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고기 1번지 장생포…'고래고깃집' 사라지는 까닭은?
지난 7일 울산시 남구 장생포 '고래마을 음식문화특화거리'. 장생포치안센터를 시작으로 해안 도로 2km 구간에 있다. 서울 마장동 한우골목처럼 고래고기 먹자골목으로 이름난 곳이다. 그런데 고래고깃집 대신 주로 '치킨' '감자탕' '삼겹살' 등을 파는 음식점이 보였다. 한 50대 상인은 "수년 전부터 고래고깃집이 폐업하거나, 다른 업종으로 간판을 바꾸는 모습이 자주 보이더니 이제 고래고깃집이 몇곳 없다"고 아쉬워했다.
고래 포경 전진기지로 이름을 날린 장생포에서 고래고기를 맛볼 수 있는 곳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고래고기 유통량이 줄면서 고깃값이 뛰었고, 개고기처럼 고래고기를 먹는 것에 대한 이미지까지 나빠지면서다. 장생포에서 고래고깃집 '원조할매집'을 운영 중인 윤경태 대표는 "2013년 한국관광공사가 고래고깃집이 모인 이곳을 '고래고기 거리'라고 선정했고, 이후 2015년쯤까지도 25곳 정도 영업했다"며 "하지만 일 년에 두어개씩 간판을 내리더니 현재는 6곳 정도가 명맥을 잇고 있다"고 전했다.
'바다의 로또'로 불리며 가격 훌쩍 뛰어
고래고기 업계에 따르면 장생포에서 고래고깃집이 사라지는 원인은 크게 3가지다. 먼저 고래고기 수급의 어려움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고기 가운데 90%는 밍크고래 또는 참고래다. 그런데 이 밍크고래나 참고래가 환경적 요인으로 예전만큼 흔치 않다. 드문드문 바다에서 뭍으로 나오는 고래 역시 '바다의 로또'로 불리며 낙찰가가 3년 사이 밍크고래 길이 7m짜리 기준 7500~8000만원 선에서 1억5000~2억원으로 훌쩍 뛰었다고 한다.
또 한국은 1986년부터 고래잡이를 금지하고 있다. 시중에 유통되는 고래고기는 그물에 우연히 걸려든 것(혼획), 좌초·표류한 고래만 식용으로 쓸 수 있다. 그런데 불법 포획한 고래도 공식적으로 거래가 금지됐다. 고정구 고래문화보존회 전 사무처장은 "해양수산부가 밍크고래를 해양보호생물종으로 지정할 계획으로 알려지고, 고래고기 식용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까지 더해지면서 이제 고래고깃집이 설 자리를 잃어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음식문화로 봐줬으면"하는 의견도
일각에서는 장생포 고래고기를 단순히 고래 음식으로만 바라봐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관광자원, 즉 전통 토속 음식 문화로 볼 수도 있다고 한다. 익명의 장생포 고래특구 관련해서 한 관계자는 "해외 관광객까지 고래고기를 맛보려고 장생포를 찾는다"라며 "고래고기 명맥이 끊기기 전에 고래고기를 지켜낼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울산 남구 야음동에 사는 정모(40)씨는 "일 마치고 소주 한잔에 고래고기 한 점을 먹는 게 울산 사람에겐 일상인 시절이 있었다"며 "그 예전 모습이 사라져가는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12가지 맛 내는 고래고기
고래고기는 부위별로 12가지 이상 다양한 맛을 내는 게 특징이다. 육질은 생선회처럼 부드럽고, 맛은 소고기와 비슷하다. 살코기뿐 아니라 껍질·혓바닥·잇몸·내장·목살·꼬리·뱃살·허파·지느러미 등 모두 먹을 수 있다. 그래서 고래고기를 즐기는 미식가들은 고래고기 한 점을 소금이나 멸치젓갈에 찍어 먹는다. 묵은지에 싸서 먹기도 한다. 가격도 상당하다. 육회 한 접시 4만원, 생고기 5만원 정도 한다.
장생포는 고래 동네답게 고래관련 시설이 몰려 있다. 고래 뼈가 전시된 고래박물관과 하루 두 번 울산 연안을 항해하며 3시간 동안 돌고래를 탐사하는 여객선 고래바다여행선, 고래문화마을 등이 대표적이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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