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문제점 총체적으로 보여준 '잼버리 사태'
[박성우 기자]
▲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영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환영사를 하기 위해 나가고 있다. 2023.8.3 |
ⓒ 대통령실 제공 |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결국 파행을 맞이했다.
세계적인 행사가 파행에 이르기까지에는 일차적으로 폭염과 태풍의 상륙 등 기상 문제의 탓도 적지 않지만, 그와 함께 윤석열 정부의 책임 역시 결코 작지 않다. 그런데 이번 잼버리 대회를 둘러싼 윤 정부의 여당의 행태를 살펴보면 가히 그동안 정부여당이 해 온 문제점들의 종합판이라 칭할 만하다.
시민들 경고 무시에 이어 언론, 정치권 경고도 무시한 윤 정부
많은 이들의 목숨을 잃게 한 이태원 참사와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인재였다. 시민들은 참사가 벌어지기 전에 경찰에 압사 사고가 일어날 것만 같다고(이태원참사), 119에 물난리가 염려된다고(오송지하차도 참사) 경고했었다. 하지만 정부를 비롯한 관련 기관들은 이러한 시민들의 경고를 무시했고 그 결과는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초래했다.
이번 잼버리 대회 사태는 더더욱 미리 방지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이미 지역 언론부터 중앙 언론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 열악한 시설과 환경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국감 당시 주무 부처인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대회 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잼버리 대회의 공동위원장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대회 직전 현장을 방문해 식수대 수도가 열에 달궈져 식수에 따뜻한 물이 나오는 것을 두고 "온수네"라고 얘기했고 화장실에서 냉방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 역시 목격했다.
이처럼 정부가 마음만 잘 먹었다면, 얼마든지 미리 파국을 예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김 장관은 야당의 우려에 "태풍, 폭염에 대한 대책도 다 세워 놓았다"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이 장관 역시 대회 직전 현장을 방문해 열악한 환경을 직접 눈으로 보고서도 "역사상 가장 안전한 잼버리 대회가 될 것"이라고 자부했다.
이들의 호언장담은 그저 허풍에 불과했다는 건 잼버리 시작 후 얼마 안 돼 고스란히 드러났다. 앞선 두 차례의 참사와 달리 이번에는 언론과 정치권이 나서서 경고했음에도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처럼 언론과 정치권의 경고에도 들은 척조차 안 하는 정부라면 대체 누구의 경고를 귀를 기울인다는 얘길까. 이쯤 되면 윤 정부에서는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사고란 존재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슬픈 생각까지 든다. 지난해 8월, "국민의 안전에 대해서 국가는 무한 책임을 지는 것"이라는 윤 대통령의 발언은 그저 말 뿐인 것일까.
비판적 의견은 카르텔로 규정하고 안 들으면 그만인 윤 정부
그렇다면 왜 이들은 기본적인 대책을 비롯해 시설환경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숱한 우려와 경고를 무시한 채 호언장담만을 반복했을까. 이는 윤 정부 내내 정부에 비판적인 의견을 건설적인 비판이 아닌 트집 잡기나 정쟁으로만 인식해 온 사례들과 맞닿아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전북스카우트연맹의 조기 퇴영을 두고 '반대한민국 카르텔'이라고 비난하고 나선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다. 성범죄 미흡 대응이라는 조기 퇴영의 정당한 사유조차 정부여당은 자신들을 공격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인식하고 곧 대한민국을 향한 공격으로 치환했다. 그 모습에서 틈만 나면 카르텔을 찾는 윤석열 대통령이 떠오르는 건 나만일까.
언론에서 비판적인 보도가 계속해서 나오자 돌연 취재 방침을 바꾼 것에서도 기시감이 든다. 앞서 윤 대통령의 대통령실 출근길 문답(도어스태핑)을 두고 비판적인 보도가 잇따르자, 대통령실은 이를 중단했다.
아니나 다를까 또 다시 나온 전 정권 탓
윤 정부 내내 틈만 나면 나왔던 전 정권을 향한 책임 돌리기 역시, 빠지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지난 4일 "(잼버리 대회) 준비 기간은 문재인 정부 때였다. 전 정부에서 5년 동안 준비한 것"이라며 책임을 문재인 정부에게 돌렸다.
국민의힘은 6일 "문재인 정부와 전북도의 부실 준비로 위기에 처했다"면서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가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아예 책임 회피를 넘어서 전 정권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엄포했다.
하지만 이미 취임한 지 1년이 훌쩍 넘은 정부가 이번 대회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사안에 있어 전 정권에게 책임을 돌리는 꼴은 국민에게 비웃음만 살 뿐이다. 오죽하면 사람들 사이에서 '대체 전정권씨라는 사람이 얼마나 잘못을 했길래 정부가 이리도 비난하나'라는 농이 나오겠나.
이번 잼버리 대회 사태는 윤석열 정부가 지닌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하나의 상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윤 정부 하에선 언제든 이번과 같은 파국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부디 정부가 이번 대회를 통해 뼈를 깎는 자기반성과 쇄신을 거듭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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