 버핏이 대중의 신뢰를 얻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단순한 요인들의 집합이다.
우리 증시 개인투자자들은 제도권 밖의 조언에 열광한다. 철저한 분석과 수치가 빠진 맹목적인 신뢰는 지속되기 어렵다. 제도권도 신뢰를 얻지 못하는 이유를 되돌아봐야 한다. ‘서울의 현인’이 나오기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백종민 오피니언 부장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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