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녀의 벽 깼다…'현대차 킹산직' 최연소 합격한 19세 여성
'남자의 일터'로 불리는 현대차 생산 현장에 여성 기술직이 처음으로 입사했다. 현대차는 8일 "최근 울산공장 등 국내 생산부문 현장에서 근무할 신입사원 185명을 뽑았고, 이 중 6명이 여성"이라고 밝혔다.
이들 신입사원은 지난 7일부터 4주간 일정으로 현대차그룹 인재개발원 경주캠퍼스에서 현장 적응력 강화, 자동차 생산공정 이해 등 신입사원 교육을 받고 있다. 이들은 다음 달 현장에 투입된다.
이 가운데 굴삭기 제조 업체에 근무하다 응시한 황재희(19)씨는 2003년생으로, 전체 합격자 185명 중 가장 어리다. 하지만 황씨가 가진 이력은 만만치 않다. 그는 기능사 자격증을 8개나 소지하고 있다.
전북기계공고를 나온 황씨는 고1부터 졸업 때까지 쉬지 않고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가 고교 3년간 얻은 자격증은 선반·밀링·금형·측정·기계설계·생산자동화·설비보전·기계조립 기능사 등이다. 황씨는 같은 과 또래 중 가장 많은 자격증을 취득하고 졸업했다. 현대차 측은 "황씨가 자격증 8개를 따기 위해 다른 전공 수업 실습에 직접 참여할 만큼 노력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런 황씨는 현대차 입사 전 굴삭기 제조 업체에도 특채돼 한동안 일했다. 이 업체에서 맡은 업무는 굴착기에 들어가는 블록 열처리 가공이었다. 황씨는 "10년 만에 현대차에서 기술직을 뽑는다는 말을 듣고 응시했는데, (현대차 공채가) 경쟁률이 높은 전형이다 보니 합격은 사실 예상 못 했다"라며 "'합격'이라는 두 글자를 보고 안 믿겨서 두 번, 세 번 또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둥글둥글한 성격인 만큼 생산 현장에서 세대 간 소통창구 역할을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여성 합격자 최소란(28)씨는 "내 손을 거쳐서 자동차가 완제품으로 나오기 때문에 사명감을 가지고 근무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필요한 직원이 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그는 부산지역 한 항공 정비 업계에 근무하다 이번에 현대차로 옮겼다고 한다.
이와 함께 김은정(23)씨는 2019년 대구에서 자동차 계열 특성화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약 4년 만에 현대차에 합격했다. 다른 회사에 다니다 현대차에 입사하게 된 그는 "이번에 현대차 기술직 채용 관련 정보를 많이 접하지 못해 시험 준비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잠자는 시간을 줄여 공부에 매진했는데 최종 합격으로 이어져 기쁘다"고 말했다. 김씨는 선반·기계제도 등 기능사 자격증을 5개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성별을 떠나 이번에 선발된 신입사원들은 모두 전문성과 실력을 갖춘 기술인재"라며 "앞으로도 투명하고 공정한 채용을 통해 성별을 가리지 않고 인재를 선발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한영덕 현대차 상무는 신입사원들에게 "소통과 협력의 태도로 변화하는 생산공장의 주역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10년 만에 채용 공고를 낸 현대차 생산직 공채는 한꺼번에 10만명 넘게 지원자가 몰려 화제가 됐다. 정년까지 억대 연봉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에서 킹산직(킹+생산직)으로 불렸다. 2021년 말 기준 사무직을 포함한 현대차 평균 연봉은 9600만원이었다. 만 60세 정년 보장에 정년 후에도 1년 더 계약직으로 일할 수 있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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