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 영업이익 1조 또 돌파했지만…고민 깊어지는 이유
정부 규제 압박에 수익성 악화
브랜드 차별성·AI 서비스 제공 숙제
이동통신 3사의 합산 영업이익이 6개 분기 연속 1조원을 넘어섰다.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는 유·무선 사업의 성장이 뒷받침된 결과다. 하지만 정부의 통신료 인하 압박이 계속되고 있고, 가성비를 내세운 알뜰폰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 탈통신 신사업은 지금은 돈 먹는 하마다. 미래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할지도 모르지만 당장은 수익을 잡아먹고 있는 골칫거리다. 최고의 실적을 올린 이통 3사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고민이 크다.
올해 2분기 이통 3사의 영업이익은 1조원을 돌파했다. SK텔레콤은 4634억원, KT 5761억원, LG유플러스 2880억원으로 총 1조3200억원이다. 6개 분기 연속 합산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한 것이다.
하지만 이통사들이 웃지 못하는 이유는 해가 갈수록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SKT의 2001년 영업이익률은 35%가 넘었다. 반면 올 2분기 영업이익률은 10.8%다. KT는 8.8%, LG유플러스는 9.9%로 모두 한 자릿수를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미국 버라이즌 등 해외 주요 통신사들이 20%대에 달하는 것과 비교해 보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이통사들은 수익성 악화의 원인으로 정부의 과도한 규제를 꼽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5G 중간 요금제 신설 등을 주문했고, 지난달에는 통신사 경쟁 촉진 방안을 내놨다. 물가 상승으로 인한 통신비 인하 압력이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통신비를 인하하려면 인프라, 신사업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다. 그래도 미래를 위해 탈통신, 신사업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나마 탈통신 사업 추진에 있어서 SKT의 현상황을 기상 상황에 비교하면 '맑음'이다. SKT는 최근 글로벌 이동통신사들과 함께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를 공식 출범해 초거대 AI 개발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초거대 AI 구축을 위해선 대규모 투자와 시간이 필요한데, 글로벌 주요 통신사들이 힘을 합해 공동의 플랫폼을 구축한다면 AI 서비스 개발에 드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KT는 2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3.7% 증가한 6조5475억원, 영업이익은 25.5% 늘어난 5761억원을 기록했다. 증권가 예상치를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핵심 신사업이 포진한 B2B(기업 간 거래) 플랫폼 영역의 역성장은 면했지만, 부동산 매출이 작년보다 13.4% 늘어나고 핵심 신사업인 AI·뉴비즈 매출은 8.4% 줄었다.
KT는 구현모 전 대표 임기 종료를 앞둔 지난해 연말부터 인사나 조직개편이 마비된 상태다. 경쟁사들은 신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KT는 굵직한 신사업 투자와 인수합병(M&A) 등 미래를 위한 큰 결정을 한동안 할 수 없었다. 김영섭 전 LG CNS 대표가 최종 CEO 후보에 올랐으나 주총 관문이 남았다. 심지어 취임 후에도 조직 재정비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전직 임원들을 향한 검찰 수사가 이어지면서 내부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보폭에 맞추려면 정치적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오는 10월 KT의 핵심 신사업인 초거대 AI ‘믿음’이 출격하는 것에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 로봇, 헬스케어, 교육 등으로 AI 적용을 확대해 2025년 AI 관련 매출 1조3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통신 품질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브랜드 간 차별성이 약해졌고, 가성비를 중시한 알뜰폰 선호도가 높아졌다. LG유플러스 2분기 실적 발표를 보면 수익률이 좋은 5G 가입자는 전년 동기 대비 24.3% 증가한 반면 알뜰폰(MVNO) 가입자는 같은 기간 두배에 육박하는 47.2% 증가했다.
이와 관련, 국내 알뜰폰 가입자 수는 총 1300만명을 돌파했다. 이전에는 기업 이미지, 브랜드 중심으로 이통사를 택했다면 이제는 할인과 혜택 중심으로 통신사를 고른다. 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이동전화 번호이동 현황’을 보면 올 상반기 알뜰폰으로 번호이동을 한 가입자는 142만5000여명으로 통신 3사의 번호이동 수(124만4000명)보다 많다. 고물가 환경이 이어지며 통신비를 절감하려는 소비자들이 알뜰폰으로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상황이 LG유플러스 탈통신 전략에 영향을 줬다. 2분기 기업인프라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4094억원이다. 특히 인터넷 데이터 센터(IDC)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5% 증가한 798억원을 기록하며 기업 인프라 부문 사업 중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다만 아직 LG유플러스의 비통신 매출 비중은 20%대로 경쟁사들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LG유플러스는 스마트팩토리 사업 매출을 2026년까지 1000억원까지 늘리고 신사업 주축으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비통신 매출 비중은 2025년 30%, 2027년 4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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