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로 진일보한 '콘크리트 유토피아'로 본 한국 재난영화 공식 [D:영화 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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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영화는 삶의 불확실성과 우리가 직면할 수 있는 자연적 또는 기술적 위험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현실에서는 드물게 경험할 수 있는 극적인 상황을 보여준다.
다만 평범한 사람이 재난 상황에서 희생정신과 주변인들과 연대해 히어로로 거듭나며 사람들을 구해내는 단순한 스토리는 '뻔한 흥행 공식'처럼 불리며 한국의 재난 영화가 풀어야 할 숙제였다.
이런 현실 속에 9일 개봉하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지금까지 우리가 봐왔던 재난 영화와는 전혀 다른 결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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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영화는 삶의 불확실성과 우리가 직면할 수 있는 자연적 또는 기술적 위험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현실에서는 드물게 경험할 수 있는 극적인 상황을 보여준다. 또 스릴과 긴장감을 제공한다. 대규모 액션과 시각적 효과, 주요 위험 요소의 존재, 긴박한 시간 구조와 압박감, 결말의 불확실성, 높은 생산 가치와 기술적 수준 등을 적절하게 활용하며 관객들을 유입한다.
다만 평범한 사람이 재난 상황에서 희생정신과 주변인들과 연대해 히어로로 거듭나며 사람들을 구해내는 단순한 스토리는 '뻔한 흥행 공식'처럼 불리며 한국의 재난 영화가 풀어야 할 숙제였다.
흥행을 떠나 '해운대', '타워', '부산행', '싱크홀', '엑시트', '터널' 등 한국을 대표하는 재난 영화 역시 이 공식을 담았다. 자연재해나 기술적 재앙 앞에 놓인 상황 앞에 한국적인 문화와 배경을 반영해 인간적 이야기와 감정, 가족적인 가치와 연대감, 국가적인 상징과 아이덴티티, 그리고 현실과의 연계 등으로 마무리했다.
이런 보편적인 주제의식으로 관객들의 공감을 얻어내는데 쉽고 빠를 수 있으나, 여기에서 발생하는 감정코드는 신파라는 지적으로 이어졌다.
또한 희생과 희망, 용기와 사랑 등의 주제가 강조되며 어느 정도 기승전결 예측이 가능했다. 재난 영화 제작 소식이 전해지면, 영화 커뮤니티에 관객들이 '밈'으로 줄거리부터 결말까지 예상하는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도 있는 이유도 앞서 언급한 이유 때문이다.
이런 현실 속에 9일 개봉하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지금까지 우리가 봐왔던 재난 영화와는 전혀 다른 결을 가졌다. 아파트를 상징하는 콘크리트와 낙원을 뜻하는 유토피아라는 단어로 만들어진 제목부터가 역설을 예고한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재난 드라마로, 희망이나 용기, 연대보다는 평범한 인간들의 집단 이기주의를 포착해 공포감을 유발한다.
루저로 여겨졌지만 예기치 못한 상황에 주민 대표로 발탁되는 남자, 아내를 지키기 위해 나서는 남편, 살기 위해 미쳐 날뛰는 사람들 속에서 신념을 잃지 않는 아내, 아들과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떤 위협적인 행동도 고민하지 않는 부녀회장 등 재난 앞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을 그렸지만, 너무나 우리 사회 구성원과 닮아 있어 캐릭터 누구 한 명을 선과 악으로 규정 지을 수 없다.
인물마다 자신의 상황에 맞는 선택을 할 뿐이다. 연민이나, 인간성 등을 기대할 수 없다. 다른 재난 영화들이 평범한 사람들의 연대를 통해 희망적인 메시지로 나아갔다면,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평범한 사람들의 연대가 인간성을 포기한 전체 이기주의로 향한다. 엄태화 감독은 이를 풀어내는 문법을 휴머니즘이 아닌, 블랙코미디를 택했고, 자연스럽게 재난 영화의 고질적 요소인 신파가 제거됐다.
주연 배우 이병헌은 "시나리오를 보고, 참신한 이야기에 너무 신나서 출연을 결정했다. 그랬기 때문에 이야기적으로 만듦새가 어떻게 완성될까 걱정도 됐었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 큰 갈림길이 있었을 텐데 엄태화 감독의 연출적 고민이 느껴졌다. 정말 완성도 있게 잘 만들어졌다"라고 만족했다.
200억 원의 텐트폴 대작을 만들면서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안전한 공식을 뒤로 하고 새로운 재난 영화를 만들기 위해 실험적인 시도까지 한 엄태화 감독의 연출은 '한국 재난 영화의 성취'라는 평까지 나온다. 이런 엄 감독의 시도를 관객들이 인식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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